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과 상응하는 조치를 공언했다.

일본일 ‘화이트리스트( 27개 우선 무역대상국 목록)’에서 한국 공식 제외한데 대한 조치다. 7월 1일 신조아베 일본 총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에 반도체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3가지 필수 소재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한국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본의 견제, 미국-중국간의무역전쟁 배경에는 사상 유례없는 혁명을 예고하는 인공지능(AI) 시대, 그 핵심 하드웨어(HW) 반도체 주도권 다툼이 있다.

어떤 세계 질서체계든 지속 가능하려면 지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도 그 체제가 공정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두 가지 진실을 반영해야 한다. 첫째는 자유없는 질서는 일시적 고양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질서와 균형을 이루는 세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진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질서 체계 없이는 자유를 보장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헨리키신저, ‘세계질서(world order)’ 中.

반도체 세계 질서

미국 닉슨 행정부 대통령 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을 역임한 역사학자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저서 ‘세계질서(World Order, 2016)’에서 힘·세력균형과 정당성을 두 축으로 구성되는 지속가능한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검토했다. 그는 중세 이후 역사를 토대로 기존 지배적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강력한 세력의 부상을 전쟁과 갈등의 주 요인으로 분석했다.

삼성이 주도하고 한국 정부가 뒷받침하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발표는 기존 시장 주도권을 가진 미국과 일본을 자극했다. 최근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 SK도 122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확정했다. 시스템반도체 선도국인 미국,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에 뺏긴 일본은 이를 도전이자 위협으로 받아들였을 여지가 크다.

한국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전자기기부터 무기스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AI HW 핵심 기술을 모두 한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은 현실적이다.

키신저 분석 틀에 따르면, 미국 입장에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한국 수출 차단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조치다. 일본 무역제한 조치에 대해 한일간 중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은 미국의 사후 용인인 셈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가진 미일 정상간 통화를 볼때, 무역제제(백색국가 제외) 또한 미일간 사전 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무역갈등 사태 전부터 반도체 기술격차를 좁히려는 투자를 확대해온 중국은 이번 사태로 시간을 벌게 됐다.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18개월 넘게 지속중인 무역 전쟁에서 관세 분담금을 올렸다. 기존 2500억 달러의 중국 제품 관세에 추가로 10%를 더해 3000억 달러 상당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에 앞서 미국은 AI 및 반도체 핵심 기술유출을 우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등 중국 ITC업체와 구글 등 미국 IT업체 간 기술협력과 핵심 제품 교역을 차단했다. 사이언스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AI 기술유출을 우려, 관련 학술 연구기관의 중국인 과학자, 유학생들의 핵심 연구분야에서의 입지 또한 제한하고 있다.

‘좁은 시야’ 대결 악순환, 최악의 순간 초래

세계 3대 경제대국과 한국이 개입한 AI HW기술시장 주도권 다툼과 광범위한 무역 전쟁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5일(현지시각) 니케이아시아리뷰(NAR)에서 도쿄주재 경제저널리스트 윌리엄 페섹(William Pesek)은 오류의 악순환과 관련해 ‘머피의 법칙’을 거론했다. 그는“워싱턴에서 도쿄까지 잘못 될 수 있는 모든 일은 더 잘못되고, 세계 금융시스템에 최악의 순간이 일어날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과 마찰에 이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아베의 일본 내 정치적 포퓰리즘과 한국 무역갈등 연계를 지적했다.

사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성장 둔화로 인한 잡음을 내고 있었다.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 파산 이후 10년 간 동기화된 글로벌 팽창은 이미 2019년 초 이미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S&P글로벌 레이팅(S & P Global Ratings)은 지난 10년간 세계 부채가 50%급증, 178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청구서에 대해, 트럼프가 촉발한 각국의 대응은 이기적이고 냉철한 계산이다.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와 문 대통령의 갈등 양상은 일면 다르지만, 공통점은 트럼프와 아베의 포퓰리즘 기반한 국익에 대한 좁은 시야다.

페섹은 “트럼프의 정치적 브랜드는 대결(confrontation)로 이는 미국 내 자산 약화와 해외, 특히 아시아에서 커다란 충돌을 야기 할 수 있다”며 “철강 및 알루미늄 등 중국에 대한 세금은 미국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작용해 좋은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트럼프의 최근 관세전쟁은 복합적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피해의식과 미국 내 탄핵여론 등 정치 상황도 반영됐다. 트럼프는 EU상품에 110억 달러의 관세를 선 검토, 치즈부터 항공기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입에 대해 25 %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첨예해지는 글로벌 무역전쟁과 불안정 속에 한국과 일본의 주가지수는 폭락,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혼란을 틈타 북한은 군사시위를 강화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신임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의 브랙시트(Brexit)도 쉽지 않아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협력 강화, AI 등 첨단기술 무기화를 내외부 견제없이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