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껍데기의 진주층(nacre)을 모방해 인공광합성 소자를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류정기 교수(UNIST)와 김병수 교수(연세대) 공동연구팀이 산화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정교하게 조립한 인공 진주층으로 인공광합성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켰다.

인공광합성은 식물이나 조류의 광합성처럼,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그러나 효율적 인공광합성을 위해서는 백금‧이리듐 등 희귀금속 또는 전이금속 촉매가 필수적인데, 기존에 연구된 촉매는 제조비용 및 효율성에 제약이 있어 실용화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금속을 극소량만 사용하면서도 촉매 활성이 높은 분자 형태의 촉매에 주목했다. 특히 분자촉매를 물 분해 반응이 일어나는 전극 표면에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전복껍데기 진주층 구조를 모사했고, 전극의 효율도 2.5배 가량 크게 증대시켰다.

전복껍데기의 진주층은 탄산칼슘과 유기물이 교대로 겹겹이 쌓인 구조이다. 이때 키틴과 같은 유기물이 접착제 역할을 하여, 판상의 탄산칼슘을 고정시키고 전복껍데기의 강도를 향상시킨다.

복껍데기의 진주층과 개발된 인공광합성 촉매 비교.
(A) 무지재 빛깔의 전복껍데기 진주층(nacre) 사진.
(B)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진주층의 미세구조 : 탄산칼슘과 유기물 접착층의 층상구조를 확인 할 수 있다.
(C) 광전극 표면에 산화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진주층처럼 구성한 모식도 : 빛을 흡수한 반도체 광전극은 전자 및 정공을 생성하고, 이 때 진주층 내의 산화그래핀을 통하여 정공이 매우 효율적으로 물분해 분자촉매에 전달되어, 물분해반응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D-E) 산화그래핀/분자촉매 진주층의 초미세 구조 :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산화그래핀/분자 촉매 층상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E의 층상구조에서 흰 부분은 산화 그래핀 층을, 검은 부분은 촉매 층을 가리킨다.

이러한 구조에 착안해, 연구팀은 분자촉매와 유기물을 전극 표면에 층상으로 쌓았다. 이때 활용된 유기물은 산화그래핀으로, 분자촉매와의 정전기적 인력을 통해 전극표면에 순차적으로 쌓일 수 있다. 특히 산화그래핀은 접착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전극에서 생성된 전하를 촉매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해준다는 것도 밝혀졌다.

류정기 교수는 “이 연구는 높은 효율의 인공광합성 소자를 자연모방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설계‧개발한 것이다”라며, ”향후 저탄소 녹색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 국제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1월 22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고 한국 연구재단이 밝혔다.

*논문명

Interface Engineering of Hematite with Nacre-like Catalytic Multilayers for Solar Water Oxidation

*저 자

김병수 교수(교신저자/연세대), 류정기 교수(교신저자/울산과학기술원), 전다솜(제1저자/울산과학기술원), 최영규(제1저자/연세대)

김병수 교수(교신저자/연세대), 류정기 교수(교신저자/울산과학기술원), 전다솜(제1저자/울산과학기술원), 최영규(제1저자/연세대).*상세 연구내용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인공광합성 반응 중에서, 물의 광전기화학적 산화반응에 주목했다. 물분해 산화반응은 광전기화학적 화학물질 생산에 필요한 수소이온(H+)과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산하고자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무관하게 필수적인 반응이다.

광전기화학적 물분해 효율의 향상을 위해, 기존에는 희귀금속(이리듐, 루테늄 등)이나 전이금속(코발트, 철, 니켈 등)의 고체화합물을 물분해 촉매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촉매들은 광전극표면에 쉽게 성장/고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 및 반응효율 측면에서 큰 제약이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기존 고체화합물 촉매와 다른,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에 주목하였다. 기존 촉매의 경우 고체표면에 노출된 금속원자만이 촉매활성을 띠는데 반해, 분자형태 촉매는 분자 내에 포함된 대부분의 금속원자가 촉매활성을 띄게 된다. 따라서 분자형태 촉매는 반응효율 및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의 고체화합물 촉매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분자 촉매를 고체 광전극 표면에 효율적/안정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어려워 인공광합성 소자 개발에는 드물게 사용되어 왔다.

공동연구팀은 전복껍데기에서 발견되는 진주층의 구조 및 생성 매커니즘에 착안,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를 광전극 표면에 효율적으로 조립/고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무지개색을 띄는 전복껍데기의 진주층은 탄산칼슘과 유기물이 번갈아 쌓여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 때 키틴과 같은 유기물은 판상의 탄산칼슘 미세결정들을 접착/고정시켜 진주층을 형성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진주층이 쉽게 부서지지 않고 탄성을 가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그림1 A, B참조).

이러한 원리에 착안하여 키틴과 탄산칼슘 대신,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산화 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이용하여 전극 표면에 진주층과 같은 판상의 구조를 만들었다. 양전하를 띄는 작용기로 개질된 산화 그래핀 용액과 음전하를 띄는 분자촉매 용액을 광전극표면에 번갈아 노출시켜, 산화 그래핀과 분자촉매를 진주층 형태로 조립/고정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산화 그래핀은 분자형태 물분해 촉매를 광전극 표면에 쌓기 위한 접착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광전극에서 생성된 전하(전자 및 정공)를 촉매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물분해 촉매반응 효율을 더욱 향상시키는 역할을 함이 밝혀졌다. 이렇게 조립된 진주층 모방 광전극은 이전보다 2.5배 이상 향상된 광전기화학적 물분해 효율을 보였다(그림1 C, D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