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화두는 ‘연구과제 중심제도(PBS)’다.

국가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한 PBS 개편안 마련을 위한 자료집(22일 발간)에 따르면 PBS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제기돼왔다.

PBS는 연구사업 기획, 예산 배분, 수주·관리 등 연구관리 체계에서 연구나 사업 과제 같은 프로젝트 단위 중심의 경쟁체제로 운영·관리하는 제도다. 1996년에 출연연 연구비 지원에 경쟁 개념을 도입, 연구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PBS제도는 경쟁체제로 인한 단기 연구 효율성이 증가돼 연구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자료집은 PBS가 정부 과제위주로 흐르다보니 기술 유행을 따르는 단기성과 위주 연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건비 확보를 위한 과도한 과제 수행이 고착화, 중장기 도전 과제 위축과 연구 질 저하 등이 문제로 평가됐다.

실제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을)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2017년 출연연구기관 1인당 과제수행 현황’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일부 출연연은 지난해 1인 연구자가 최대 15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개발 수행 사업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자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를 최대 5개 이내로 하도록 한 국가연구개발공동관리규정(제32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출연연은 개인이나 민간에서 하기 힘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공동연구 참여자가 많은 대형연구가 설립취지에 부합한다. 출연연 연구과제 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분자연료전지 시스템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고장진단 및 처리기술 개발’ 연구에는 617명의 연구자가, 한의학연구원의 ‘생물전환을 이용한 한방처방의 효능강화’ 연구에는 389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연구에 289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연의 연구과제는 소형화 되고, 공동연구 참여자 수도 적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5개 출연연이 수행한 연구사업은 총 7658건으로 한 연구기관 당 306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연구자 수는 한 과제당 약 10명이었다.

또한 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은 출연금 약 1조8800억원으로 비중은 38.4%, 정부수탁예산은 2조2009억원으로 비중은 46.8%, 민간수탁 예산은 3300억원으로 비중은 약6.6%으로 차지했다.

이상민 의원은 “출연연구기관은 출연금 예산이 비중이 높아야 출연연구기관으로써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정부수탁예산 중 상당부분을 출연금 예산으로 전환하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출연금 예산이 최소한 50%이상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최근 발간한 ‘출연연 시스템 전환과 발전을 위한 PBS 제도 개선 방안’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PBS 15주년 특별 점검 설문조사(2011년)’ 결과, PBS 제도가 연구계 전반에 ‘유익했다’는 평가는 9%에 불과했다. ‘피해를 끼쳤다’는 의견은 72.6%에 달했다. 또 PBS가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됐느냐는 질문에는 80% 가량의 연구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으며, ‘관치과학’이 힘을 얻게 됐다는 의견 역시 80%에 달했다.

2012년 설문조사 역시 ‘과기기술 정책이 잘못됐다’며 ‘한국을 떠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0%에 달하는 등 연구현장에서는 꾸준히 PBS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수 의원은 “PBS 개편안을 빼놓고 국가연구개발 혁신이나 출연연 개혁을 논할 수는 없다”며 20년 가까이 운영되어 오며 비정규직을 양산 등 연구현장의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PBS 개선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PBS 혁신 TFT를 구성해 하반기 안에 PBS를 대체할 새로운 연구비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으나, 출연연별로 PBS 폐지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