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호주-남아공 공동 연구진이 DNA 추적과 古기후 연구로 현생 인류의 출현과 이주 과정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호주, 남아공 연구진과 함께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이주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이 20만 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해 13만 년 전의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음을 규명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3.070) 온라인 판에 10월 29일 새벽 1시(한국시간) 게재됐다.

공동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를 밝혔다. 현생 인류란 현존 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말한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음은 이미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L0의 후손)은 남부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하기 때문이다.

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남아프리카에 남아있는 L0 유전자 그룹 후손들은 인류 유전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분을 갖고 있다. 많은 개인으로부터 획득한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통해 연구진은 L0 그룹의 하위계통 발생 연대표를 재구성했다. 유전자 계통 지도로부터 유전적 발산 시간을 추정하면 과거 이주들의 연대표를 재구성할 수 있다.

L0는 현대 유전학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약 20만 년 전, 현생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L0는 현생인류 최초 어머니에서 처음 갈라져 나온 혈통으로, 현재도 L0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연구진은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기존의 1,019개 표본으로 작성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다. 새 연대표에는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이 추가됐다.

유전자 하위 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들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하여 최초의 이주 경로와 발상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특히 IBS 연구진은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연구진은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음을 밝혔다. 세차운동이란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약 21,000년 주기로 회전하는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약 13만 년 전에 발상지 북동쪽(잠비아, 탄자니아 지역), 약 11만 년 전에 남서쪽(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형성돼 이주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 및 경로와 일치해,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했음을 알 수 있었다.

L0 그룹의 하위 계통과 이주 지도. L0 미토게놈(미토콘드리아 DNA) 그룹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뿌리의 직계 혈통이다. 연구진은 L0 하위 계통의 분화 연대표를 기후 연구와 결합해 이주 시기와 경로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계획이다.

*용어설명

미토콘드리아 DNA

오직 어머니 쪽에서만 유전되는 특징이 있다. 세대에 걸쳐 서서히 변화를 축적하며 조상 어머니들의 시간 캡슐처럼 작용한다. 서로 다른 개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하면 그들의 혈통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L0 혈통

인류 전체는 미토콘드리아DNA 기준으로 L, M, N 등 3개의 주요 그룹으로 나뉜다. 인류는 L 집단 내에서 L0과 L1-6로 최초로 갈라졌다. 그 중 하나인 L3는 M과 N집단으로 나뉘었고, M과 N은 20여 개의 하위그룹을 낳았다. 인류의 가장 깊은 뿌리에 해당하는 L그룹은 아프리카인으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기원이 아프리카임을 나타낸다.

미토콘드리아DNA를 공유하는 인류 그룹은 발견된 순서대로 알파벳이 매겨졌다. 현재 아메리카에는 A~D와 X 그룹, 유라시아 동쪽에는 A~G와 Y, Z그룹, 서유라시아에는 H~K와 T~X그룹, 오스트리아 부근에는 P, Q, S 그룹, 아프리카에는 L0~L6 그룹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