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2027년 R&D 예산 39조5000억 원… AI 집중 투자와 셀프 심사 논란
2027년 정부 R&D 예산안 11.2% 증액… AI 4조1000억 원·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에 9조5000억 원
기초연구 증가율은 5.9%… 대형 사업 심사 단축과 연구개발 이해충돌 방지, 국회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
정부가 2027년도 R&D 예산안 39조5,000억 원을 편성했다. AI 4조1,000억 원,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 투자, 기초연구 증가율, 대형 R&D 검토 단축과 전문위원 이해충돌 문제를 분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9월 1일 공개한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배분·조정하는 주요 R&D 예산은 33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 기획예산처가 편성하는 일반 R&D 예산은 5조7,000억 원이다. 정부는 신규 사업에 역대 최대인 3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대규모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39조5,000억 원은 국회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안이다. 예산 편성 규모와 실제 집행액, 연구 성과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AI R&D 4조1,000억 원… 전략기술에 집중되는 예산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 연구개발 투자 확대다. 정부는 AI R&D 예산을 4조1,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2026년 약 2조4,000억 원보다 1조7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은 69.1%다.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월드 모델,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AI 데이터센터(AIDC) 핵심기술 등으로 투자를 확대해 국내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AI 투자는 소프트웨어 모델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네트워크 기술, 로봇의 센서와 구동기, 실제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피지컬 AI는 디지털 환경에서 학습한 AI를 로봇과 제조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에 연결하는 분야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피지컬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AI 예산이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술 경쟁력이 같은 비율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고성능 연산장비를 확보하더라도 국내 연구진이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독자 모델과 학습 데이터가 축적되는지,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 GPU와 데이터센터 구축은 연구개발의 기반이지 최종 성과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해외 장비 도입과 국내 기술 개발의 균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투자 규모가 커져도 기술적 자립도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기업과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장비 활용 경험과 설계 역량,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 기술을 축적한다면 인프라 투자가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에 9조5000억 원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의 중심축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를 제시했다. 2027년 예산안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5조8,000억 원, 7대 SEED에는 3조7,000억 원이 배정됐다. 합계는 9조5,000억 원이다.
| 투자 분야 | 2027년 예산안 | 주요 목표 |
|---|---|---|
| 3대 메가프로젝트 | 5조8,000억 원 | AI·반도체·피지컬 AI·차세대 보안 및 네트워크 등 전략기술 육성 |
| 7대 SEED | 3조7,000억 원 | 미래에너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공급망 등 |
| AI R&D | 4조1,000억 원 | 월드 모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AI 데이터센터 기술 |
| 지역 R&D | 4조5,000억 원 | 지역 주도형 연구개발과 지역 산업의 기술 전환 |
| 기초연구·대학 | 3조6,000억 원 | 기초연구 기반과 대학 연구 생태계 강화 |
| 국방·K-방산 | 5조 원 | 국방 기술과 방산 경쟁력 강화 |
| 청년·인재 지원 | 1조8,000억 원 | 신진 연구자와 이공계 인재의 성장 지원 |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도 정부 R&D 예산안.
7대 SEED 분야에서는 미래에너지·원자력에 1조7,000억 원, 첨단바이오에 2조2,000억 원, 우주항공·해양에 2조 원, 양자 분야에 3,700억 원을 배정했다. 우주항공·해양 예산은 전년보다 35.4% 증가한다. 정부는 달 착륙선 개발, 친환경 쇄빙선, 차세대 원자로, 양자 기술 등 장기적인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략기술 집중 투자는 국가 차원의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예산 구조에서는 사업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사업 종료 후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산이 집중되는 만큼 성과 평가 역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대형 R&D 검토 기간 단축… 속도와 검증의 균형
정부는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 대형 신규 R&D 사업의 검토 기간을 기존 약 2년에서 3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7년 예산안에는 이러한 절차 단축과 관련해 23개 사업, 약 1조1,000억 원이 반영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대형 연구개발 사업의 검토 기간을 줄이면 기술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에서 투자 시기를 놓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AI와 반도체처럼 기술 주기가 짧은 분야에서는 수년간의 행정 절차가 사업의 적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검토 기간 단축이 사업의 타당성과 위험 평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대형 R&D는 초기 투자비뿐 아니라 후속 운영비와 인력 확보, 실증 비용, 기술 변화에 따른 사업 수정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업 착수 시점을 앞당기더라도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중복 투자, 민간 투자와의 역할 분담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신규 사업 예산이 3조3,000억 원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사업 선정 기준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단계별 성과에 따라 후속 예산을 조정하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빠르게 시작하는 것과 실패 가능성을 관리하는 것은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다. 사전에 검증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중간 평가를 제도화하면 신속한 투자와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기초연구 3조6,000억 원… 총액과 현장 체감도 사이
정부는 기초연구 예산을 3조6,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전년보다 5.9%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풀뿌리형 기본연구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리고, 과제 수를 안정적으로 확대하며, 신진 연구자의 연구 수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증가율을 기준으로 보면 기초연구 예산의 확대 속도는 전체 R&D 예산 증가율 11.2%보다 낮다. AI 예산이 69.1%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분야별 투자 확대의 속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만으로 기초연구가 정책적으로 소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초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인 만큼 단년도 증가율뿐 아니라 연구 과제 수, 과제당 지원 규모, 연구 기간, 연구자의 안정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초연구는 당장 사업화하기 어려운 질문을 탐구하고 미래의 기술적 선택지를 넓히는 기반이다. 현재 산업 수요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연구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연구 지원을 평가할 때는 단기적인 특허나 매출뿐 아니라 연구의 독창성, 후속 연구의 확장성, 신진 연구자의 독립적인 연구 수행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연구 인력의 근무·생활 환경도 중요하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에게 충분한 연구 시간과 안정적인 지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연구비 증액만으로 연구 역량을 높이기 어렵다. 연구장비와 실험시설, 기숙사 등 기반시설의 상태도 연구 현장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특정 시설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해당 기관의 예산서와 사업별 편성 내역을 대조해 확인해야 한다.
‘기획자와 심사위원의 겸직’ 논란… 이해충돌 방지의 실효성
예산 규모와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는 R&D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의 공정성이다. 2026년 10월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가 R&D 사업의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가 해당 사업의 예산을 검토하는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6년간 활동한 전문위원 490명과 신규 R&D 사업 기획보고서 281건을 대조해, 38명이 총 41개 사업의 기획에 참여한 뒤 관련 예산을 검토하는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4,407억 원 규모의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기술개발 사업도 관련 사례로 거론됐다.
이 자료가 제기하는 핵심은 기획 참여자가 자신이 설계한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을 다시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신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관련 위원의 실제 참여 기록, 심의 회의록, 제척 기준의 적용 방식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업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가 해당 사업의 예산을 검토하는 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향후 개선안에서는 이해관계 신고를 의무화하고, 기획 참여 이력을 심사 전에 확인하며, 관련 안건의 심의·의결에서 해당 위원을 배제하는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예외적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독립적인 외부 검토와 회의록 공개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국회 예산 심사의 세 가지 쟁점
공은 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상임위 심사대로 넘어갔다. 여야가 지난 10월 23일 최종 합의한 2027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사 일정은 10월 3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한 달여간 이어진다.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5,000억 원이 연구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려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먼저, 하드웨어 구입을 넘어선 AI 연구 실효성이다. 약 1조7,000억 원이 한꺼번에 불어난 AI R&D 예산의 상당 부분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AI 데이터센터(AIDC)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돼 있다. 단순한 해외 장비 매입과 시설 공사에 그치지 않고,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과 제조·로봇 현장의 실질적인 기술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정밀한 설계 검증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전체 평균의 절반에 그친 기초연구 증가율과 현장 체감이다. 정부는 기초연구 예산을 3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편성했다고 강조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5.9%로 전체 R&D 증가율(11.2%)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게다가 국정감사에서는 유니스트(UNIST)·디지스트(DG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정원을 늘려놓고도 정작 석·박사 연구원들이 생활하는 노후 기숙사 환경 개선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거대 프로젝트의 화려한 숫자에 가려 기초 체력과 연구 환경이 소외되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사업 3.3조 원의 투명한 배분이다. 내년도 신규 사업 예산만 역대 최대인 3조3,000억 원에 달하고, 대형 사업의 예타 기간까지 3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심사 속도가 빨라지고 뭉칫돈이 풀리는 만큼, 국감에서 지적된 ‘기획자 셀프 심사’를 원천 차단할 강제성 있는 이해충돌 방지 장치가 본예산 확정 전에 먼저 마련돼야 예산 배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주요 향후 의사 일정 및 심사 내용
| 일자 | 구분 | 주요 의사일정 및 심사 내용 |
| 10월 28일(수) ~ 30일(금) | 상임위 | 국정감사 마무리: 국회운영위·정보위·성평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 감사를 끝으로 국감 종료 |
| 10월 30일(금) 오후 2시 | 예결위 |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 전문가 의견 청취 및 본격적인 예산 심사 착수 |
| 11월 첫째 주 ~ 중순 | 상임위 | 소관 상임위별 예비심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각 상임위에서 부처별 예산안 상정·예산소위 심사 및 예비심사 의결 |
| 11월 4일(수) ~ 5일(목) | 예결위 | 종합정책질의: 국무총리·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출석, 정부 재정 운용 기조 전반 질의 |
| 11월 9일(월) ~ 10일(화) | 예결위 | 경제부처 부별심사: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 대상 심사 |
| 11월 11일(수) ~ 12일(목) | 예결위 | 비경제부처 부별심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국방부 등 비경제부처 대상 심사 |
| 11월 16일(월) ~ 11월 말 | 예결위 |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 가동: 세부 사업별 최종 감액·증액 심사 후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 |
| 12월 2일(수) | 본회의 | 예산안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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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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