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특정 미생물이 토마토 풋마름병을 억제하는 현상에서 병저항성과 관련된 식물마이크로바이옴의 구조와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처포함 3개 기관이 지원한 유전체 관련 기술개발 사업에서 병저항성 식물이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 토양 내의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부처별 관련 사업은 과기정통부․농식품부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14~’21), 농진청 우장춘 프로젝트(’10∼’19) 및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11∼’20)이다.

그동안 식물병리학에서는 병원균이 침입하면 식물 자체의 저항성 유전자에서 각종 저항 물질들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세대 김지현 교수, 동아대 이선우 교수 연구팀은 토마토 뿌리 근처 토양에서 번성하는 특정 미생물이 풋마름병의 발생과 진전을 억제함을 발견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10월 8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토마토 근권 미생물군 이식 실험과 분리된 TRM1 균주의 풋마름병 억제 효과 (위 a, b) 풋마름병에 저항성 품종인 하와이 7996과 감수성 품종인 머니메이커를 옮겨심기하여 근권 미생물군(microbiota)의 풋마름병 발생 억제 효과를 관찰한 실험. (아래 a, b, c) 실험실에서 순수분리하여 배양한 TRM1 세균의 광학현미경 및 주사전자현미경 사진과 토양 1g당 TRM1 처리 농도별 풋마름병 발생 억제 효과를 관찰한 실험.

연구진은 토양 속의 TRM1이 토마토 풋마름병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에서는 병저항성 토마토 품종인 하와이 7996과 병에 잘 걸리는 감수성 품종인 머니메이커를 실험포장에 재배, 뿌리 근처에 서식하는 미생물 종류와 빈도 등을 조사하고 이들이 갖고 있는 전체 DNA 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병저항성 품종인 하와이 7996의 뿌리 근처에 특정 미생물이 더 많이 서식하는 것을 발견, 해당 미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이를 분리해내어 TRM1 미생물로 명명했다.

연세대-동아대 연구진 단체사진. (왼쪽부터) 이평안 연구원(동아대), 박혜인 연구원(연세대), 송주연 연구교수(연세대), 곽민정 박사(연세대; 현, 천랩 선임연구원), 권순경 연구교수(연세대), 김지현 교수(연세대), 이선우 교수(동아대), 공현기 박사(동아대; 현, 생명연 박사후연구원), 최기혁 연구교수(동아대).

이하 연구팀 인터뷰.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대용량 염기서열 분석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인체 및 다양한 환경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생명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식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질병을 이해하고 이를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연세대 김지현 교수는 애기장대, 담배 등 모델식물 또는 벼, 옥수수, 콩, 고추, 토마토, 배추 등 작물에 대해 체계적인 관찰 기록이 있는 장기재배토양, 병 발생 억제 토양(suppressive soil), 연작토양, 식물 병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토양 등 여러 재배조건을 다각적으로 물색하고 검토하던 중에 동아대 이선우 교수의 제안으로 농업적으로 중요한 가지과 식물인 고추와 토마토에 큰 농업적 손실을 야기하는 중요한 세균병인 풋마름병을 모델로 하여 병 저항성 품종과 감수성 품종에서의 근권 미생물의 군집 차이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선우 교수 연구실에서는 풋마름병 발생이 작물 또는 품종 차이뿐만 아니라 토양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예비실험 결과를 갖고 있었고, 이에 따라 농진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차세대유전체연구사업단) 과제를 통해 2011년부터 토마토 근권의 미생물 군집과 메타유전체 전체를 분석하여 근권 미생물이 병저항성에 관여하는지 구명하는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구 전개 과정은.

동아대 연구팀은 대규모 토마토 재배 실험 등을 포함하여 작물 근권의 비교메타유전체 및 친환경 미생물의 기능 분석을, 연세대 연구팀은 친환경 식물미생물의 유전체 및 메타유전체 정보 분석을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어 진행하였고, 근권 미생물의 군집 분석에 대한 부분은 분석 결과에 대한 상호 검증을 겸하여 공동으로 실시하였다.

이 연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참여한 연구이기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구초기에는 실험 결과에 대한 확신을 위해 여러 번 실험이 반복되기도 했는데 예측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원인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기도 했고,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을 두고 참여연구원 간에 의견이 달라 두세 번 기초 데이터를 상호 검증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실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취업, 건강 등의 이유로 맡은 연구를 마무리하지 못 하고 실험실을 떠난 학생연구원과 박사연구원도 있다.

또한, 이 연구와 유사한 내용의 연구가 다수의 국외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더구나 몇몇 리뷰어의 날카로운 심사의견에 따른 추가 실험의 어려움과 세계적인 경쟁 그룹에 추월당할 우려 때문에 심사가 까다로운 저널에 투고하여 시간을 끌기보다 좀 더 쉬운 저널에 보내 빨리 발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연구의 장애요소와 극복방법은.

식물실험은 생명체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변수와 처음에 예측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선우 교수 연구팀에서는 실제 환경에서의 반복 실험을 위해 부산 동아대 농장에서 토마토를 대규모로 특정 시기에 재배하여 실험하였는데, 갑작스러운 폭우나 기상 변동 등으로 인해 그 시기의 토마토 재배가 망쳐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에는 몇 개월 혹은 해당 연도의 실험을 진행할 수 없어 추가 실험을 위한 종자확보에만 몇 개월 후를 기약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메타유전체 서열 정보 분석을 통한 TRM1 균주의 동정 및 유전체 정보 재구성. (a) 풋마름병에 저항성 품종인 하와이 7996과 감수성 품종인 머니메이커의 토양에서 확보한 메타유전체 서열을 조립하여 스캐폴드(scaffold)를 만든 후 분류군별로 색깔을 달리 하여 G+C 함량과 존재 빈도에 따라 전개한 그림. (b) 하와이 7996에 특이적인 스캐폴드에 포함된 메타유전체 서열을 모아 재조립하여 재구성하여 TRG1이라고 명명한 유전체 지도. (c) TRM1세균이 플라보박테리아(Flavobacteriaceae)에 속하는 신종 미생물임을 보여주는 유전체 서열 기반의 진화계통도. (d) TRG1 서열과 유사한 메타유전체 서열이 하와이 7996에 2배 이상 존재함을 확인해주는 그래프.

메타유전체 데이터 분석의 경우, 결과 해석에 꼭 필요하면서도 가장 취약했던 부분은 통계분석이었다.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두 토마토 품종의 근권 미생물 군집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차이점을 찾아내고 통계분석을 진행하려니, 처음에는 어떤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야 적절한 것인지도 잘 몰랐고 공부를 통해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라서 실제 연구에 접목하는데 애로점이 많았다. 이를 위해 서울대 김희발 교수님과 현재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민석 박사께서 감사하게도 매우 큰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메타유전체 서열 정보를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하여 발굴한 미생물 TRM1이 유전체 서열은 확보하였는데 분리 배양이 되지 않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투고한 논문의 게재가 거절되었을 때는 실망과 낙담이 컸었다. 데이터로는 TRM1 미생물의 존재가 분명한데 1년 가까이 온갖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험실에서는 분리가 되지 않아 그 실체에 대한 의문까지 들 무렵, 마침내 해당 미생물의 분리 배양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성과의 의미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대용량 염기서열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시료들 간의 차이를 비교분석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찾아낸 균주를 가설 검증을 위해 성공적으로 분리한 의미 있는 성과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균주의 병 발생 억제 효과까지 입증함으로써 메타유전체 분석 결과를 실제 농식품 및 질병 분야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실용화는.

이번 연구 결과 발굴한 TRM1 균주는 풋마름병에 저항성을 보이는 토마토 품종의 근권 토양으로부터 분리한 플라보박테리아 종류의 미생물로 해당 균주에 대해서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해당 균주를 ‘식물 프로바이오틱스(plant probiotics)’로 사용하여 식물 근권에 직접 처리함으로써 풋마름병의 발생 억제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연구계획은.

이 연구가 실제 농업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어 농작물의 병 발생을 억제하여 농업 손실을 줄임으로써 실험실에서의 연구 결과가 실제 산업 분야까지 연결되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가 메타유전체 서열 데이터 분석이 실제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응용 및 산업화 연구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연구에 공동제1저자인 연세대 송주연 연구교수의 두 아기와 연구에 관한 일화가 있다. 송 교수는 이 연구를 수행하던 중에 첫 아기를 갖게 되었는데, 출산일이 임박하여 만삭의 몸으로 참석한 부산 연구협의를 마치고 귀가하려고 늦어져 부산역에 도착하니 열차 출발 3분전이었다. 그래서 출산 위험을 무릅쓰고 전력질주해서 겨우 기차에 탔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송 교수는 논문의 최종 게재 수락이 오던 날 병원에 입원하여 그 다음날 건강한 둘 째 아이를 순산하였다. 또한, 토양 메조코즘 실험의 경우 처음에는 고추와 토마토를 동시에 키우면서 근권 미생물 군집 구조를 분석하려 했었는데, 고추 농사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첫해 재배에 실패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토마토로만 하게 되었다. 한편, 논문 투고 후 촉박한 추가 실험도 양 실험실이 총동원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논문명 : Rhizosphere microbiome structure alters to enable wilt-resistance in tomato (Nature Biotechnology, )

– 저자정보 : 김지현 교수(교신저자, 연세대), 이선우 교수(교신저자, 동아대), 곽민정 박사(제1저자, 연세대), 공현기 박사(공동제1저자, 동아대), 최기혁 연구교수(공동제1저자, 동아대), 권순경 연구교수(공동제1저자, 연세대), 송주연 연구교수(공동제1저자, 연세대), 이지담(연세대), 이평안(동아대), 최수연(동아대), 서민석 박사(C&K 지노믹스), 이형주(동아대), 정은주(동아대), 박혜인(연세대), Nazish Roy(동아대), 김희발 교수(서울대), 이명민 교수(연세대), Edward M. Rubin 박사(DOE J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