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스티븐 와인버그의 에세이 《제3의 생각》이 발간됐다. 197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그는 87세인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입자 물리학을 연구하며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우주론의 고전 《최초의 3분》(1976년 발간)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2012년 발견된 힉스 입자를 1967년부터 예견했다.

제목의 ‘제3’은 스티븐 와인버그가 그동안 펴낸 에세이 모음집 중 3번째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와인버그가 수년 간〈뉴욕 리뷰 오브 북스〉등에 게재한 글을 모았다. 주제에 있어 여느 때보다 너른 그물망을 던지는 그는 우주론부터 천문학과 양자역학, 과학의 역사부터 현재 지식의 한계, 발견의 기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건넨다.

현대 물리학에서 그가 이룩한 ‘표준모형’ 이론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과학적 발견이다. 기본 입자들 사이의 약한 상호 작용과 전자기 상호 작용의 통일 이론에 기여했고 특히 약력의 중성류를 예측한 업적으로 와인버그는 파키스탄 출신의 압두스 알람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이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강력·약력·전자기력·중력 중에서 중력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자연에서 관측된 상호 작용을 가장 정확히 설명한 이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거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인류 역사상 태곳적부터 제기된 ‘세상/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데모크리토스의 철학적 질문에 화답하는 연장선에서 지금도 과학자들은 분투하고 있다. 천문학에서는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추정할 뿐, 증명하지 못한다.

20세기 전반부, 인간은 물질이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 그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나아가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입자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양성자와 중성자 외에도 다른 입자들이 있으며 그들 사이에는 더욱 심오한 구조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20세기 후반 이후, 물질의 기본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를 입자 물리학이라고 한다. 와인버그는 1970년대부터 우주론과 천체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입자 물리학 연구를 해 왔다.

서문에서 그는 “또 현대 물리학과 우주론의 면면들, 그 역사에 대해 수식과 공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설명” 했다고 밝히며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각주를 달았노라 말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대중에게 과학의 현 단계를 설파하고 싶은 적극적이고 대담한 노학자의 눈을 빌러, 현대 물리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과학이 이룩한 한 시대의 발전상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와인버그는 과학 아이디어들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과학의 성과와 과학 아이디어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중시한다. (본문 245~246쪽)

1967년부터 힉스 입자의 발견을 기다리던 와인버그는 2012년 마침내 발견된 감격스러운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에 대해 글을 기고한다. 그는 힉스 입자의 발견이 왜 기쁜 일인지 어리둥절할 대중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넨다. “병을 치료하거나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직접 활용되지는 못한다. 이 발견은 단지 모든 물질을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이해의 틈새를 메우고, 초기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의 질문에 실마리를 던져 줄 뿐이다.” (본문 162쪽)

과학연구는 정부 예산과 경제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와인버그는 1993년, 역사상 가장 큰 과학 사업이었던 초대형 입자가속기SSC 설립 계획을 미국 하원의 결정으로 지원을 취소당한 적 있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가 대형 강입자 충돌기로 생성하는 에너지량의 3배에 달하는 스케일의 프로젝트였다.

정치인들은 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현실적 중요성을 저울질했다. 하지만 물리학자, 과학자들에게는 세계가 어떤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가에 관한 심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와인버그는 거대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 예산 문제를 꼬집는다. 일반적으로 이론이 앞장서고, 실험이 경쟁하는 두 이론 사이에서 심판의 역할을 할 때에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졌다. (본문 66쪽) 당장의 실용성과 경제적 효용을 넘어 입자들의 비밀을 풀어헤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앎의 의지’에 가깝다.

이 점에서 와인버그는 일반 역사학의 역사관과 조금 다른 견해를 펼친다. 현재의 눈을 들이댄다는 아이디어다. 동시대 역사가들이 가장 조심하고 회피하는 위험한 영역, 곧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85쪽) 과학자들에게 현재의 지식이라는 눈으로 바라본 과학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와인버그의 생각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의 생각과도 상이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생각할 지점을 던져 준다.

과학의 역사는 누가 써야 하는가? 역사가인가 아니면 과학자인가? 나에게 답은 명백하다. 둘 다 써야 한다. (본문 85쪽)

과학의 역사는 방향 없이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이어지는 지적 유행의 역사가 아니라, 진실을 향해 가는 진보의 역사이다. (본문 93쪽)

또한 와인버그는 NASA의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유인 우주선 방식의 과학 연구, 그 계획에 대해 일갈하며 미국 정부의 과학 예산편성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우주 비행사를 달이나 다른 행성에 무사히 착륙시킨 후에 다시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으로 훨씬 많은 탐사를 하는 로봇 수백 대를 보낼 수 있다는 논지를 적극적으로 펼친다.

와인버그에 따르면 NASA는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보내는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통해 드라마틱한 서사로 흥행몰이를 꾀하며 과도한 예산을 짠다.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함이다.(30쪽) 하지만 와인버그는 유인 우주선이라는 구경거리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굳이 우주로 보내지 않는 ‘무인 우주선’ 방식으로도 인류에게 필요한 과학적 발견을 해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과학자가 거대과학에 당위적으로 투자되어야 하는 예산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치는 현실은 어색하지만 한번 곱씹을 만한 대목이다. 대학자의 권위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현실에 발을 담그고 대중을 향해 말을 거는 그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 책에 대한 찬사

‘참여 지식인’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세계에서 이런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유명 학자는 정말 몇 안 되는데, 와인버그는 그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그의 글은 인간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심층적인 과학 지식부터 공공정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거쳐, 역사와 예술까지 아우른다. 압도적인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