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신중하고 어렵게 접근해야 한다. 국제정치에는 진정성이란 없다.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외교적인 접근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

“(북미가)셈법이 다르고 가격이 다르다. 핵 동결 첫 단계부터 어긋난 것으로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진정성은 인정한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협상 상대자가 김정은과 트럼프다. 외교안보는 착하면 안 된다. 옳은 방향이 현실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 김근식 경남대 교수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진단과 전망’ 세미나에서는 청와대의 안이했던 인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에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미래안보포럼, 바른미래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지난 2월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진단하고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 중재자 역할을 맡은 청와대의 후속 대응 등을 전망한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를 좌장으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실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 등이 참석했다.

남 교수는 “빅딜을 위한 스몰 딜은 의미가 있지만 스몰 딜을 위한 스몰 딜은 안이하다. 스몰 딜은 CVID 빅딜을 위한 스몰 딜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로 이날 세미나를 시작했다.

첫 발표를 맡은 양 교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회담 결렬이라기보다 합의유예에 가깝다. 양측은 이후 생산적인 논의 진행,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합의문이 마련됐고 양측 지도자의 서명이 미뤄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이 대화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냉각 기간이 길면 양측의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4월중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상반기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회담 결렬 원인으로 제기된 이견 문제를 회담 이후 나온 당사자 발언 위주로 분석했다.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 범위에 대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영변 핵시설 폐기 범위가 분명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핵물질 생산시설”의 폐기만 언급했다. 김 실장은 “영변 400개 건물 중 핵 물질 생산 시설만 폐기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대북 제재 해제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는 “북한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 반면 북한은 일부 해제라고 밝혔다. 우용호 외무상은 “유젠 제제 결의 11건 중 2016~2017 채택 5건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회담 결렬 후 양측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조선 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라고 했으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는 “차기 회담은 지금 말하긴 힘들지만 조만간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위원장과 더 좋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으며 그들도 그들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발언했다. 양측 모두 비판을 자제하며 판을 깨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끝으로 향후 북미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새 길(?) 모색 가능성, 트럼프 탄핵 가능성, 북한 실무자 고위급 처벌가능성, 비건 교체 및 앤드류 김 등장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미국 국내정치,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이어진 토론에서 우정엽 센터장은 이번 회담으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우 센터장은 “회담 결렬 원인을 미국 국내정치의 영향,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으로 보는 것은 현재 상황 분석과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 정치상황이 좋았더라도 이번 북한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북한이 제안한 협상안은 중국도 이해하기 힘든 협상안”이라고 말했다.

“회담 후 트럼프의 이야기를 보면 알파 플러스 영변 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석에 따르면 회담에서 북한이 2016년 (유엔 대북제재 결의)2270호 이후 제제 해제를 요구, 제제에 대한 효과를 역으로 확인한 미국이 추후 회담에서 관련 제제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의 유일한 레버리지가 제제라고 본다. 이것이 미국이 제제와 비핵화 조치의 단계적 비례적 교환 구조 대신 북한 제안에 대해 올인(All-in) 역제안을 내놓게 한 요인이다.

우 센터장은 “북한이 원했던 것은 영변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를 원한 것”이라며 “제제와 체제 보장에 있어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그것이 공개 천명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통해 이번 협상에서 제시했던 안,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무기 시스템 등이 비핵화 대상임을 공개, 청중비용(audience cost)이 극도로 높아져 협상의 기대 수준을 낮추기 힘들게 됐다는 점도 향후 회담의 부담이다.

우 센터장은 “미국은 이후, 타협이라기보다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문제로 보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북한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가가 미국 입장에서 협상 재개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노이 회담 후 진실의 문이 열릴 것이다”

김근식 교수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 대해 “트럼프는 철저히 계산에 의거해 움직였다. 진정성이 아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미의)셈법이 다르고 가격이 다르다. 핵동결 첫 단계부터 어긋난 것으로 쉽지 않다”며 “문제인 대통령 진정성은 인정한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 하지만 협상 상대자가 김정은과 트럼프다. 외교안보는 착하면 안 된다. 옳은 방향이 현실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김정은의 북핵문제 접근은 시간끌기와 살라미 전술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성과로 섣부른 자신감을 가졌다. 제네바합의, 9.19 공동성명에 이어 또다시 영변 핵시설로 대가를 챙기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외교적 성과에 급급할 것이라던 (북한의) 주관적 기대와는 달리 회담은 결렬됐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와 미국은 이미 수 차례 반복된 행태를 간파하고 협상에 임했다.

김 교수는 현재 북한이 핵보유 이후 ‘핵묵인’ 사례인 파키스탄과 유사하다고 봤다. 적국인 인도가 핵을 보유하는 이를 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듯 북한도 남북 분단상황에서 체제생존을 위해 핵에 집착하고 있다. 정권교체와 민주화가 불가능한 독재국가라는 점도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트럼프, 이익지향  vs. 김정은, 시간끌기 

문제인 정부의 북핵문제 접근은 비핵평화 프로세스다. 북이 원하는 안전보장과 평화체제로 한미가 원하는 비핵화와 교환한다는 접근이다. 신뢰 부재 속 프로세스는 트럼프의 이익, 김정은의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위한 시간끌기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가 회담 이후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대외적 안보환경 변화로 핵포기를 견인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면,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변화와 성격 변화로 스스로 안보위협을 해소해 내는 결단이 충분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그 충분조건의 변화, 즉 김 위원장의 결심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지난해 4월 폐기했다. 핵경제 병진노선 완료에 따른 폐기다. 핵무기를 병기화했다는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완료했기 때문에 경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위협이 없는”이라는 표현이 이를 보여준다. 공식적인 개혁개방 노선은 내놓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미 회담은 결렬도 실패도 아니다”

서균렬 교수는 다량의 핵 무기와 세계적인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한 북한 상황에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북한 핵은 70기 많게는 80기 곧 100기가 된다”며 “영변은 빙산의 일각이다. 숨겨져 있는 것이 훨씬 많다. 이것을 북한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세계 최대규모 우라늄(북한 주장 약 400만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이야기고 아픈 이야기지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남궁영 교수는 토론을 정리하며 “북한 비핵화는 해결해야 하나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북한 GDP는 1000달러로 우리가 30배다. 국가 전체 경제적 역량으로는 60배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의) 경제력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정세다. 핵무기가 없어지면 재래식 무기는 남이 우세하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지도자가 이러한 판세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가”라고 의문했다.

이어 남 교수는 “ 북한 비핵화를 신중하고 어렵게 접근해야 한다. 국제정치에는 진정성이란 없다.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외교적인 접근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핵·경제 병진노선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완성을 선언,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했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을 선언, ‘현재의 핵’ 동결과 ‘미래의 핵’ 폐기를 공식 표명했다.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의 소시지 ‘살라미(salami)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두고 이를 부분별로 세분, 쟁점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을 말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목표를 단숨에

관철시키기보다 세부 단계별로 각각에 대한 대가를 받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술이다. 살라미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상력 우위, 신뢰 등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