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국내 최초 64K D램 개발부터, 2014년 20나노급 4기가 D램 세계 최초 개발 및 양산, 2017년 3차원 V-NAND 플래시 메모리 양산,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세계 최초 14나노 핀펫 및 극자외선(EUV) 적용 7나노 제조공정기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 역사에는 김기남 부회장이 늘 함께했다. 30년 이상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진력해 온 김기남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전문가이다.

반도체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IoT, VR/AR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3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전문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리더로 자리매김한 김기남 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상소감.

국내 과학기술분야 최고의 명예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기까지 지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반도체 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제가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연구에 매진했던 선후배 연구원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

오늘날 삼성전자를 포함, 대한민국의 IT기술이 글로벌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자리에 계신 선후배 과학기술인들의 도전정신, 특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나아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과학도로서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상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더욱 경주하라는 격려와 응원이 담겨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미래 혁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도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이자 경영인이다.

연구개발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기에 반도체 개발에 있어 끊임없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과 기업의 연구개발 현장에서 기초과학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훌륭한 과학기술자들이 많지만 연구원으로 입사 후 관리직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연구개발은 기술 변화와 창조적 파괴가 수시로 일어나는 분야이자 학회 활동 등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사실 회사의 급한 현안과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로 결정한 이상, 연구개발이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초심을 품고 30년간 한 길을 걷다보니 감사하게도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수여받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국내에는 존경할만한 반도체 연구개발 리더들이 정말 많고, 삼성전자 내에서 이룬 결과도 모든 연구원들이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수 없이 많은 날들을 반도체와 함께 해 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0여년 전 1메가 D램을 개발한 일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했지만, 내부적으로 기술이 축적되지 않아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의 연구팀과 국내 반도체연구소의 연구팀에 각각 1메가 D램을 개발하도록 하는 경쟁체제를 가동시켰고, 몸 담았던 국내팀의 기술이 채택됐다. 이것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개인에게는 본격적인 반도체 인생이 열리는 순간이었고,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 1번 항목인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를 가슴에 품은 시점이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엔지니어의 자세를 배웠다.

이후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메가에서 기가, 지금의 테라바이트급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 과정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그 당시 연구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연구에 매진했던 기억은 인생에 있어 가장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추억이다.

반도체 기술과 미래.

– 반도체의 혁신은 인류의 삶과 생활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 혜택을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데이터 중심의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함께 세상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반복적이며 일상적인 삶의 비효율적인 부분은 최소화하면서, 초(超)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우리의 삶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는 스마트한 세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비록 아직 반도체의 수준은 인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엄청난 크기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했던 에니악에서 손 안에 들어오는 저전력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는 인간의 기억, 사고, 인지능력을 뛰어넘기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의 인공지능 기술이, 지금과는 다른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디자인, 설계 등을 포함한 공정, 혁신 소재, 설비 등 반도체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반도체 분야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키려면.

사람이 핵심이다. 우수 인력의 확보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 및 유지에서 가장 중요하다. 학계와 기업 모두 우수 인력이 자신의 전문성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나아가 과학적 원리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토대를 지원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수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산학협력 분야를 수학·물리·화학 등 기초 이학 분야까지 확대하고, 대학이 미보유한 고가 장비와 첨단 공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국내 대학의 반도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추구하는 철학이나 좌우명은.

지난 30여년,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처음 입사해서는 선배들의 지원 속에서 반도체 개발의 최일선에서 밤낮없이 뛰었고,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그런 치열한 과정 속에서 30년 정도 되니, 어떤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됐고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인으로서의 시야도 생긴 듯하다.

30여년전, 낯선 이름이었던 반도체 소자를 미래 유망 분야로 선택하고, 열정과 믿음을 바탕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Never Give Up” 정신을 마음에 새긴 것이 오늘의 저를 가능하게 한 밑바탕이 됐다.

미래 과학자, 학생들에게.

과학기술 영역은 기술변화와 창조적 파괴가 수시로 일어나는 분야인 만큼 더욱 발 빠르게 기술과 지식을 섭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과학기술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왕도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그것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