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자성 물질에서 ‘양자 자성 다체 엑시톤’ 존재가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박제근 전(前)부연구단장(서울대)은 서강대(정현식), 연세대(김재훈), 고등과학원(손영우) 등과 함께 자성을 띤 2차원 물질에서 독특한 신호를 발견, 이 신호가 전자 1개가 여러 원자에 나뉘어 존재하는 양자다체상태의 새로운 엑시톤 임을 밝혔다.

엑시톤은 자유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간 빈자리인 양공으로 이루어진 입자다. 광자를 방출하는 양자상태이기 때문에 양자광원이 필요한 양자정보통신에 중요한 열쇠로 거론된다.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엑시톤은 양자 중첩을 설명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빗댄 사고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전자 1개가 여러 원자에 나누어 존재한다. 이 엑시톤은 이론적으로 예측된 적이 없는 새로운 양자현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는 이번 성과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2.778)에 7월 21일 0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고 밝혔다.


덩치삼황화린니켈(NiPS3)의 결정 구조. 실험에 사용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각 층은 육각형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층간 결합을 이루는 반데르발스 결합은 약해서 쉽게 층을 분리할 수 있다. 강자성과 같이 스핀 방향이 고정돼 있지만, 인접한 스핀끼리 반대방향을 띠어 전체적으로는 자성을 띠지 않는 반강자성 물질이다.
 

연구진은 2차원 자성물질(삼황화린니켈, 이하 NiPS3)에서 결맞음성(coherence)이 매우 강한 엑시톤 신호를 서로 다른 세 가지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 신호 데이터를 계산하여 이번에 발견한 엑시톤이 양자다체상태임을 규명하였다.

면 형태의 2차원 물질은 1차원이나 3차원에서 나타나지 않는 전자 상호작용으로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NiPS3는 자성을 가지면서 얇은 2차원 원자 층으로 분리되는 반데르발스 물질 중 하나다.

NiPS3에서 광방출, 광흡수 실험을 통해 얻은 엑시톤 신호. (a) 2차원 자성 물질에서 방출된 빛을 측정했더니 특정 에너지를 가진 빛이 강한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신호는 엑시톤의 증거인데, 기존보다 결맞음이 10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b) 온도에 따른 신호 폭 그래프. 낮은 온도에서 신호가 매우 좁은 폭으로 분포한다. (c) 광방출 신호의 두께 의존성. (d) 2차원 자성 물질이 흡수한 빛을 측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광방출 실험과 광흡수 실험 결과가 같아야 하는데, 광방출 실험에서 관찰했던 신호(피크 1)가 똑같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물질에 흡수된 뒤 다시 방출되는 빛을 측정하는 광방출 실험을 통해 2차원 NiPS3에서 결맞음이 강한 빛 신호를 발견했다. 이후 빛의 운동량과 에너지 분산관계를 측정하는 공명 비탄성 X선 산란실험을 수행, 고체 내 다른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고려한 양자역학적 이론인 다체 이론으로 이 엑시톤 데이터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최신 양자역학 기반의 다체 이론을 적용하고 방대한 양의 계산을 수행, 이를 공명 비탄성 X선 산란실험 결과와 비교해 이번에 발견한 엑시톤이 양자다체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양자 다체 자성 엑시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양자상태로, 2차원 물질 양자현상 연구에 기여해 양자정보기술 혁명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2차원 물질은 그래핀처럼 층을 쌓아 조립할 수 있어 응용성이 크다. 또 엑시톤에서 발생하는 빛은 양자상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양자정보통신으로 확장될 수 있는데, 이 때 엑시톤이 갖는 양자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엑시톤은 에너지 폭이 매우 좁은, 결맞음성이 높은 신호를 보이는데 초전도체, 초유체 등 특이한 물리 현상들도 결맞음성과 관련이 있다.

박제근 전 부연구단장은 “2차원 물질에서는 특이 양자상태가 매우 드물다”며 “우리 연구진이 개척해서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한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분야에서 또다시 선도적인 연구 성과를 내서 이 분야를 주도했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용어설명

반데르발스 물질 NiPS3

반데르발스 물질은 층 사이가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으로 이뤄져 2차원으로 얇은 층을 분리할 수 있다. 반데르발스 물질 NiPS3는 비교적 고온인 155K에서 반강자성(이웃한 스핀 방향이 반대로 정렬해 전체적으로는 자성이 없고 국소적으로만 자성이 있다)을 띠며 단일층 구현이 가능한 최초의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이다.

층과 나란한 방향으로 스핀이 정렬해 2차원 XY 모델을 따른다. 동일한 구조의 반데르발스 물질인 FePS3는 스핀방향이 층과 수직해 아이징 모델을, MnPS3은 스핀 방향이 자유로운 하이젠베르크 모델을 따른다.

자유전자와 양공

원자에 속박된 전자가 에너지를 얻고 속박을 벗어나면 자유전자라고 부르며, 전자가 빠져나가서 (+) 전하를 띠는 빈 자리를 양공이라고 한다.

쟝-라이스(Zhang-Rice) 양자다체상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산재해 있어, 여러 원자에 동시에 속박되어 있는 독특한 양자상태이다. 고온 초전도체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1988년 처음 등장해 각광받았으나, 후에 고온 초전도체 실험이 더 발전되면서 실험결과와 일치하지 않아 사장됐다.

엑시톤

전자-양공이 전기적 인력에 의해서 결합하는 상태를 엑시톤이라고 부른다. 이런 상태는 직접 밴드갭을 가지는 반도체에서는 늘 형성되는 것으로 광통신 등의 양자정보 통신에 매우 유용하다. 엑시톤 연구는 최근 2차원 물질에서 자주 발견되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 NiPS3에서 발견된 엑시톤은 먼저 자성의 스핀 자유도가 직접적인 관여를 한다. 그리고 이런 스핀 자유도와 함께, Ni의 전자 파동함수가 특수한 양자 다체상태인 Zhang-Rice 상태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