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전기가 통하도록 설계·합성한 2차원 자석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김준성 연구위원과 POSTECH 화학과 심지훈 교수, 신소재공학과 최시영 교수 등 국내 공동 연구진은 상온에서 자성을 띠는 철-저마늄-다이텔루라이드(Fe4GeTe2)를 설계·합성하고, 이를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층으로 떼어내 2차원 자석을 만들었다.

2차원 자성체를 설계한 최초 사례로 전기전도성까지 부여하는 데 성공해 향후 차세대 스핀 소자에 활용이 기대된다.

신물질 합성은 대부분 우연의 산물이다. 무수히 많은 화학 조성을 시도한 끝에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지만, 이를 시험하기 전에는 특성을 알 수 없어 특정 기능을 갖도록 계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물이 기존 물질보다 뛰어나리란 법도 없다. 최근 수 년 간 고체물질 계산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신물질이 될 수 있는 구조나 그 특징을 미리 계산할 수 있게 됐지만, 이렇게 설계한 물질을 합성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구진은 스핀정보소자에 유리한 2차원 자석을 설계하기 위해 연구를 기획했다. 2차원 물질은 스핀 정보의 생성·전달·조절을 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꼽히는데, 이 중 스핀 정보‘생성’에 필요한 강자성을 띠는 2차원 물질은 매우 드문데다, 대부분 전기가 흐르지 않거나 극저온에서만 자성이 발현돼 응용성이 적었다.

연구진은 한 층씩 떼어낼 수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 중 철(Fe)원자가 포함된 물질에 주목했다. 철 원자 때문에 자성을 띠면서 전기가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층간 결합을 약하게 만드는 텔루륨(Te) 원자를 넣어 원자 한 층을 분리하기 쉽게 했다. 연구진은 전자구조 계산을 통해 11,0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철 기반 후보물질의 안정성과 자성을 예측했다. 그중에서 2차원으로 분리할 수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 후보를 3개 찾아냈고, 체계적인 소재 합성을 통해 예측한 물질 중 Fe4GeTe2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개발된 Fe4GeTe2의 특성을 측정한 결과 이 물질이 강자성을 나타내는 온도는 0~10℃로, 기존 2차원 자석이 –200~-50℃ 부근에서 자성을 띠는 데 비해 매우 높았다. 수 나노미터 두께 층으로 떼어냈을 때도 강자성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스핀 상태가 열에 쉽게 변하지 않아 스핀 정보 보존에 유리하다. 또한 다른 2차원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향후 서로 다른 2차원 물질을 접합해 만들어질 스핀정보소자 연구에 활용이 기대된다.

공동 제1저자인 김덕영 연구원(중국고압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계산이 어려운 자성 물질 설계 및 합성에 성공했으며, 특히 세 가지 원소로 이뤄진 삼원계 화합물 설계가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김준성 연구위원 (POSTECH 물리학과 부교수)은 “물질 설계와 합성, 소자 제작 및 측정을 아우르는 이번 연구는 국내외 다양한 분야 연구진의 협업으로 가능했다”며“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자성이 더 강한 2차원 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2.804)’지에 1월 18일 새벽 4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