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여왕로 불리는 리기산(Mt. rigi)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추크(Zug)시는 스위스 중북부에 위치한 Zug주(canton)의 중심 도시다. 전통적으로 낙농업·목축업·과수 재배가 활발하고, 식품·섬유·금속 공업이 발달한 이곳에 IT산업의 미국 실리콘밸리를 표방한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메카 ‘크립토밸리(cryptovalley)’가 자리했다.

1인당 GRDP 15만CHF, 일자리 넘치는 ‘추크’

1 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으로  주요 도시인 제네바(98k), 취리히(97k)를 제치고,  바젤(169k)에 이어 2위에 오른 추크(153k)의 성장에는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이곳을 찾는 회사를 반겨온 시 정부의 역할이 크다.

추크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 세제와 법령을 마련했다. 최소한의 합리적 규제, 풍부한 고급인력, 발달한 금융산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이유로 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UBS, Credit Swiss 등 주요 은행이 자리한 추크는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wiss AG),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등 재단 설립지로 유명하다. 지난해부터 수백개의 블록체인 업체가 앞다퉈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기 ASIC칩 제조 업체이자 전세계 채굴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트메인(Bitmain)이 이곳에 지사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시청사를 방문해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블록체인 크립토 외교관’ 돌피 뮬러(Dolfi Müller) 시장(president)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2007년 부터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왼편 추크(zug) 시청사와 분수대.

-스위스는 은행과 금융업으로 유명하다.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법률 측면이다. 스위스는 은행 및 금융업에서 법적인 확실성을 바탕으로 비밀보장, 개인정보 보호라는 뿌리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자본을 가지고 온다. 작은 나라지만 은행은 많은 고객의 자본을 보유하고있다.

두번째로 스위스는 은행업과 금융업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다. 한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성공한 나라인 것처럼.

추크시는 친절하고 접근 가능하며 이곳을 찾는 기업들에 대해 소통과 협력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스위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기업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와 크래딧스위스(Credit Suisse)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 1912년 설립된 UBS는 시가총액과 영업이익에서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이다. 크래딧스위스가 그 뒤를 잇고있다.

2016년 기준 추크 시에 자리잡은 블록체인 회사와 재단 지도.

-크립토밸리가 만들어진 계기와 역사가 궁금하다.

4년전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이곳에 와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말하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았다. 스위스는 분권화가 잘 돼 있는 나라다. 이 부분이 이들이 말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인 분산화된 시스템(분산원장, distributed ledger) 의 성격과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젊은이들이 시 대표자 5명(Executive Stadtrat with 5 member)에게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소위 암호화폐로 불리는)을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후 시는 금융 분야에서 40년이상 완벽하게 작동해온 스위스의 자율규제 전통에 따라 개방된 자세로 이들에게 원하는 일을 우선 해보도록 했다.

추크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비트코인의 사용도 공식 인정했다. 시 당국도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지난해부터 디지털 신분증명(digital ID)을 대학(루체른 응용과학대학교 IFZ Bucher 교수) 등에 컨설팅 받아 도입했다.

블록체인은 활용가능한 분야가 매우 많다.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게 되어서 기쁘다.

– 중국 비트메인이 지난해 지사설립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한국 회사들도 이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몇 개의 관련 기관이 설립됐나.

알다시피 비트메인 유럽지사가 추크시에 설립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강한 규제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 때문이다. 비트메인은 큰 회사지만 이곳에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기업은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한국 스타트업 회사도 몇 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규제강도가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시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 약 150여개 스타트업 기업이 크립토밸리에 자리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는 이들 업체 지사와 재단 설립을 긍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조건적인 허용은 아니다. 당국과 기업은 공동으로 공정한 사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위스 자율규제는 중개자에 의한 제3자거래,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실명확인(KYC) 등에 대한 필수적인 규제를 포함한다.  규제에 있어서  관련 협회 및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해 자율규제를 하고있다.

 

시청에서 언덕을 향해 올라가면 추크 시내와 호수를 내려다 볼수 있다.

– 크립토밸리와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 하기위해 기울인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시는 비트코인을 수용하고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분인증(디지털 ID)을 적극 도입하고 스마트 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한 온라인 디지털ID는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 , 예비 실험) 중이다. 시 정부의 모든 부서가 현재 단계별로 디지털ID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도서관 카드 없이 책을 빌리고, 시 자전거 대여(Stadtvelos)시 입금없이 쉽게 서비스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디지털신분 인증과 더불어 추크에서는 스위스 철도회사인 SBB와 셀프 드라이빙 버스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용 중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통행량과 최적 경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2016년에는 크립토밸리 스타트업과 은행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추크시는 2016 년 7월에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통한 공공요금 결제를 도입했다. (시의회는 ‘등대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2016년 5월 사명 선언문 ‘Stadtidee Zug’에서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최대 200CHF까지 공공요금을 비트코인으로 지불 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이 시작된 이후 시에는 200~3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크립토밸리 기업과  연구소(Lab)에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모임을 개최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될까 잘 몰랐지만 각 주체들은 자율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일을 하며 매우 성공적으로 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지금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에서 2000개 이상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아직 시작 단계로 개방성과 융통성을 가지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다.

추크 시청 인근 공공도서관 일대와 교회.

-이곳에 지사, 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절차와 요건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기업법 등 관련법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트러스트(trust), 파운데이션(foundation)을 만들었다. 특정 목적으로 만든 기금 운용에 자율을 부여하는 것은 스위스의 오래된 전통이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센드박스(sandbox)제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 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기관(FINMA)은 새로운 핀테크 사업을 허가하며 돈을 대여하지 않고 제3자의 기금을 받는 것에 한정된 기관에는 은행보다 완화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추크 시내 전경. <출처=추크시 영문 홈페이지 www.stadtzug.ch/en/>

-블록체인과 관련한 시의 비전은

블록체인은 새로운 기술이다. 은행 등 중개금융 기관이 없이도 개인 간 금융거래를 활성화하고 신용카드가 없이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가치가 더해진 인터넷으로 활용범위가 다양하다. 다이아몬드 산업, 물류, 금융, IT, 자동차 등 산업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도 추크시가 블록체인 산업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지만  4~5년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은 있다. 투기 거품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 됐고 몇차례 거품이 꺼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통한 시의 디지털화,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경험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있다. 특별한 계획없이 ‘일단 해보자’는 개방적인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미래지향적인 ‘스마트시티’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됐다.

크립토밸리 협회를 통해 하루에 많게는 10건의 블록체인 기업의 가입 신청이 들어온다.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좋은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지 않은 회사는 당국이 허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이들과 협력하면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성공할 것이다.

한국은 강한 규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좋은 규제를 해야 한다.

추크 시장 “강한 규제 한국, 좋은 규제 해야”

집무실에서 만난 추크 시장 돌피 뮬러(Dolfi Müller).

집무실 곳곳 서류더미

전자투표 테스트 등 시민친화적 디지털화 프로젝트  추진

이상,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끝으로 시장의 집무실과 5명의 시 대표자들이 회의를 하는 곳을 둘러봤다. 시장 집무실은 마치 교수 연구실을 연상케 할 만큼 좁고 간소했지만, 서류가 쌓여 있었다.
5분후 다른 미팅이 있다는 그에게 다음에 다시 오면 못 나눈 이야기를 더 하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시장은 인터뷰 질문지에 자필로 답변할 내용을 성실히 준비했고, 형광팬으로 주요 내용을 표시해 독일어를 못하는 취재진을 위해 영어로 설명했다. 시가 최소한의 인원으로 기업과 취재진의 눈높이에 맞춰 간소한 절차만으로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편, 시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 투표도 준비하고 있다. 시 정부가 발간하는 메거진 ‘Stadtmagazin’에 따르면 시 의회는 2018년 봄 이후 설문 조사와 협의를 거쳐 투표에 디지털 ID를 도입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전자 투표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전자 투표로 유권자들에게 질문하고, 유권자들은 찬반투표가 아닌 차별화 된 의견을 낼 수 있다.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분명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추크시의 디지털화 전략은 추적 가능하고, 간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민 친화적인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전자 정부와 도시 행정을 위한 디지털화다.

* 스위스 규제 센드박스

핀테크(암호화폐 포함) 회사는 100만 스위스프랑(CHF, 한화 11억 5000여만원)까지 FINMA의 은행 허가를 받지 않고 공공 계좌를 보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할 수 있다. 단, 자금세탁 방지(AML)규정은 준수해야 한다. 핀테크 기업이 관리하는 전체 펀드 규모는 1억CHF(1161억원)을 넘어선 안된다. 새로 허가를 받는 기업은 수탁받은 펀드의 최소 5%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해야 하며, 30만CHF(3억원) 보다 작아선 안된다.

<출처=세계경제포럼(WEF) 홈페이지>

*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 보고(2016-2017)에서 스위스는 세계 1위에 올랐다. 경제와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기업이 주도하고 지방정부는 최소한의 양질의 규제로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중앙정부는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이 8만불을 넘는 스위스에서도 가장 잘사는 지역이 추크시다. 추크시는 주민이 약 12만명인 추크 주정부(Kanton)의 중심지다. 추크주 기업은 3만1000여개, 일자리는 10만5000여개가 넘는다. 2016년 말 기준 추크시의 인구는 3만 여명으로 30%의 인구가 외국인이며 실업률은 2%대다. 지난해 기준, 추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스위스 평균의 2배에 가까운 15만3000CHF(1억7000여만원)이었다.

2016년 7월, 추크시는 세금(tax)이 아닌 도시요금(fee) 지불에 디지털 통화를 받기 시작했다.
추크시를 미래 기술로 혁신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시의회는 비트 코인(bitcoin)을 최대 200CHF까지 소량 지불 수단으로 추가했다. 급격한 변동성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는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스위스 화폐로 변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