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성취하는 일은 세상을 직접적으로 대면해 체험하는 깨달음의 근간입니다. 미래를 향한 기술 발전의 최우선 목표는 인간에게 몸과 함께 삶의 성취를 제공하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일이 노역으로 전락하지 않고 문화적 활동이 되도록 일과 인간의 협력을 중재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는  21일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2018 미래융합포럼’ 기조강연에서 ‘아직 오지않은 인간에 대하여’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말했다.

2017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부문 수상작 ‘포스트휴먼이 온다’ 의 저자인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인본적 전환을 모색,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미래를 삶의 의미와 노동 측면에서 논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문학적 태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정부는 기술중심에서 사람 중심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을 표방하지만 캐치프레이즈 대비 사람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며 “철학은 사태를 다르게 보는데 기여한다.  사람을 물체나 기계로 본다면 사람을 수단화하기 쉽다. 사람을 동물로 본다면 사회는 정글화 하게된다”며  ‘인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니체는 ‘인간은 자신의 삶이 살아야할 의미가 분명하다면 어떠한 고난도 견디어 낸다’고 말했다. 인간은 살아야 할 의미가 불분명하다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도 죽는다.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살율이 폭증한 통계는 이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으로의 귀환입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새로운 눈은 근원을 향해가는 귀환의 길에서 탄생합니다.”

그럼 창조적 미래에 어떻게 다가야 하는가.

강연에서는 오늘날 깊이 있는 성찰이 없는 것이아쉽다며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y Cornet, 1852.06.25 ~ 1926.06.10)를 언급했다. 그가 남긴 바르셀로나의 위대한 건축물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됐다.  1920년대 당시 기능주의적 건축기조와 달리 그는 카탈루니아의 전통 건축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며 역사와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 서양 전통뿐만 아니라 동양, 마야와 잉카 등 고대문명 등에서 모티브를 따와 건축물에 반영했다. 그 결과 예술에 가까운 독특한 건축물이 완성됐다.

이 교수는 “가우디는 ‘창조는 끊임없이 예술가들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독창적인 것은 근원으로의 귀환을 뜻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으로의 귀환이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새로운 눈은 근원을 향해가는 귀환의 길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모든 인간은 무엇과도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독보적 존재다……모든 인간의 탄생은 기적(initium)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년 10월 14일 ~ 1975년 12월 4일)

강연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은 ‘트렌드’, ‘비전’ 중심 접근이 있다. 미래를 논의 하려면 비전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미래는 따라가는 시간이 아니다. 앞서가는 시간이다. 현상학에서 시간은 희망과 기대를 품는 인간에게만 존재한다고 사유한다. 물체, 기계 차원 혹은 절망에 빠진 인간에게는 미래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오지 않은 인간’에 대해 세가지 비전으로 ‘인공지능(AI)의 아바타’, ‘인공지능을 이식한 죽지 않는 포스트 휴먼’, ‘죽음을 인정하면서 본래적 자신을 향해 사는 존재’를 제시했다.

먼저 인공지능 아바타는 알파고 대국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알파고를 대리한 바둑 기사의 모습과 같다. 인공지능의 아바타가 되는 미래 인간의 모습이다. 구글 2040년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공지능을 이식한 불사의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신체, 두뇌 등 모든 기능을 기계가 대체하는 비전이다. 구글 인공지능 연구를 리드하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웨일(Ray Kurzweil) 등의 주장이다.

죽음을 인정하면서 본래적 자신을 향해 사는 존재는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년)가 언급한 인간에 가깝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유비쿼터스 시대의 발판을 마련한 잡스는 리드대 철학과를 중퇴(1972-1973)했지만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CEO가 됐다.

그는 ‘인간만이 죽을 운명의 존재자다. 다른 것은 다만 소멸할 뿐. 죽음을 미리 앞서서 깨달으면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살게 된다’고 말했다. 숙명적인 죽음에 직면해서는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레이 커즈웨일은 죽음을 결함으로 본다. 제거해야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반면 스티브잡스는 죽음을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말한다”며 “두가지 미래 비전은 트랜스 휴머니즘과 네오 휴머니즘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트랜스 휴머니즘(Trans humanism, 초인간주의)은 생명공학·유전공학이나 사이버네틱스(사이보그 기술)·나노과학(나노머신) 등의 기술들을 통해 인간의 지능적·육체적 한계 또는 유전이나 외부 요인에 의한 장애 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인공 장기, 사이보그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인터넷 등을 이용한 정신적인 확장을 인간 강화(human enhancemant)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오늘날 기술과 권력, 자본은 트랜스 휴머니즘에 집중하고 있다. 테크노퓨처리즘에 입각한 과학기술 결정론적 입장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을 개조, 죽음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몸의 존재론적 의미를 상실, 신(호모 데우스)을 지향하는 비전이다.

이에 비해 오늘날 네오 휴머니즘(Neo humanism, 인문주의)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다. 인간은 실존적 존재론적 허무화에 직면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추구한다. 성숙의 미학을 강조한 이 접근은 인간과 자연, 생태적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이 교수는 미래 인간에 대한 두 접근법의 차이에 대한 예시로 “와인을 화학적으로 구현한다면 수십만 병씩 동일한 제품을 대량생산 가능하다. 반면 일련의 시간과 하늘, 땅, 인간, 자연을 통해 ‘신의 눈물’로 접근하는 것이 심미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일이나 모레나 또 그 언제라도 다시 똑같이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매 순간의 귀중함은 그것이 우리 삶에서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삶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중요하다.”

-로베르트 슈패만(Robert Spaemann), ‘도덕과 윤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철학과 현실사)

오늘날 상황은 두 비전이 현실에서 전자기기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구글은 증강인류 추구, 구글 글래스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초기에 각광을 받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인간의 눈을 기능적으로 렌즈로 접근한 오류(데카르트)다.

반면 애플(아이폰, 아이패드)은 다른 접근을 취했다. 기기보다 사용하는 사람을 중심에 둔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채택했고 유비쿼터스 혁신을 가져왔다.

트랜스 휴머니즘이 사회적으로 적용되면 어떨까.

현재 추세대로 대도시 중심의 스마트시트는 아파트의 초고층화, 드론배송의 보편화가 미래가 될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해보자. 하늘은 초고층 아파트와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유인 드론과 무인 배송 드론으로 뒤덮일 것이다.

또 다른 스마트 시티는 과거의 귀중한 유산을 현재적으로 재해석해 미래에 전승하는 것이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은 옛 도심의 건축물 등을 문화 유산을 유지한 채 실시간 첨단 ICT기술을 접목해 자전거 주차공간 찾기 서비스 도입, 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람 없는 미래를 향하는 4차 산업혁명 우려

인공지능 시대 미래 일자리 논란은 유토피아 대 디스토피아의 소모적 예언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교수는 “낙관적 입장에 서더라도 일자리 위험이 없다는 리스크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은 무엇인가. 철학자들은 ‘인간이 하는 일은 깨달음의 근본적 형식이자 세상을 유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여 깨닫는 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일을 할 때 행복하다. 먹이를 구하는 생존활동을 넘어 인간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더하는 웰빙의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일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가며 지혜를 체득한다. 삶의 주인이 되어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일은 인간의 삶과 미래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을 잃은 사람들은 삶이 지루해지고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일을 잃은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중독에 빠지는 이유다.

이 교수는 “일 없는 사회의 위험은 여기서 비롯된다. 인간만이 일(Work)을 한다. 로봇은 다만 작동(function)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로봇윤리와 인공지능 측면에서 자동화는 기술 중심, 인간 중심 두 버전이 있다. 인간 중심 접근은 인간을 돕는 기술로 자동화 되더라도 인간에 핵심적 역할을 남겨둔다. 기술 중심완전 자동화 접근에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져 일과 사회 중심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 교수는 “니체는 인간은 자신의 삶이 살아야 할 의미가 분명하다면 어떠한 고단도 견디어 낸다고 말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1년 1만500명이 자살을 하고 700만이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은 살아야 할 의미를 창조하면서 그 실현을 향해 일하는 존재여야 한다. 몸으로 성취하는 일은 세상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며 체험하는 깨달음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연대와 사회적 영향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에서는 투기로 흐르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나아렌트를 언급)우리는 어느 누구도 우리 모두보다 스마트하지 못하다. 엘리트를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엘리트는 허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