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생명 현상 규명에 나선 서강대 화학과 신관우 교수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인공세포 구현에 성공했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생화학적 원리와 현상을 실험을 통해 구현한 독창적 연구다.

1996년 7월 5일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 탄생, 2000년 6월 26일 인간게놈지도 밑그림을 완성한지 20여년 만의 성과다.

인공세포 개발은 광합성의 원리, 박테리아의 구조, 세포의 대사활동 등 자연 생명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다. 앞으로 신약실험, 질병치료 연구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생명체의 본질을 탐구해온 과학기술인 신관우 교수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한다.

수상소감.

– 인공세포라는 새로운 분야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에 감사한다. 오랜 기간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함께 고민해 준 서강대 정광환 교수, 성균관대 안태규 교수, 하버드의 연구진, 그리고 누구보다 본 연구의 모든 실험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준 이길용 박사께도 감사한다. 연구결과는 논문으로 결실을 보기에 논문에 참여한 분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연구기반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수많은 기초연구를 함께 수행해준 제자들 덕이 크다.

화학, 생물학, 고분자화학, 재료공학 등 전공자로 인공세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바이오 계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중에서도 생체 계면의 구조 분석 연구를 수행해 왔다. 교과서에는 광합성의 원리, 박테리아의 구조, 세포의 대사활동 등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생화학적 원리와 현상을 매우 명확하게 설명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연의 반응을 기존의 기술로는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다. 실제 세포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꿈이었지만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수많은 후속 연구로 진행될 것이다.

인공세포 구현 연구는.

– 지금까지 세포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막 인지질, 세포막 단백질, 효소나 신호전달 물질 등에 대한 개별 연구는 많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살아있는’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화학적 과정으로 연결되고 제어해야한다. 또 이들 과정마다 생체에너지(ATP)가 필요하다. 식물은 광합성을, 동물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유지한다. 즉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이번 실험에서는 식물과 박테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서로 다른 단백질을 하나의 공간에 넣고 작동하게 했습니다. 식물과 같이 빛을 흡수하고, 박테리아처럼 에너지에 반응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생명체가 처음 만들어지는 원시형태의 세포라 할 수 있다. 생명체가 스스로 진화한 것처럼 지속해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기본 골격이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결과의 사회적 영향.

– 논문이 2018년 발표됐다. 벌써 스스로 유전자를 합성하거나 단백질을 합성하는 내용의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세포와 같은 작은 공간에서 빛이나 포도당과 같은 영양분으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하고, 단백질이 유전자를 복제해 스스로 분열하게 되면 결국 생명체와 거의 흡사한 형태의 세포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최근 합성생물학은 이러한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오케스트라와 같이 조화롭게 결합되면, 사람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인공세포 활용은.

–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이 생명체와 유사한 인공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기초적인 연구에 불과하다. 이것은 실제 고등세포가 수행하는 수많은 대사활동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그러나 생명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갖고, 의학적으로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관련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 인공세포 연구가 원초적인 생명현상을 구현하는 복합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최근 집단적인 인공세포 센터의 설립소식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임페리얼대학과 킹스칼리지는 ‘FABRICELL’이라는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세포막- 단백질-유전자 등 관련 분야 30개 연구그룹을 단일한 센터로 묶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아있는 세포와 인공세포막을 결합해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 테크니온의 연구자들도 인공으로 만든 세포를 암치료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나의 인공세포 반응 관찰에 필요한 전문적인 현미경조차 없어서 다른 기관의 장비를 빌려 쓰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기는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자극으로 이해하고 있다.

학제간 융합연구에 대해.

– 한 연구 집단이 수행할 수 있는 연구 범위는 전문성의 범위와 다름없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기존의 화학-생물학, 그리고 자연과학과 공학의 틀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제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연구도 생명과학, 에너지과학, 그리고 생명공학의 우수한 인력들이 함께했다. 각 전문분야의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동시에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화학적으로는 가능함을 확인했지만, 실제 세포가 빛에 반응해 움직임을 보이는 영상을 촬영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연구결과를 분리해 발표하자는 각 연구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토론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연구의 결실을 보았다.

서강대 바이오계면연구소의 융복합 연구는.

– 세포를 포함해 생체 내 대부분의 생물학적 혹은 화학적인 반응은 그 구조가 다른 물질과 맞닿아 있는 ‘계면’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반응이 일어나는 계면은 물질 내부와 비교하여 분자들의 구성이나 특성이 특별하다. 또 계면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배향 차이로 성질이 변화한다. 인공세포도 세포막이라고 하는 계면에 배향된 에너지 전환 단백질이 외부의 빛을 받아서 세포가 활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계면연구소는 서강대 자연대와 공대 교수들이 함께 이러한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계면의 구조와 특성을 연구하고 이를 통한 응용기술 개발을 목표로 2010년 설립됐다. 작년에 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에 선정, 박사급 전임 연구원 5명과 학연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 인턴십 등을 통해서 바이오 계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실험실 운영, 후학 양성 관련.

– 공동연구를 위해 학생들과 해외 유수 대학에 다녀오곤 한다. 다시 한국의 실험실로 돌아오면, 한국의 대학원생들이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의 경쟁력을 교수들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경쟁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실험실 환경은 과거 1990년대와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첨단연구가 가능한 것은 이러한 시설과 시스템을 노력으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실험환경과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항상 스스로 ‘리더’가 되라는 이야기한다. 동일한 비중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해도, 처음에 나온 작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결과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리더십에서 나온다. 지금은 스스로 수동적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사회에 나가면 언젠가는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책임자가 될것이다. 때문에 실험실이라는 작은 공간, 작은 사회에서도 리더가 될 마음가짐으로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주도하기를 항상 강조한다.

귀감으로 삼는 인물이나 스승은.

– 석사 때 지도 교수이셨던 KAIST 김만원 교수와 박사 지도교수이셨던 뉴욕주립대 라파일로비치(Rafailovich) 교수를 소개하고 싶다. 두 분 모두 물리학을 전공한 분들이다. 두 분의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김만원 교수님은 학생들이 주제를 찾고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라파일로비치 교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방향과 결과를 예측했다. 감사한 점은 공부 시작부터 끝까지 ‘연구자’의 길을 가라고 격려해주시고 길을 열어주었다. 제 어릴 적 꿈은 과학자가 아니었는데, 두 분의 지도 아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마음에 그려보면서 제자들을 바라본다.

궁극적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 인공세포 연구를 시작하기 전인 2008년 중고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대중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주제가 “사람이 만드는 세포의 꿈” 이 었다. 그로부터 딱 10년 만에 이번 논문이 마무리됐다. 아마 이와 관련된 후속연구의 성과가 나오려면 아마 다시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꿈은 좋은 논문을 내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결과라도,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연구주제를 주도적으로 찾는 것이다. 아직도 그 주제를 찾지 못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을 더 하고 싶다.

“ 유망한 학과나 학문분야를 전공하지 않아도, 과학자의 길을 갈 수 있다. 자연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생물학을 해도, 그 속에 물리학이 있다. 또 물리학은 전자공학과, 또 화학은 재료공학과 연관돼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 분야 속에서 새로운 학문을 찾을 기회가 석사-박사과정에서 있다. 따라서 사회 일반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분야가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미래 과학자가 될 어린 학생들에게.

– 공부해온 과정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모범이 아니다. 어릴 때의 꿈도 과학자가 아니었고, 한 분야를 열심히 연구한 것도 아니다. 대학 때 생물학과에 입학해, 여러 계기로 화학과로 전공을 바꿨다. 석사는 물리학 전공 교수께 지도받고, 박사는 재료공학을 했다. 교수로서의 경력도, 대학과 전공도 바뀌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는 매우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지금의 상태가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특히 중고생들은 지금의 입시경쟁으로, 혹은 가정형편으로, 혹은 교과과정이나 주변 환경적 제약으로 원하는 분야의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 수능점수에 맞춰 잘 모르는 학과에 가는 경우도 많고, 또 남들의 권유에 의해서 선택한 길이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유망한 학과나 학문분야를 전공하지 않아도, 과학자의 길을 갈 수 있다. 자연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생물학을 해도, 그 속에 물리학이 있다. 또 물리학은 전자공학과, 또 화학은 재료공학과 연관돼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 분야 속에서 새로운 학문을 찾을 기회가 석사-박사과정에서 있다. 따라서 사회 일반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분야가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정말 좋아하는 학문을 할 기회가 없었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떄 꼭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해보고 그 길을 걸어가기 바란다. 과학이 아닌 어떠한 분야에서라도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