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체내흡수 등 나노물질 융해 연구 적용

국내 연구진이 고체가 액체로 변화할 때 분자 배열이 바뀌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김관표 연구위원(연세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채운 교수팀과 함께 그래핀 위에서 풀러렌(fullerene)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풀러렌이란 탄소 동소체 중 하나로, 탄소 원자들이 오각형 혹은 육각형 모양의 결합을 이루어 구형의 분자를 이룬다. 분자를 이루는 탄소의 개수에 따라 C60, C70 등 다양한 풀러렌이 존재한다.

상전이((phase transition)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상전이를 단일 원자 혹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관찰하기에는 여러 실험적 제약이 존재했다. 특히 액체 상태에서는 분자 배열이 불규칙적이고 각각의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일 분자들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그래핀 위에 풀러렌 분자 결정을 제작함으로써 단일 분자들의 움직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하도록 했다. 풀러렌 분자들은 구형이고, 전자빔에 대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용이하다. 그래핀은 액체 상태의 풀러렌 분자들을 지탱하고, 전자현미경 관찰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노이즈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분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풀러렌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단일 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또한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된 고체 영역과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액체 영역이 공존함을 확인했다.

특히 분자들은 액체 속에서 불규칙적인 움직임인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하지 않고, 주변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발을 딛을 틈이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공간에서 움직이고자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며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주는 모습과 닮아있다.

김관표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모래 알갱이 등 큰 입자들을 이용한 모델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상전이 현상들을 간접적으로 연구해왔으나, 이번 연구로 실제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현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는 나노물질의 여러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추후 의약품의 체내흡수 과정 등 나노입자의 융해 반응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878)에 9월 27일 (한국시간 18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