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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홍규 교수, 나노-신경과학 융합 꿈꾼다

세계 최초 빛에 반응하는 나노선 반도체 소자 개발, 나노 세상의 빛을 제어하는 새로운 연구를 개척중인 박홍규 교수. 물리와 화학의 접점에서 빛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와 나노구조를 공학적으로 응용하며 자신만의 학문영역을 개척해온 그는 이제 신경과학으로 연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구자로서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는 나노과학과 신경과학의 융합이다.

한국연구재단은 7월 과학기술인상에 고려대 박홍규 교수를 선정하고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반도체 나노선, 광결정 구조 등 빛과 상호 작용이 강한 나노 구조체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나노 구조체에 관심을 두고 관련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는.

나노 구조체 안에서는 전자나 빛의 흐름이 일반 구조에서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구조의 작은 변화로도 전자를 아주 잘 흐르게 하거나 아예 못 흐르게 할 수 있다. 원하는 색깔의 빛만 가두거나 반사시킬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만 해도 이론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었던 물리 현상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실험들이 나노 구조체에서는 쉽게 구현되는 것이 연구자로서 매우 흥미롭다.

응용성도 다양해 에너지나 의학 분야에서도 나노 구조체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협업하면서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게이트 전압 없이 빛으로만 전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증폭시키는 최초의 실험에 성공했다. 주요 연구성과는.

전기 신호의 증폭 작용과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현대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품이다. 기존 트랜지스터의 동작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나노 크기로 제작하거나 빛을 쪼여주는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복잡한 공정과 낮은 수율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연구에서 실리콘 나노선에 다공성 실리콘을 부분적으로 삽입, 빛만으로 전기 신호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나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전기로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빛으로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최초의 결과다. 이로써 기존의 복잡한 반도체 설계 및 제작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감한 고해상도 카메라, 빛으로 계산이 가능한 신개념의 컴퓨터 등도 개발할 수 있다.

“나노레이저, 뇌 특정 뉴런을 자극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치료가 힘든 병도 고칠 수 있으리라 기대”

– 나노 구조체의 새로운 물리 현상과 광학 특성을 발견한 것은 물론 다양한 응용성을 갖는 나노 광소자를 개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안다. 관련 연구의 실제 쓰임은.

나노과학과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레이저, LED, 광검출기와 같은 다양한 광소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동작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앞으로는 이러한 나노 광소자를 의학과 에너지 분야 등에 적용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 두께보다도 작은 나노레이저를 눈 안에 넣으면 망막의 정상 세포는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비정상 세포만을 골라서 없앨 수 있다. 나노 크기의 광검출기는 눈 안에서 높은 해상도를 갖는 인공 망막으로 동작할 수 있다. 나노레이저로 뇌의 특정 뉴런을 자극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치료가 힘든 병도 고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여러 국제 학술회의에 초청되어 강연도 하고 다양한 국제저널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나노 구조체 관련 연구 중 교수님의 관심을 끄는 이슈는.

최근 하버드대학의 찰스 리버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결과가 인상적이다. 그물 모양의 나노 탐침을 살아있는 쥐의 뇌 안에 넣어서 1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하나의 동일한 뉴런 신호를 안정적으로 추적하고 기록한 연구 결과다. 기존의 방법에서는 탐침 주위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서 뉴런 신호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힘들었는데, 나노구조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 했다. 보다 최근에는 우리 연구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 탐침을 눈에 넣어서 망막 뉴런들의 신호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법은 노화나 뇌 질환, 뇌의 발달 과정과 같은 다양한 신경 프로세스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 연구자로서, 동시에 스승으로서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본 방침이나 철학은.

학생들 각자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해 학생들과 개별 토의를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나노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일단 연구가 시작되면 시간과의 싸움이고, 성실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박사과정 동안 다양한 연구 경험을 하고 그중에서 본인이 최고로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연구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 어떠한 연구 주제가 주어지더라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결단력은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 연구자로서 귀감으로 삼는 인물이나 스승은.

박사후연구원 지도교수였던 하버드대학의 찰스 리버 교수님을 꼽고 싶다. 현재 리버 교수님과는 새로운 나노 구조체를 이용하여 뉴런의 신호를 관측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노 분야에서 노벨상을 바라보는 세계적인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과 노력으로 현재는 신경과학 분야에서도 굉장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자극을 많이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노광학 분야뿐 아니라 태양전지, 나노-바이오 분야 등 다양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다.

–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성과는.

이번에 개발한 나노선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더욱 좋게 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후속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새로운 물질에서 새로운 물리 현상을 관측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개발된 나노소자들을 이용해 나노과학과 신경과학을 결합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현재 신경과학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질병이나 수명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 연구자들이 신경과학에 주로 참여하지만, 저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물리학과 나노과학 관점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진행한다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꾼 계기가 있는가.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싶은 말

과학자 위인전을 읽고 로봇 만드는 것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자를 꿈꿨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위인전에 나오는 아인슈타인처럼 천재 한 명에 의해 과학이 만들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소통하고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서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제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인공 눈, 인공 심장 등의 발명 도면을 보여주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꿈이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 박홍규 교수

KAIST 물리학 박사로 만 30세에 고려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독창적인 나노과학 영역을 구축하며 2009년 최연소 창의연구 단장, 2012년 최연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준회원 선정, 2017년 한국물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하버드대 화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며 나노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밝히고 물리와 화학, 공학이 결합한 융합 연구의 바탕을 만들었다.

김병석 기자

에너지, 전기, 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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