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는 동식물의 DNA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 기술로 생명과학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2012년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크리스퍼 카스나인 (CRISPR/Cas9)이라는 인공효소를 이용해 염기서열 일부를 잘라내는 방법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3세대 유전자가위 시대가 열렸다.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의 핵심기술인 유전자가위의 효과성을 예측하는 인공 지능을 연구한 생명공학자이자 의사이다.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의 삶을 선택한 김 교수. 그가 이야기하는 연구자의 길은 실패를 수용하는 과정이다. 김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결과가 자기 생각과 다르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치료로 연결되는 연구를 통해 환자,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사명이라고 말하는 김 교수의 연구 이야기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먼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윤성로 교수님과 민선우 학생, 그리고, 우리 실험실의 김희권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효율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활성이 좋은 유전자가위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유전자가위의 활성을 측정하는데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윤성로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몇 분 안에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법 개발 및 관련 연구가 수월해 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관련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닥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했습니다. 이때 유전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줄기세포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어, 환자유래 줄기세포로 해당 질환을 치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전자를 바꿀 수 있는 유전자가위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포닥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 온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가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을 구축한 연구 성과도 소개해주세요.

‐ 유전자가위는 유전자의 어떤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지에 따라 절단 효율이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에 절단 효율이 높은 부위를 표적하도록 가이드RNA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유전자가위 효율 예측 시뮬레이션은 정확도가 낮아 연구자들이 직접 수많은 가이드RNA를 제작하고 실험을 통해 일일이 효율을 측정하는 과정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데요. 유전자가위의 효율이 높아지면 앞으로 차세대 유전자 치료법 개발을 비롯해 우수 품종 농축수산물 개발 등 관련 연구들도 보다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부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나노과학기술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나노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의사가 아닌 연구자의 삶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 두 가지 이유로 생명공학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과학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왜 좋아하는지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과학이 좋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의학을 한계를 실감한 경험 때문입니다. 현대 의학이 매우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질병은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의과대학 3학년 병원 실습과정 중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푸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기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연구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의대를 졸업하고 연구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유전자가위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연구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교수님만의 연구영역을 구축하고 앞서나갈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해주세요.

‐ 비결은 따로 없는 것 같고, 그냥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이듯 일을 제대로 하려면,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전 능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라도 많이 투자하려고 했습니다.

유전자가위와 같은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연구윤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생명공학 연구자가 견지해야 할 연구 자세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과정이 중요합니다. 연구를 진행할 때 기관윤리위원회 등을 통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최근, 중국의 연구자가 이러한 과정을 통하지 않고 몰래 유전자 편집 아기 연구를 수행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없어야 합니다. 결국, 모든 연구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실험실 연구원들과 함께한 김형범 교수.

창의적 연구와 함께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연구는 혼자서는 하기 매우 힘들지만, 같이 하면 즐거운 과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같이 연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입니다.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의 힘입니다.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며, 매우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연구에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귀감으로 삼으시는 인물이나 스승이 계신가요?

‐ DNA 서열결정(sequencing) 기술을 개발해 낸 생어(Sanger) 박사와 우리나라에서 실용과학을 연구하신 정약용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좋은 연구를 하셔서 한국 과학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신 선배 과학자들에게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님과 서울대/IBS 김진수 교수님 등 세계적인 과학자분들이 한국의 위상을 높여 주셨습니다. 그 외 연구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국민의 한 명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무엇인가요?

‐ 결국 환자의 치료로 연결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저의 연구로 단 1명의 환자라도 살릴 수 있거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연구는 결국, 우리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어린시절 꿈을 찾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어린 시절 몸이 약해서 병원을 많이 다녔는데, 의사 선생님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의대 진학을 결정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우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용기를 가져야 과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과학의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며, 자신이 생각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꿈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끝까지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