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극저온에서만 가능했던 엑시톤-폴라리톤 응축을 상온에서 구현하고 운동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물리학과 조용훈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100배 얇은 육각형 반도체 막대 구조를 이용해 극저온에서만 형성이 가능했던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양자 입자(엑시톤-폴라리톤)를 응축하고 이의 운동량을 상온에서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고효율의 비선형 광소자부터 양자 광소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현규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광학회의 국제학술지 ‘옵티카 (Optica)’10월 20일 자에 게재됐다.

빛이 반도체 내부의 엑시톤과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성립되면, 서로가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빛과 물질이 지닌 장점을 동시에 갖는 제3의 양자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이 생성된다.

기존 연구에 많이 사용되던 비소화물 기반 반도체의 경우, 빛을 반도체 내부에 오랜 시간 가둬두기 위한 균일한 거울 구조를 만드는 공정과정은 잘 알려졌지만, 열에너지에 의해 엑시톤이 해리되기 때문에 극저온의 실험환경이 필수적인 요소였다.

반면 질화물 기반 반도체의 경우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엑시톤을 형성할 수는 있지만, 거울 구조를 만드는 공정과정이 복잡하고 물리적 요인들로 인해 공간적으로 균일한 거울 구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불균일한 거울 구조는 엑시톤-폴라리톤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연구팀은 거울 구조 대신 질화물 반도체 기반의 3차원 구조인 육각형 마이크로 막대 구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구조를 이용하면 거울 없이도 내부 전반사의 원리를 통해 균일하면서도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빛의 모드와 엑시톤의 강한 상호작용으로 상온에서도 엑시톤-폴라리톤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엑시톤-폴라리톤은 빛으로부터 얻은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질량이 전자보다 10만 배, 원자보다 10억 배 가볍다. 기존 원자를 이용하면 절대영도(영하 273도) 근처에서 에너지가 낮은 하나의 바닥 상태를 모든 입자가 공유해서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는‘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이 관측된다. 연구팀은 질화물 반도체에서 엑시톤-폴라리톤 입자를 형성하여 이러한 응축 현상이 상온에서도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또한, 엑시톤으로부터 얻은 고유 특성으로 기존의 빛과는 다르게 엑시톤-폴라리톤 입자 서로 간의 밀어내는 힘인 척력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레이저 광학 시스템을 이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의 포텐셜 에너지와 이의 경사도를 조절해서 엑시톤-폴라리톤 응축 현상의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와 같은 응축 현상의 운동량 제어는 공간적으로 넓은 결맞음을 동반하기에 양자 소용돌이와 같은 양자 상전이 현상부터 양자 시뮬레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양자현상 제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기술은 구동 전류가 10배 이상 낮은 엑시톤-폴라리톤 기반의 신개념 레이저, 비선형 광소자와 같은 고전적인 광소자뿐만 아니라 초유체 기반의 집적회로, 양자 시뮬레이터와 같은 양자광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상온 엑시톤-폴라리톤 플랫폼으로서 복잡한 저온 장치 없이 이와 관련된 기초연구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작동이 가능한 다양한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용어설명

엑시톤

반도체나 절연체 속에서 여기 된 전자와 양공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인해 결합하여 만든 준입자(quasi-particle)이다. 이 준입자는 중성이며 고체 내부에서 하나의 입자처럼 돌아다닌다.

비소화물 반도체

비소화물 반도체란, III-V족 반도체 중 V족 원소로 비소(As)를 이용한 반도체이다. 일반적인 반도체에 비해 밴드갭이 작은 물질이기 때문에 영하 200 ℃에서 엑시톤 결합이 해리 된다. 발광 파장은 근적외선 대역에 있다. 대표적으로 비소화 알루미늄(AlAs), 비소화 갈륨(GaAs), 비소화 인듐(InAs)이 있다.

질화물 반도체

질화물 반도체란, III-V족 반도체 중 V족 원소로 질소(N)를 이용한 반도체이다. 일반적인 반도체에 비해 밴드갭이 큰 물질이기 때문에 상온 열에너지 보다 큰 엑시톤 결합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발광 파장은 자외선부터 가시광선, 그리고 근적외선까지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질화 알루미늄(AlN), 질화 갈륨(GaN), 질화 인듐(InN)이 있다.

위스퍼링 갤러리 모드 (Whispering Gallery Mode)

빛이 내부 전반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질 내부 안에서 맴도는 광학적 모드이다. 이 모드는 빛보다 음파로서 먼저 발견되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St Paul’s Cathedral 교회의 원형으로 된 미술관에서 최외각에 위치한 A라는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정반대편에 있는 B라는 사람 귀에는 속사이듯이 선명하게 들리는 현상에서 이름이 유래 되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1920년대에 보즈와 아인슈타인이 절대온도 0도에서는 모든 입자가 하나의 바닥 상태를 공유하는 양자 응집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보즈-아인슈타인 응집 이론’이 만들어졌으며, 1990년대에 루비듐 원자로 이루어진 기체로 절대온도 0도 (영하 273도)근처에서 실험적으로 최초로 입증됨으로서 2001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초유체

물리학에서 점성이 전혀 없는 유체를 말한다. 따라서 특정 조건이 만족 된다면 초유체는 마찰 없이 영원히 표면을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초유체는 양자역학적인 현상으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모형으로 기술할 수 있다.

양자 시뮬레이터

많은 자연현상과 첨단 물리학의 문제에서 양자역학적인 모델이 복잡하고 대규모이기 때문에 정확히 풀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런 모델에 상응하는 간단하고 제어 가능한 양자역학적인 시스템을 구현하여 그 모델의 해답을 유추하거나, 해답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양자 시뮬레이터라고 한다. 현재까지 극저온 원자, 핵스핀, 초전도회로, 반도체 스핀, 엑시톤-폴라리톤 등의 다양한 물질들이 양자 시뮬레이터에 도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