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진 발생 36초 후에 지진임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대부분이 진동이 멈추고 난 후 스스로 건물을 빠져나가던 중 문자를 받았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는 8분 21초가 걸렸고, 문자나 전화는 먹통이 됐다. 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당장 어떻게 대피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 수 없어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트라우마를 겪는다.

진원지의 지진 규모가 아니라 현재 장소의 진도를 정확하게 알고, 대피 안내를 휴대전화로 받을 수 있다면 이러한 불안감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수능이나 국가고시와 같은 시험장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POSTECH(포항공대)은 창의IT융합공학과 송영운, 한상혁 학부과정과 함께 지진 발생과 동시에 학교 내에서 감지되는 진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일정 진도 이상의 경우 대피 문자를 자동 발송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4일 치러질 POSTECH 면접고사장에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이후 여러 차례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9년에는 모든 시스템의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POSTECH은 포항 지진 이후 지진 대피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지진 대피 안내 시스템 마련에 고심을 해왔다. 그러던 차에 대학에 기상 관측 장치를 설치해 주변 지역의 기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POSTECH 창공 기상대’를 개발한 두 학생들과 뜻을 맞추게 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포항 지진 당시 규모와 진도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직접 느끼면서 이 프로젝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포항 지진은 리히터 규모는 5.4였지만 지진 진원의 깊이가 7km로 깊지 않아서 실제 포항 시민들이 느낀 진도는 VII(7)으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이 밝히기도 했다. 규모와 진도가 다른 이유는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이고, 진도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정도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로 느낀 진도와 규모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기상청의 재난문자는 지진의 규모만 알려주고 있어 실제로 대피에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진경보장치 알림화면.

학생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지진계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미소 지진이나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나는 지진까지 모두 감지하기 때문에 고가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지진의 절대적인 규모보다는 현재 위치의 진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진도 II(2) 이상의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POSTECH 지진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지진계는 인터넷 랜선으로 시간과 전원을 공급받고, 전원 공급이 차단되더라도 10시간 까지는 지진을 관측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간단한 원리로 제작된 이 지진계는 지진 발생 시, 감지한 진도를 바탕으로 1초 안에 지진 발생 경보를 발생시켜 대학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며, 구성원들에게 대피 문자 메시지, 혹은 메일도 즉시 전송할 수 있다.

POSTECH 송영운 학생은 “대학 안전팀의 시스템과 연계하면, 진도에 맞추어 훨씬 빠르고 정확한 대피정보를 즉각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진 관측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최대한 빨리 대피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메시지 시스템을 시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혁 학생은 “POSTECH 주변의 기상을 앱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하는 ‘POSTECH 창공 기상대’와 연계한다면 우리 대학은 폭염과 지진, 홍수와 같은 통합 재난 관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