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쓰인 액정을 다양한 유기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윤동기 교수(KAIST) 연구팀이 액정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고배향 유기 반도체 기반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4일 밝혔다.

연구는 한문종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 데이비드 왈바(David Walba,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수행됐다.

액정(liquid crystal)은 고체의 결정성과 액체의 유동성을 동시에 지닌 물질로, TV와 컴퓨터를 비롯해 휴대전화기, 전광판 등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액정이 디스플레이의 필수 소재가 된 것은 우수한 자기조립 및 대형화를 가능하게 한 유동성 때문이다. 빛과 온도, 전기장과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액정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LCD 외에 다른 분야로의 응용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우수한 결정질과 대면적 고배향이 쉬운 액정 반도체 소재를 합성해 배향 특성을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Organic Field Effect Transistors)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는 전류의 증폭 작용과 스위칭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 소자 활성층에 유기 반도체 물질을 사용하여 만든 반도체 소자다

또 기존의 용액 공정과 달리 액정 반도체의 유동성을 이용해 손쉽게 일축 수평 배향했다. 고배열 특성을 보이는 스메틱 E 상(smectic E phase)을 통해 무결점, 대면적 고배향의 액정 반도체 박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스메틱 E 상은 유동성을 갖는 결정과 액상의 중간 상태)보다 낮은 온도에서 분자들끼리 최대한 밀집되어 있는 상이다.

유기 반도체에서는 분자들의 배열 및 배향, 밀집도가 전하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용액 공정을 통한 일축 배향으로만 제작되어 용매 증발에 따른 결점이 많이 발생해 전기적 특성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가시적인 복굴절 색깔로 전하이동도 예측할 수 있는 플랫폼

이에 반해 윤 교수 연구팀이 고안한 액정 반도체는 자체의 유동성을 이용해 무결점의 고배향 및 고배열 박막을 제작할 수 있다. 두 개의 편광판만 있으면 가시적으로 전하 이동도까지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플랫폼 제작이 가능하다.

윤동기 교수는 “이러한 액정 반도체는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다른 유기 광전자 소자나 센서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며 “LCD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액정 분자의 우수한 배향 능력을 다양한 유기 소자 및 플랫폼에 적용해 차세대 소자 제작에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및 미래유망기술 융합파이오니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 11월 28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