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물질과 공기의 결합 통해 제어 가능한 마이크로 패터닝 기술이 개발됐다.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화학과) 연구팀이 액정의 결함을 이용해 마이크론 크기의 공기 기둥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모자이크 만화경(kaleidoscope) 패턴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반복적 모자이크 구조의 형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기초연구로 의미가 있다. 액정기반의 나노 재료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광학 및 화학 센서 등의 응용기술에 다양하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석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하고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대학(University of Ljubljana)의 우로스 트칼렉(Uros Tkalec) 교수와의 국제 공동 연구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1월 2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액정 재료는 손쉬운 배향 제어, 빠른 반응 속도, 이방적(anisotropic)인 광학 특성으로 인해 액정표시장치(LCD), 광학 센서 등에 활용되는 대표적 유기 소재다.

이때 액정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성능 유지를 위해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질의 특성상 액정의 결함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액정의 결함이 오히려 광학적, 구조적 및 탄성적 기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액정물질은 더 이상 LCD 광학 소재의 전유물이 아닌 전기광학 및 센서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용용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액정물질은 고체·액체 특성과 탄성 때문에 결함 구조를 대면적에 규칙적, 일관성 있게 패터닝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마치 도미노처럼 한 부분의 영향으로 전 영역이 변하는 장범위 규칙(long range order)을 갖는다.

공기 층의 사각 및 다이아몬드 패턴에서 형성 된 네마틱 액정의 편광현미경 사진. (A,C) 사각 공기층과 각각 화학적 처리가 된 유리기판과 단순 유리기판 사이의 액정패턴들 (B,D) 다이아몬드 공기층과 각각 화학적 처리가 된 유리기판과 단순 유리기판 사이의 액정패턴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 상태의 공기층이 액정물질을 만났을 때 수직 배향을 유도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마이크로 크기 패턴의 기판과 유리기판 사이에 액정을 주입했다. 공기주머니를 자발적으로 형성, 수십 마이크론 내에서 액정분자들을 사방으로 잡아주는(anchoring)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액정의 결함 구조를 대면적에서 제어해 모자이크 문양의 패터닝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기술은 액정물질이 공기층 패턴 내에서 온도에 따라 변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 속도에 있다. 상전이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액정이 급속으로 성장하며 더욱 균일한 패턴을 형성한다. 반면 느린 상전이 속도에서는 액정물질의 탄성과 공기층의 고정 에너지(anchoring anergy)의 균형이 비대칭적으로 전개되며 불균일한 결함 구조를 만든다.

이런 상전이 속도에 따른 비대칭 및 비가역적 결함 구조 형성은 다양한 비 평형적 자연현상에서도 유사한 패턴으로 관찰된다. 연구팀은 이점에 착안해 물리적 경제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자연현상에 대한 실험 모델로 이번 연구를 접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반도체 물질의 결정 성장에서 형성되는 결함 구조, 블랙홀을 포함한 특이점(singularity)을 형성하는 중력점 간 형성 원리, 응집물리(condensed matter)에서 원자들 간 상호작용 등 넓은 범위의 자연현상에 대해 유사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실험적 모델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B) 빠른 속도 또는 느린 속도로 상전이가 등방성 상에서 네마틱 상으로 진행 되었을 때, 액정패턴 형성되는 편광현미경 이미지들 (C) 느린 속도로 상전이가 진행 될 때 나타나는 다양한 위상학적 전하에 대한 모식도 및 –1/2 결함의 단면도. (D) 비대칭적으로 전개 되며 형성 된 불균일한 결함 구조에 대한 위상학적 전하 지도.

윤 교수 연구팀은 위상결함(topological defect)의 밀도 조절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2차원 모자이크 패턴을 형성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위상학적 결함 구조는 마치 전기의 음양 전하처럼 위상학적 전하(topological charge)를 갖는 음양 결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항상 음과 양이 짝을 이루어 위상학적 중립을 가지려는 규칙을 갖는다.

연구팀은 이러한 액정결함의 물리적 현상을 바탕으로 상기 공기층과 기판의 화학처리를 결합해 규칙적인 배열을 유지하는 동시에 위상결함의 밀도를 조절해 기술을 완성했다.

이러한 면적분할(tiling) 기반의 모자이크 패턴은 다양한 산업 및 실용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포막의 이중구조, 유기탄화시료 및 다양한 무기 결정구조면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액정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국이지만 액정 기초연구는 세계적 수준에 비해 높지 않다”라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국내 관련 기초연구 관심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더불어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사업과 전략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논문명: (영문)Mosaics of topological defects in micropatterned liquid crystal textures, (국문)마이크로 패턴이 형성된 액정의 위상 결함 모자이크 패터닝

*용어설명

액정(liquid crystal)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를 띠는 물질. 고체의 결정성과 액체의 유동성을 동시에 가짐

네마틱 액정상 (Nematic liquid crystal phase)

분자군집 내 일정한 배향정보는 있으나, 그 위치정보가 불확실 하여 특정 배향을 가지면서 유동성을 갖는 결정과 액상의 중간 상태.

분자 내 전기적·광학적 이방성이 큰 물질의 경우, 전기 및 자기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LCD 등 디스플레이 장치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유기소재임.

특이점 (singularity)

일반상대론에서 부피가 0이고 밀도가 무한대가 되어 블랙홀이 되는 질량체가 붕괴하게 된다는 이론적인 점을 말한다. 특이점의 대폭발로 생긴 원시우주는 폭발 후 짧은 시간 동안 지수함수적으로 급격히 팽창하다가 온도와 밀도가 빠르게 떨어졌다.

위상학 (topology)

공간의 구조적인 측면 내지 공간들의 위치 관계들을 우선해 다루는 연구를 말하며 다양한 것들이 서로 합치되는 부분들을 기술하거나 그것들 간에 유사한 구조들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 학문의 어려움으로 인해 2016년 노벨물리학상 발표 당시, 위원회에서는 구멍이 없는 둥근 시나몬빵, 가운데에 구멍이 1개 뚫려 있는 베이글, 2개의 구멍이 있는 프레첼로 예를 들며 “위상학에서는 ‘구멍의 수’라는 딱 한 가지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