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영하 250도 액체 헬륨 활용…영하 170도 액체질소 가능성

꿈의 에너지이자‘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발전의 핵심연료인 중수소를 보다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마리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오현철 교수(경남과기대), 최경민 교수(숙명여대), 마이클 허셔(Michael Hirscher) 박사(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영하 170도에서도 중수소 분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절대온도 근처인 영하 250도 가량에서만 수소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해 극저온 도달을 위해 고가의 액체헬륨(3만원/리터)을 사용해야 했으나, 영하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분리가 가능해지면 훨씬 경제적인 액체질소(600원/리터)로 냉각시킬 수 있게 된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연료이자 원자력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동위원소란 원자번호는 같지만 중성자 개수가 달라 무게 차이가 나는 원소다. 이들 동위원소가 서로 섞여있는 혼합물은 극저온에서 물리적인 차이를 보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에 불과하다. 중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가벼운 동위원소보다 무거운 동위원소가 좁은 공간을 더 빠르게 확산하는 다공성 물질의 양자체(Quantum Sieving) 효과, 특히‘운동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면 마치 체로 거르듯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저장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고온 중수소 분리 시스템(FMOFCu) : 극저온에서 수소 기체에 노출됐을 때, 작은 개구(2.6Å)는 닫혀있고, 큰 개구(3.6Å)만 열려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작은 개구가 열리면서 고온에서도 운동 양자체 효과를 얻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극저온 환경에서 수소 크기에 매우 근접한 기공에서는 수소(H₂)보다 무거운 중수소(D₂)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산 속도의 차이는 77K(-196℃) 이하의 극저온 조건에서 6옹스트롬(Å, 1Å=10억 분의 1㎝)보다 작은 기공에서 일어날 수 있다. 중수소 분리에 가장 적합한 운동 양자체 효과가 나타나는 기공 크기는 직경 3.0~3.4Å 정도라는 게 실험적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100 K 이상의 고온에서는 이 효과를 적용하기가 어려워 고온에서도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공 구조를 가진 시스템 개발이 절실했다.

연구팀은 극저온에서는 닫혀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서서히 열리는 기공을 가진 다공성 물질을 이용해 더 무거운 중수소만 고온에서 기공을 통해 분리되도록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 Chemical Society)에 11월 21일 게재됐다.

*운동 양자체 효과(Kinetic Quantum Sieving Effect)

저온에서 무거운 동위원소는 가벼운 동위원소보다 좁은 공간을 더 빠르게 확산함으로써 마치 체로 거르는 것(sieving)처럼 동위원소를 분리할 수 있다는 것. 1995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의 빈아커(Beenakker) 교수는 중성자 개수가 작아 가벼운 원소일수록 더 큰 드 브로이 파장(de Brogile wavelength)을 가지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빨리 빠져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