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국내 의료비는 GDP 대비 성장률이 2.6배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최대 50% 이상 의료비 절감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의료진에 따른 서비스 편차가 축소되고, 정확도는 향상돼 의료서비스 성과가 최대 40%까지 향상될 수 있습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가톨릭 빅데이터통합센터장 김대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장)가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8 빅데이터 매직 컨퍼런스’ 강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김 교수의 ‘보건의료 현장을 바꾸는 임상 빅데이터’발제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82세 이상인 우리 국민은 생애 중에 평균 17.5년간 병을 앓고 있다. 노인 1인당 연 평균 진료비는 450만원, 국민 전체는 150만원에 달한다.

타 산업분야 대비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산업은 산업적, 공익적 편익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절감으로 인해 체감 효과가 큰 사업이다. 빅데이터는 의료 서비스 수준을 향상한다. 현재는 의료진간 실력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투약, 처치, 수술 등 의료 행위의 정확도가 천차만별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의료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방대한 규모의 의료관련 데이터이자, 의료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해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분야는 바이오이미징, EMR(EHR), AI/IoT, 바이오뱅크, 유전체분석, 바이오뱅크 등을 포괄한다.

빅데이터 매직 컨퍼런스 ‘보건의료 현장을 바꾸는 임상 빅데이터(가톨릭대학교)’ 발제 자료.

“화두는 ‘공공선'(Public goods)’입니다. 재단에서 이익이 아닌 ‘공공선’을 목적으로 빅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다학제간 열린 접근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라는 교황의 메시지와도 맞아 떨어졌죠. 이같은 내용으로 빅데이터 비전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국내 최대 민간 보건의료 빅데이터 역량을 갖추고, 빅데이터 전문센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원은 국내 최대 단일 의료기관으로, 동일 EMR을 사용하는 8개 부속병원서 7% 이상 국민의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한 다른 대형병원과 달리 의사결정 단계를 2단계로 간소화, 데이터 관련 업무 창구를 일원화해 빅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 중이다.

빅데이터통합센터(이하 센터)는 재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가톨릭학원 재단은 센터구축 및 관련 사업에 총 300여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의료원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센터를 보건의료 빅데이터 허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내년 개원예정인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인공지능 영상센터를 특화사업으로 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매직 컨퍼런스 ‘보건의료 현장을 바꾸는 임상 빅데이터(가톨릭대학교)’ 발제 자료.

보건의료 분야 빅데이터 전문센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의료의 기반이며, 데이터 유통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이 분야 빅데이터 시장은 AI기술과 결합 시 높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데이터 표준, 규제, 예산 등의 이유로 활성화 되지 못해왔다.

이처럼 자제적으로 빅데이터 센터를 준비해온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 ‘2018년 빅데이터 네트워크 전문센터 구축 사업’ 공모에서 보건의료 분과 유일의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8월말 센터를 개소, 초기 핵심 인원은 의료원 3명 등 실무 인원 약 15명으로 데이터 표준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분석 인원을 중심으로 꾸렸다. 컨소시엄 참여인원을 모두 포함하면 40여명 규모다. 컨소시엄 참여 기관은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의료정보학교실, 가톨릭의료원 HIS제공사 ‘평화이즈’, 법무법인 세종, 메디블록, D2S 등 이다.

“빅데이터는 중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 증가나 환자당 진료 시간 축소와 같은 방식의 양적 경쟁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료 서비스 고도화로 질적 향상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올해 ‘알코올 사용장애’,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등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맟춤형 임상 데이터 분석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당뇨데이터도 추가 활용할 계획이다. 전국에 병원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조만간 8개 병원 데이터를 통합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가 확보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 적용이 가능하다.

동종·이종 간 데이터 교류 확대 목표

센터는 동종·이종 간 데이터 교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병원 EMR 도입 비율은 92~1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데이터 교류는 병원간 8%에 불과하고 타 산업과 연계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 선진국은 이 부분에서 크게 앞서 있다. 미국 의료기관은 동일 EMR을 50% 이상 채택, 병원간 데이터 교류가 원활하다.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R&D를 확대, 의료분야 빅데이터 전문센터 설립과 정밀의료계획 추진을 통해 백만 명 이상 코호트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영국은 구글 딥마인드 헬스 프로그램 일환으로 보건의료서비스 개발 지원 전담 독립기구(NHS Digital) 지원 하에 데이터를 별도의 동의 없이, 비식별화를 거쳐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통한 과학기술, 의료 선진화를 추진 중이지만 관련 각 기관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호환성이 부족해 활용 성과가 낮다.

“향후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 산업간 데이터 공유로 미래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병원 진료 데이터와 개인 일상생활 데이터를 통합해 국가 보건연구, 인공지능, 신약개발 및 개인에 최적화된 건강관리 서비스에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가공 처리 및 품질 확보를 위한 표준화 작업은 필수다. 센터는 이를 위해 공동데이터모델(CDM) 기반 후향적 연구 목적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파트너 병원들이 분석결과를 공유하는 연구 네트워크 인프라 확산, 오픈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영리보다 신뢰가 우선

이종 산업간 데이터 공유가 활성화 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가능하지만 부처간 다른 입장은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데이터를 오픈, 다른 분야와 연계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대형 의료기관과 보건복지부는 데이터 개방에 비우호적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센터 통해 임상, 영상, 유전 데이터 등 품질을 고도화하고 익명화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데이터 표준화로 호환성을 개선, 가톨릭 통합전산센터와 K-ICT 빅데이터센터를 연계하면 기업, 스타트업이 사업화를 위해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희귀병 환자들의 경우 각 병원서는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희귀 질병 연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영리보다는 신뢰를 우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공공의료 데이터는 진료비 청구 데이터 위주입니다. 진료 경과, 영상, 임상관련 자세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가톨릭 빅데이터 통합센터의 데이터는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공공 데이터를 연계하고, 이종 산업 데이터를 결합하면 활용성이 극대화 될 것입니다.”

김 센터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센터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센터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육모세 연구원은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보건의료 데이터 공개와 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데이터 외부 공개 및 활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현행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센터 운용시 어려움은 병원 내부 거버넌스의 문제도 있다. 데이터 공개에 비우호적인 태도나 추진 주체, 방식, 사용 표준에 대한 호불호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