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최대 알트코인(altcoin) 투자국이다. 올해 2월 보험연구원 등 관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가상화폐 투자 금액의 30%를 차지한다. 비트코인(15.3%)을 제외한 알트코인(잡코인) 투자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50~60%대에 이른다.

안정성보다 고수익을 노리는 가상화폐 투자 가운데서도 알트코인 시장은 유례없는 레몬마켓*이다. 정보 비대칭에 따른 역선택과 도덕적 헤이가 주식 등 제도권과 비교할 수없을 만큼 위험하다.  피해규모, 다단계 코인판매, 해외 규제 분석에 이어 세번째 기획에서 ‘감춰진’ 물주·업체·마케팅 커넥션을 중심으로 스캠 등 문제의 원인과 그 여파를 진단한다.

국내 ICO 사기 피해 최대 10조…경기침체 속 ‘스캠’ 기승

# 미국 중국 등 블록체인 ‘기술’ 강국 “가상화폐 ICO 금지”

# 물주·업체·마케팅 커넥션, 못믿을 ‘레몬마켓’ 전락…’백서 미이행’ 집단소송 논의도

# 위협받는 분산화…아마존 클라우드에 둥지 튼 퍼블릭 블록체인

#‘ICO 대박’그 이후…가상화폐 프로젝트 검증

“이런 류의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셈슨 모우(SAM Mow) 블록스트림(Blockstream) CEO

# 가상화폐 ‘애니코인’ 발행업체 T사는 홍보대행업체 ‘크로스웨이브’가 개설한 동명의 가상화폐 홍보채널과 물주(윤 모씨 등)가 동일하다. 한곳은 가상화폐 발행과 마케팅을, 다른 한 곳은 기사형식 마케팅 정보 등을 퍼트린다. 올해 초 이 두 업체는 마케팅 목적 가상화폐 무상지급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들 업체의 관계를 모르는 이들은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해외 가상화폐 전문 평가업체 ‘icobench’ 전문가 평가에서 이 가상화폐는 5점 만점에 1점대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일반 언론사를 통한 유료 기사성 광고를 대거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15일 가상화폐 공개(ICO)를 마친 이 업체는 당시 가상화폐 발행한도를 3010만개로 정했다. 하지만 올해 2월 SNS채널에서는 애초 10억개를 예정했지만 100억개의 발행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10일 비트코인 프로토콜 개발사 블록스트림 CEO 셈슨 모우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런 류의 프로젝트에 왜 블록체인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565억 이상 대형 프로젝트도 92%이상 사기·실패·사멸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CEO 제러미 다이몬(Jamie Dimon)은 최근 미국 경제 전망 논평에서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화폐에는) 흥미가 없다. 정부가 제어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는 종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정보와 출처를 기반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가상화폐 공개(ICO) 92%이상이 문제가 있었다. 연구를 수행한 뉴욕에 본사를 둔 사티스 그룹(Satis Group LLC)은 디지털 자산투자 은행으로도 활동하는 ICO 자문 회사다.

‘사기 ICO’란 홍보활동 중에 투자자에 대한 투명성, 구체성, 정확성을 결여하고 일반적인 ICO로 가장해 가용성,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해당 연구는 최소 시가 총액이 5000만 달러(약 565억원) , 활발한 거래가 예상되는 ICO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는 ICO를 사기(Scam), 실패(Failed), 사멸(Gone Dead), 위축(Dwindling), 성장(Promising), 성공(Success) 6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처음 세 부류인 “실패”그룹은 공개 거래를 형성하지 못했다. 마지막 세 그룹은 상장 이후 최종 결과가 다르긴하지만 규모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등록, 거래되면서 “등록 성공”으로 불릴 수있는 ICO로 구성됐다.

이 연구는 ‘사기 ICO’를 홍보활동 중에 투자자에 대한 투명성, 구체성, 정확성을 결여하고 일반적인 ICO로 가장해 가용성, 수익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실패한 ICO’는 ICO 과정에서 전체 또는 부분 기금을 모았지만 전체 과정을 완료하지 못했고 중간에 버려졌거나 부적절한 ICO 기금으로 인해 투자자의 돈을 환불한 경우다. ‘사멸’은 일반적인 ICO 프로세스를 통해 필요한만큼 자금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른 도전과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거래소에 등재하지 못한 케이스다.

81%사기, 6 %실패, 5 %사멸…92% 총체적 문제

또 다른 ICO 3개 그룹은 다음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성공 기준을 갖고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분산 원장의 유무, 서비스나 플랫폼(앱 /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투명한 프로젝트 로드맵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프로젝트 개발(3 개월 간 Github 코드 기여) 작업을 수행한 경우를 성공 기준(Success Criteria)으로 정했다. ‘유망’은 두 가지 기준, ‘성공’은 모든 기준을 갖춘 경우를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81 퍼센트 ICO가 사기로 밝혀졌다. 또 다른 6 %는 실패 범주에 속하며 5 %는 사멸한 것으로 조사돼 ICO 사기와 실패 사례의 합계는 92 %에 달했다.

전체의 약 8%만이 규모있는 거래소에서 거래(cryptocurrency exchanges)가 됐다. 이중에서도 4.4 %는 감소(Dwindling), 1.8 %는 유망, 나머지 1.9 %가 ‘성공’으로 분류됐다.

연구에서는 성공 그룹에 대한 시가 총액 범위의 범주도 조사했다. 시가 총액 10억 달러가 넘는 24개의 ICO에서는 19 개(79 %)는 성공으로, 5개(21%)는 유망한 것으로, 나머지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 “온라인 코딩 문서만 참고하면 누구나 코인 개발가능”

ERC-20토큰, 적은 비용과 단순 코딩으로 생성

왜 이처럼 가상화폐 사기가 만연하는 걸까.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블로그 스팀잇에서 활동하는 블록체인 개발자 A씨는 “대부분의 토큰들은 ‘OpenZeppelin’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코인 개발 자체는 쉽다. 온라인에서 관련 코딩 문서만 참고하면 누구나 코인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시스템에서 프로토콜에서 정한 수량을 발행한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고정됐고, 블록체인 운영상 합의를 위한 분산화된 거버넌스도 존재한다. 반면 10만여개에 달하는 ‘ERC-20 토큰*’과 ‘알트코인(altcoin)*’ 은 분산화 시스템이 불분명하거나, 집중화된 발행 업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거버넌스도 없이 자의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상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2000년을 전후해 십여년이상 분산된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시장의 절반가까이를 점유, 가상화폐 세계에서 글로벌 통용성을 갖는다. 초기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개발자와 연구 등 목적으로 개발에 참여한 MIT 등 대학연구소 등에서 분산된 네트워크로 운영됐다. 하지만 이후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코인획득(수수료)을 위해 노드를 유지하고 보상을 받는 전문 채굴업체에 대부분의 해싱파워(채굴)가 집중되고 있다.  이밖에 네크워크 안정성과 보안성을 관리하는 비트코인 프로토콜 업체도 존재한다.

반면 일정 비용만 들이면 업체를 통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알트코인 ‘ERC-20토큰’은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다. ‘ERC-20 토큰’ 은 쉽고 간편해 많은 스타트업 ICO가 채택한다. 국내 ICO업체 대부분은 이 토큰을 발행, 자체 블록체인이 없다. 자체 블록체인이 있는 업체도 분산된 노드없이 소수 채굴 전문업체나 아마존 등 IT기업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해 분산원장 시스템을 유지한다. 거버넌스 합의도 없이 애초 정한 발행량을 임의로 늘리는 등 신뢰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메인넷이 없는 ICO는 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A씨는 “코인 개발에 중요한 것은 개발 그 자체보다도 코인의 존재를 통해 특정 산업군을 구성하는 사람들과 회사들의 참여가 독려되고 그로 인해 빠른 시간 내에 기존의 산업구조가 새롭게 재편성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기술적인 사기 치기가 어려워졌다…. 블록체인 기본이 투명성 인데 말바꾸기 등은 문제가 있다.” -고려대 김승주 교수

스캠 검증…조정 장기화에 ‘백서 미이행’ 집단소송 논의도

전문가는 문제있는 사기성 프로젝트가 시장의 버림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외부 강연을 가보면 대중들이 기술적으로 어느정도 알고 있다. 블록체인을 키워드로 기술적인 사기 치기가 어려워졌다. 다시말하면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본다. 블록체인 기본이 투명성 인데 애초 계획과 달리 발행수량을 수십 수백배 늘리는 등 말바꾸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찬식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외 다수의 ICO들이 백서에서 밝힌 로드맵을 이행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술 수준이 낮고 인력도 부족해 개발을 중단하거나 서비스가 연기되고 있다”며 “가상화폐 가격이 조정을 거치면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로드맵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집단소송 등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RC-20토큰의 ‘ERC’는 Ethereum Request for Comments의 줄임말이다. 이더리움에는 이더리움의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유저들이 제안하는 게시판에 해당하는 Ethereum Improvement Proposals (EIPs)이 있다. 20이라는 숫자는 바로 여기에 올라온 글 번호다. 즉 ERC20 은 EIPs 게시판 ERC 카테고리의 20번째 글이다. 이 글은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이 직접 제안한 코인 표준안이다. 구현된 코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인터페이스 규약만 정의돼 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의 처리 속도 지연, 채굴 난이도 상승 등을 해결하려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알트코인들 중 대부분은 비트코인의 변종(포크)으로 비트코인 시스템의 오픈 소스, 원 코드를 변경해 만든다. 이밖에 이더리움, 리플, NXT 등 비트코인의 오픈 소스 프로토콜에서 파생되지 않은 다른 알트코인도 있다.

* 레몬마켓(lemon market)은 경제학에서 정보 비대칭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만이 나돌아다니게 되는 시장 상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