# 국내 대기업 연구소 선임연구원 A씨. 그는 지난해 초 친목모임의 지인 소개로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채굴 공장에 3개의 채굴기를 구입했다. A씨는 채굴에 참여해 분배 받은 암호화폐를 실제로 현금화하면서 투자금을 회수, 추가 수익도 얻게되면서 올해 초 채굴기 여러 대를 추가 매입했다. 그도 처음에는 다단계 마케팅 구조와 관련 사기 피해사례를 접하고 우려했다. A씨 사례 처럼 채굴업계는 가격 폭락에도 채굴을 확대하고 있다. 조정된 가격이 아직 채굴 원가에 이르지는 않았고, 채굴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격은 등락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6일 비트코인 2013년 이후 차트. <출처=coinmarketcap.com>

암호화폐 조정에 ‘존버’ 옛말

지난 몇 년 동안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서는 가격 조정에도 팔지않고 버틴다는 소위 ‘존버(Hodling)’ 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사용됐다.

최근 1달이상 급격한 조정이 이어지면서 ‘존버’하던 이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는 지난해 수백~수천배 폭등하며 12월 시가총액 800억달러를 돌파, 시총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에 근접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시총은 200억달러 대로 줄었다.

가격 조정은 암호화폐 선물거래 등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한층 강화된 글로벌 규제 여파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이어 지난달 나스닥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예고했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데 이어 암호화폐 관련 국내외 플랫폼을 전면 폐쇄키로 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테더(USDT)와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를 사기와 시세조작 혐의로 조사 중이며, 일본은 최근 발생한 5억3000만달러(5700억원)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과 관련해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신규 투자자 거래를 차단하고 시중은행을 통한 거래 실명제(KYC)를 도입,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다. KYC 시행을 전후해 중국 등 국외투기자본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한때 50%에 달하던 국내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역프리미엄이 형성되기까지 했다.

금융권의 조치도 잇따랐다. 영국 로이드뱅킹그룹과 미국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은 신용카드로 암호화폐 구매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채굴 해시율 2303만조(th/s) ‘우상향’

글로벌 규제 리스크에 위축된 암호화폐 시장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암호화폐의 기반인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을 유지하는 채굴(mining)은 확대일로에 있다. 거래(trading)에 가려진 또다른 세계, 채굴(mining)은 암호화폐 생태계를 떠받치는 활동이다.

해시 비율 : Bitcoin 네트워크가 수행중인 초당 테라 해시수(TH/s, 초당 수조 수). <출처 : blockchain.info>

블록체인 정보 사이트인 블록체인닷인포에 따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수행중인 초당 테라 해시 비율인 해시율(hash rate, th/s)은 지난해 비트코인이 최고치인 1만9000달러대를 돌파한 12월 18일 1694만조(th/s) 였다. 이달 4일 비트코인 가격은 9000달러대로 급락했지만 해시율은 2303만조(th/s)에 달했다.

암호화폐의 운명을 쥔 것도 결국은 채굴자들이다. 법정 화폐와는 달리, 암호화폐 통화 공급은 중앙 은행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은 수학적 문제를 해결, 블록체인 기반을 유지하고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SHA-256 해시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비트코인 발행은 대략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들며, 최대 2100 만 개가 발행될 예정이다. 현재 발행양이 80 %에 이르지만 수학적 난이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해 2020년 이후에는 신규 발행이 현재의 절반이 될 전망이다. 채굴이 끝나는 시점은 이론상 2050년 이후다.

채굴 수요가 늘면서 채굴(해싱) 전용 칩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을 비트메인에 독점 공급해온 대만TSMC는 삼성과 협력키로 했다.

中 비트메인, 채굴 풀 과반 점유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회사는 비트메인(Bitmain)이다. 2013년 우지한(吴忌寒)과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미크리 쟌(Micree Zhan)이 공동 창업했다. 베이징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벤처캐피탈 회사에 근무하던 우지한은 2011년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백서(white paper)를 접했다.

비트메인이 개발한 비트코인 채굴(해싱) 전용 칩 ASIC은 해싱연산에 특화된 집적회로다. 2015년 이후 ASIC 채굴기 없이 채굴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 지면서 전 세계 채굴기 70%이상을 비트메인이 생산하고 있다. 비트메인 계열 특정 마이닝풀(mining pool)에 해싱파워가 편중된 것은 필연적이다.

2월 6일 주요 채굴 풀간 24시간 해시율 분포 추정. <출처 : blockchain.info>

블록체인닷인포 해시율 분포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상위 5개 채굴 풀 분포는 BTC닷컴(26.1%), 앤트풀(18.6%), 비아BTC(11.6%), BTC닷톱(11.2%), 슬러쉬풀(11.2%) 순이다. 특히 BTC닷컴과 앤트풀을 가지고 있는 비트메인은 과반에 가까운 44.7%의 해싱파워를 보유했다. 나머지 해싱파워도 대부분은 중국계 풀의 차지다.

과반을 차지한 비트메인의 영향력이 실제로 증명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8월,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에서 분리(SegWit)된 비트코인캐시(BCH)에 대한 소멸 우려가 제기될 당시 우지한이 BHC채굴 가능성을 언급하자 BCH가격이 급등했다.

한편, 중국 정부 규제 강화에 지난 연말 비트메인은 ‘비트메인 스위스(Bitmain Switzerland)’라는 이름으로 스위스 주크 ‘크립토밸리(crypto valley)’에 서류신고를 마쳤다.

채굴 전망과 위험…입지에 따라 최대 2만달러 격차

경제 이론에 따르면 채굴이 지속되려면 일정기간 자본 비용 이상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해서 채굴자가 자본 비용을 초과한 이익을 달성 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잉여 수익을 얻을 수 없을 때까지 새로운 채굴자가 참여하게 된다. 반면에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낮아서 채굴자가 수익으로 자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론적으로 채굴자는 가격이 상승 할 때까지 채굴을 중단해 매몰비용이 발생하거나, 시설을 처분하게 된다. 즉, 일정기간 평균가격 추이에 따라 시설비, 전기요금 등 자본비용이 이익을 초과 할 때까지 채굴은 계속 될 수 있다.

채굴 시설을 갖춘 후 채굴단가는 전력요금, 기후 등 입지조건에 따라 상이하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와 각국 통계에 따르면 1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 요금은 국가별로 최저 531달러(베네수엘라)에서 최대 2만617달러(한국)에 달한다. 이밖에 기기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이 필요해 온도가 낮은 지역이 온도가 높은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와는 달리 개인이 비트코인 채굴을 시도하는 것은 거래 만큼이나 위험하고 어렵다. 채굴 산업이 대부분 다단계 마케팅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익은 마케팅 비율이 높을수록 악화된다. 또다른 위험성은 채굴 사기다. 악성 소프트웨어가 채굴기에 비밀리에 설치돼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채굴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암호화폐 ‘마이빅코인(MyBigCoin)’과  ‘스프라잇코인(SpriteCoin)’ 등은 다단계 폰지사기, 바이러스로 시스템을 교란하고 댓가를 요구하는 랜썸웨어(ransomware)로 고발되기도 했다.

*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유인은 가격 상승 기대감 외에도 ‘에어드랍(airdrop)’이 있다. 에어드랍은 주식에서 배당과 유사한 개념으로 일정한 기간을 정해 암호화폐 보유자에게 새로운 코인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신규업체가 암호화폐 초기 공개(ICO)전에 사용자 기반 확대를 위한 이벤트다. 예를 들면 지난해 9 월 이더리움(Ethereum) 보유자들에게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 회사 오미세(Omise)가 ‘에어드랍’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