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첨단기술에 허용적이고 포용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와 글로벌 시민을 위한 커뮤티니를 만들고자 합니다……디지털 여권, 디지털 ID를 제공하는 것은 디지털 세계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시장에서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게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국회 강연 中

핀란드 헬싱키에서 페리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인구 131만명의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등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전자정부 거버넌스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있다. 2007년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정부, 전자ID 서비스를 구축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블록체인 논문보다 빠르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디지털 국가혁신’을 주제로 게르스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연설은 국회 미래연구원(원장 박진)과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대표의원 김부겸 김태년)’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여시재(이사장 이헌재)가 주관했다.

이달 초 한국을 찾은 49세 최연소 여성 대통령 게르스티는 이화여대 명예박사 수여, 관련 포럼에 이어 이날 국회 강연회에 참석해 ‘디지털 강소국’으로 부상하는 에스토니아 정부의 혁신을 소개했다.

강연에 따르면 중산층이 많은 ‘평범한 나라’ 에스토니아는 남한보다 넓은 면적에 인구는 130여 만명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 정부는 인구를 늘리고 산업을 키우이 위한 일환으로 외국인에게도 전자 영주권을 발행한다. 현재까지 발행 현황은 154개 국가에서 3만3438명이 신청, 5033개 기업이 설립됐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일은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국가를 개방하고 글로벌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전자영주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토니아에서는 소상공인들이 행정 업무를 보기위해 관청이나 기관을 쫓아다니지 않아도된다. 디지털 오피스는 365일 24시간 개방된다. 집, 해변 어디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면 기술 활용과 도입을 꺼리된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기술이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면 기술 도입을 꺼리게 된다. 디지털 여권, 디지털 아이덴티티(ID) 을 제공하는 이유다. 디지털ID는 디지털 세계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시장에서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 세금 시스템도 대부분 디지털화됐다.  디지털ID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이다. 95%의 시민이 온라인으로 세금을 신고하며 5분이면 가능하다. 전자서명만으로 GDP를 2% 절약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정부와 디지털 행정서비스가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편화된 정보접근권과 소프트웨어 교육의 강조가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국이 무료 와이파이 존이다. 2000년 국가에서 ‘인터넷 접근권을 인간의 권리’로 선언했다. 2012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전 학년 코딩교육을 도입했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우리는 기술 발달이 아닌 기술 이해와 활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다른점이 있다면 단지 허용적이고 포용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와 시민사회를 위한 커뮤티니를 만들고자 한다”며 “EU도 디지털 여권을 채택할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에스토니아는 30년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 당시 매우 가난했다. 에스토니아의 혁신은 생존전략이었다”며 “우리는 에스토니아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혁신으로 시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들도 하게 됐다. 그 중 한가지가 시민들의 유전자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점차 서유럽 수준으로 소득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우리의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길 설득, 보안시스템을 통해 정보 제공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줬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병원의 건강 정보를 누군가 사용하면 시민들은 즉시 관련 내용을 전달받는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하진 않는다. 회사들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기술의 사용을 환영하는 일이 우리가 한 일”이라며 “디지털 행정서비스 ‘이레지던스’는 앱스토어 플랫폼처럼 범용적이다.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 법인설립 등 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경제발전은 시장뿐만 아니라 공공부분에서도 혁신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스토니아의 80%의 소득은 수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한국도 위대한 디지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당신들의 방법으로 그것을 하길 바란다”며 “디지털 공공 생태계가 구축되면 경제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위대한 디지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당신들의 방법으로 그것을 하길 바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박진 국회 미래연구원장 사회로 아이콘루프 김종협 대표, 해시드 김서준 대표, 김지한 한빗코 대표 등의 질문에 게르스티 대통령이 답했다.

김종협 대표는 “올해 초 탈린에서 이레지던스 발급받아 사업기회 찾아보던 중”이라며 “디지털 기술의 문제에서 법률환경이 중요하다는데 동감한다. 한국정부는 디지털 에셋이나 가상화폐에는 조심스럽다. 에스토니아 상황이 궁금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제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고싶다”고 질문했다.

김서준 대표는 “혁신적 산업육성 정책을 도입할 때 기존 산업 강자들과 마찰이 있는 것 같다. 우버가 규제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듯 기존 산업규제로 모빌리티 스타트업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 블록체인도 관련 정책을 만드는데 있어 기존 산업강자와 이해관계가 어긋나 산업발달을 어렵게 만든다. 에스토니아는 어덯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지한 한빗코 대표는 “정부가 법적 준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블록체인산업초기에서 정부와 민간 기구 역할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플로어에서는 “블록체인과 사회 빅브라더 위험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우리가 한 일은 민주주주의의 약속을 기술적으로 온라인에서 구현했을 뿐”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게르스티 대통령은 “우리가 한 일은 민주주주의의 약속을 기술적으로 온라인에서 구현했을 뿐”이라며 “사용자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채택을 위한 법적 준거틀 마련 시 공정한 참여와 자율을 보장했다”며 “우리는 초기부터 관련 규제를 준비했다. 모든 참여자를 규제하지만 모든 기술과 자본에 공정하게 자율을 보장하고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는 블록체인이 궁금하기보다 서비스를 원한다. 현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찾는데 촛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보안 측면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게르스티 대통령은 “새로운 시스템은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새롭게 개발되는 배송 로봇과 기존의 운전자는 기술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현재 기준에 맞춰 규제를 고수하기보다 기술이 안전하게 발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시민의 의지에 따라 도입 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해 시민의 의지에 반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정당은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정부를 시작할 때 기술적으로 정보보호가 안전함을 사용경험을 통해 확신을 주는 게 필요했다. 범죄, 의료 등 완전히 개인화되고 데이터 소유권도 보장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블록체인 기반 2세대 전자정부/디지털ID 시스템…사토시 나카모토 논문보다 1년 앞서

한편, 에스토니아는 소비에트 연방국가 중 하나로, 1991년 독립 후 성장동력으로 벤처 육성에 촛점을 둿다. 인터넷 영상통화 솔루션 ‘스카이프’를 만든 스카이프 테크놀로지가 에스토니아의 기업이다. 전자정부도 선도해왔다. 1999년부터 신분증 대신 디지털 ID(1세대)도입을 준비해 2002년에 도입, 2007년 이후 블록체인 기반 2세대 전자정부/디지털ID를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블록체인 논문(2008년)출시 시점보다 1년 빠르다.

디지털ID로는 결혼과 이혼, 부동산 매매 등의 일부 행정절차를 제외한 99%의 행정 절차를 처리할 수 있다. 교육 현장이나 의료, 행정 처분(경찰), 전자투표, 인터넷 쇼핑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절차에 디지털ID가 활용된다. 직접 관공서에 가지 않아도 각종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암호화 역시 강점이다. ID와 비밀번호 등의 다양한 정보가 일치할 때 디지털 ID를 사용할 수 있다.보안 기술은 구축 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디지털ID 도입 이후 전자영주권을 만들었다. 전자영주권 부서에는 전문가를 요직에 앉혀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전자영주권의 장점은 EU 법인 설립이다. 전자영주권과 법인 설립은 사이트에서 할 수 있으며 200유로, 15분 만에 완료된다. 발급된 디지털ID 실물 카드는 대사관이 아닌 수령센터에서 수령하면 된다.

이 전자영주권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은행계좌 역시 쉽게 개설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는 1302건이 발급됐고, 전 세계적 167개국에서 4만6919명이 전자영주권을 발급받았다. 법인은 4800여 개가 설립됐다.

유럽의 실리콘벨리…내외국인 세율 20% 동일, 사회보장세 1.6% 개인기업 33%

현재 에스토니아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른다. 수도 탈린의 탈린공과대학에서 많은 벤처들이 탄생, 투자 자금도 몰리는 중이다. 어린이들에게 로봇을 활용한 코딩 교육을 제공하며, GDP의 7%를 교육에 투자 중이다. 영어 사용 비율도 높다.

법인세율은 20%로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기업이 성장할 때, 발생한 매출을 재투자하거나 계좌에 넣어놓으면 세율을 매기지 않는다. 이를 주주에게 배당 시 20%의 세금을 매긴다.

토지세에 있어서는 건물에 대한 세금은 없지만 토지에 대한 세금은 있다. 지자체별로 세금이 다르나(0.1~2.5%) 수도인 탈린은 최고 세율인 2.5%를 부과한다. 전자영주권과는 무관하다.

가장 큰 세금으로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가 있다. 개인에게는 1.6%를 걷지만 기업에게는 33%를 징수한다. 이 모든 세율은 EU의 기준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