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그 잠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는 AI, 로보틱스 등 세계 R&D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한국은 AI와 첨단기술이 제기하는 일자리 자동화 등 노동, 환경, 경제사회적 위협에 대해 문제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28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포용적 성장과 한국경제’ 초청경연에서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이같이 강조했다.

콜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센터와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소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삭스는 ‘빈곤의 종말’, ‘공동의 부(Common Wealth)’,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 등 관련 저서를 출간, 빈곤퇴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장해왔다.

강연 초반 제프리 삭스는 35년전 한국에 방문 경험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한국 방문시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삭스는 당시 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박사 학위를 받고 KDI 등에서 일하고 있다며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그가 SDG 어젠다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날 제프리 삭스의 핵심 주장은 글로벌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SDGs는 경제 발전과 빈곤해소, 지역 사회를 살리는 정책과 사회적 신뢰 증진, 환경보호 등을  목표로 한다.

제프리 삭스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로 시스템 및 인식의 변화와  AI 등 기술 혁신, 디지털 혁명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SDGs 실현을 위해 경제, 사회, 환경, 거버넌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삭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경제에서 한국은 기술적 역량을 보유,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다양한 이노베이션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에 따르면 오늘날 한반도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대국 일본과 이웃해 지정학적 불안정성의 중심에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삭스는 “현 시대, 글로벌 경제는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G20 국가들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광저우 G20 정상회의에서는 균형 잡힌 포용적 성장을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 등 모든 가용한 수단을 총 동원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제프리 삭스는 “한국은 이처럼 복합적인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위협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환경의 위협도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몇달간 사상 유례없는 허리케인을 겪고, 코스타리카 등 수 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프리 삭스는 “글로벌 환경 위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반면 UN 파리 기후협정 이행은 늦어지고 있다. 환경 위협은 무역전쟁 등과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 정세변화 속에서 193개 UN국가들이 경제개발과 SDGs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 ‘SDGs 어젠다 17(2015년 9월 제70차 UN총회 채택)’은 빈곤과 기아 퇴치, 보건, 교육, 불평등 해소, 물과 위생, 에너지, 경제 성장과 일자리, 기후변화 대응, 정의로운 포용 사회, 생태계 보호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제프리 삭스는 “국회와 정부가 17개 SDGs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글로벌 성공은 한국 등 각 국가의 성공에 기반한다”며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은 SDGs를 선도하는 국가다. 포용적 성장은 시장경제 속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를 보장하고, 경제 성장 혜택은 공정하게 분배돼 소득 양극화가 해소,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주변 국가, 동북아가 SDG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곤국가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행히 많은 목표들이 달성되고 있다. 한국은 교육분야에서 아주 뛰어나다. 의료체제가 훌륭해 평균수명이 높다. 미국은 40%가 비만이지만 한국은 4%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강연에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하는 도전들도 언급했다.

제프리 삭스는 “국회에서 영향력 있는 지위에 여성들이 많이 없다. 5번째 SDGs는 양성평등을 말한다. 한국은 남녀간 임금격차도 크다고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근로시간도 길다. 비슷한 경제 수준의 UN 국가들보다 월 100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부담이고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은 높지만 장시간 노동은 사회 전반에 부담이다. 연간 한국은 2000시간을 일한다. 유럽 국가들이 많은 시간을 휴가와 여가로 보내는 것과는 반대”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대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는 호흡기 질환, 암 등을 초래한다. 화석연료 사용과 내연기관 자동차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의 교통체증 등 문제도 심화한다. 한국은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1인당 CO2 배출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환경안전을 위협해 대처해 한국은 탄소배출을 제로(0)수준까지 낮출 수도 있다. 이 수준을 달성해도 환경위협, 불안정성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대기 오염은 중국 등 동북아 지역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경제발전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국가들은 SDG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매년 달성 가능한 지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해가야 한다. 이런 목표는 혼자서는 달성하기 힘들다. 지역의 협력이 필수다. 제로 탄소배출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전기에너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관련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그리드를 연계하는 것은 매우 스마트한 생각이다. 동아시아. 몽고, 중앙 아시아 사막, 북한, 남한 등이 하나의 에너지그리드로 연결될 수 있다. 지역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모든 지역이 분단되어 있으면 SDGs 달성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그리드는 SDGs 달성과도 밀접하다.

불행히 미국은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잃었다. 21세기에서 단독적인 행동은 의미가 없다.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개 경제대국은 경제적 기회를 확대해가고 있다. 동북아는 AI, 로보틱 등 세계 R&D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며, 상호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기술적 발전을 최대화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 베터리, 수소전지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중국 내에서 전기차 사용은 경제, 환경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동북아는 로보틱스, 반도체, AI, 예방적 의학, 정밀 농업 등 10여개 섹터에서 선도하는 국가들로 무역전쟁은 SDG 달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북한과의 기술 협력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립된 경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경제, 인프라 개선이 긴요하다. 물론 신뢰를 확보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제프리 삭스는 “한국은 가난에서 고소득을 달성한 드문 국가 중에 하나다. 세계 많은 국가들은 여전히 저소득이 고착화 된 곳도 많다. 디지털 기술, H/W, S/W기술이 경제개발의 핵심이 되는 시대에 한국은 이들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외교, 경제, 공공 정책 등이 함께 필요하다. 북한, 아프리카 저개발국도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이상을 국경을 넘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과 정부지출을 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도전이 남아있다. 국가 예산과 세금 문제다. 한국은 고소득 국가 중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나라다. 한국은 GDP대비 세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소득의 평등, 신기술에 평등한 접근권, 북한과의 협력 등 모든 문제가 예산과 관련된다. GDP 등 모든 것이 경제 협력에 핵심이다.

유럽국가는 세율이 6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 GDP의 50~60%의 세율로 평등한 국가를 만들었다. 휴가, 복지, 아동, 노령 문제 등에 국가가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역할을 한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성이 향후 북한과의 협력에도 좋을 것이다.

자유 토론에서 Lab 2050 이원재 대표는 “한국은 복지영역이 유럽대비 절반 불과하고, 재분배 효과는 GDP의 5%에 불과한 수준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 18% 대비 4분의 1 수준 정도”라며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전환은 한국 경제에 큰 여파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공유자동차 서비스도 택시기사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저임금 일자리,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라며 “이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기술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북유럽에서 행해지고 있다.”

먼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제프리 삭스는 근로시간 축소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 절감 기술은 필요하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 OECD평균 대비 수천 시간을 더 일하는 국가다. 자동화 기술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북유럽에서 행해지고 있다. 유럽에는 실업문제, 불평등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부의 재분배는 세금을 향상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의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문제는 덴마크 등 선례를 볼 필요가 있다. 북유럽 사람들은 적은 시간을 일하지만 경제적으로 평등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는 “한국은 AI 등 첨단기술이 제기하는 일자리 자동화 등 노동, 환경, 경제사회구조적 위협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기술을 구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적절한 예산의 확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핵심적이다. 그는 “모든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사회적 결속이 높다고 알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도 비슷하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하나의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지만, 한국은 이런 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르다. 다양성이 커 늘 갈등과 논란이 발생한다. 역사발전 과정은 다르지만 미국도 세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단, 미국은 기부 등 민간의 자조적 역할이 큰 나라다.

국회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여시재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