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에서 공에 스핀을 넣어 투구하면 커다란 활모양의 궤적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커브 볼은 핀을 쓰러뜨리는 파괴력이 좋다. 이런 현상은 빛에서도 일어난다.

국내 연구팀이 메타물질에서 ‘광스핀홀 효과’를 수십 배 이상 증폭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POSTECH 기계‧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팀(박사과정 김민경, 이다솔)이 인공적으로 디자인된 메타물질‧메타표면을 이용해 광스핀홀 효과를 증대, 기존 대비 수십 배 이상 빛을 전송할 수 있음을 최초로 구현했다. 이 연구 성과는 최근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포토닉스(ACS Photonics)’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광스핀홀 효과는 빛이 굴절할 때 입사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빛이 이동해 나오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 영역대에서는 수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로 매우 작아 관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광스핀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비등방성이 높은 물질인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이 연구됐다.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은 금속과 비금속을 파장보다 매우 얇은 두께로 쌓아 올린 적층 구조체다. 특정 방향으로는 금속의 성질을, 다른 방향으로는 비금속의 성질을 모두 가지기 때문에 광스핀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존 수평 적층구조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에서는 효율과 광스핀홀 효과는 반비례 했다. 높은 효율과 광스핀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는 없었다. 효율도 0.1% 미만으로 매우 낮아 실질적 응용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수평 구조 대신 수직 적층형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을 이용해 광스핀홀 효과와 그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직 구조는 같은 물질 조합과 두께를 가진 수평 적층형 보다 수천 배 이상의 광스핀홀 효과와 수백 배 이상의 효율을 갖는 것을 검증했다.

광스핀홀 효과가 사실상 존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검출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이 연구를 통해 수직형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을 이용함으로써 광스핀홀 효과를 증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수직 적층형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을 활용한 광스핀홀 효과는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편광에 따른 기능성 광필터, 광센서, 광스위치, 광 분할기(beam splitter) 등의 광소자로 활용 가능해 광집적회로, 광통신 등의 분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준석 교수는 “이 연구는 수직 적층형 하이퍼볼릭 메타물질에서 광 스핀홀 효과를 구현한 첫 번째 사례이며, 광스핀홀 효과를 높은 효율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이 연구를 통해 수직 적층형 하이퍼볼릭 메타물질과 광스핀홀 효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RLRC), 중견연구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ERC),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용어설명

비등방성

물체의 물리적 성질이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 비등방성을 띠는 결정에 빛을 쬐어주면 2개의 굴절이 일어나 물체의 상이 2개가 된다.

하이퍼볼릭 메타물질(hyperbolic metamaterial)

자연에서 발견되지 못하는 전자기 특성을 가지도록 인위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금속성 물질과 유전체 물질이 교대로 층을 이룬 형태.

ACS Photonics 논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