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제가 해결하지 못한 암 재발 문제를 극복할 암 치료 원리가 제시됐다.

배석철 교수(충북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암세포가 자살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 원리인 알-포인트(Restriction point) 결정· 집행 과정을 해명, 주요 원인이 Runx3 유전자 기능저하 때문임을 밝혔다.

배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에 Runx3를 도입해 알-포인트를 원상복구,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 시킬 수 있음도 확인했다. 암 발병 과정의 이해와 항암제 개발 전략 수립을 위한 기반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연구다.

한 번 암이 발병했던 환자는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다른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항암제가 듣지 않는 암으로 재발한다. 표적치료를 비롯해 과거보다 우수한 항암제가 다수 개발됐지만 암 재발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들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기능이 파괴되기 때문에 암이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p53의 기능이 복구되어도 이미 발병한 암은 치료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이에 재발 과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해졌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세포분열 과정에 주목했다. 세포가 생명을 지속하거나 사멸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인 ‘R-포인트(Restriction point)’의 진행과정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해, 암의 재발을 막을 방법을 구했다.

알-포인트에서 세포분열과 세포사멸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 세포가 분열 자극을 받으면 Rpa-RX3-AC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며 약 3시간 후 알-포인트 결정이 내려진다. 정상세포에서는 Rpa-RX3-AC 복합체가 Rpa-RX3-RE 복합체로 전환되고 세포분열 또는 세포분화를 시작하거나, Rpa-RX3-AC 복합체가 그대로 유지되어 세포사멸되어야 한다. 암세포에서는 RUNX3(그림의 RX3)가 없어서 적절한 알-포인트 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분열해서는 안 될 세포가 분열하고 죽지 않음으로써 암이 발생한다.

연구팀에따르면 세포분열 과정의 한 단계인 알-포인트(Restriction point)는 세포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단계다. 정상세포는 삶의 결정을 내려 분열과정으로 진행하지만 위험한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비정상 세포가 되면 스스로 죽음의 결정을 내려 자살 과정으로 진행하게 된다.

암은 분열해서는 안 될 세포가 분열하고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음으로 인해 생성되는 세포 덩어리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알-포인트에서 세포가 적절한 삶과 죽음의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이 정상적으로 집행된다면 암은 발생할 수 없는 질병이다. 실제로 연구된 모든 암세포에서 알-포인트는 붕괴돼 있다.

알-포인트 개념은 약 40년 전에 제시됐지만 세포의 알-포인트 결정과 집행은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R-포인트가 붕괴되는 주요 원인은 ‘Runx3’이라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을 밝혀냈다. 암세포에 Runx3를 도입하면 암세포의 자살 결정과정을 원상 복구시킴으로써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배석철 교수는 “R-포인트는 암세포 자살을 유도하므로, 이론적으로 암세포의 효과적 제거 뿐 아니라 다른 암유전자의 2차적 활성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이 원리를 적용해 재발 없는 항암제 개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23일 게재됐다.

*논문명

RUNX3 regulates cell cycle-dependent chromatin dynamics by functioning as a pioneer factor of the restriction-point

*저 자

배석철 교수(교신저자/충북대), 이정원 박사(공동 제1저자/충북대),

김다미 박사(공동 제1저자/충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