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구상 제시…실행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
필리핀에 추가 군사협력 지원 약속하고 한·일과 국방 협의
미국 주도의 안보 협력 확대 속 재원·일정·역할 분담은 과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및 안보 협력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필리핀에 대한 군사협력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새로운 국방협력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일본과도 전력 운용 및 방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필리핀 지원 확대 약속…세부 계획은 미공개
헤그세스 장관은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양측은 군사협력 지원 확대와 양국 군의 상호운용성 강화에 뜻을 모았다.
미국 국방부는 추가 지원의 구체적인 규모와 양국 군의 협력 체계를 조율할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는 제시됐지만, 실제 지원이 어느 분야에 얼마나 투입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집행될지는 분명하지 않은 셈이다.
이번 움직임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와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려는 흐름 속에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및 해양 활동을 둘러싼 긴장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의 안보 지원과 군사 협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세안과 새 국방협력 틀 추진…회원국의 선택은 변수
헤그세스 장관은 아세안 국방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향후 수년간의 협력을 이끌 새로운 미·아세안 국방협력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해양 상황 인식 강화와 해군 간 협력, 군사적 상호운용성 제고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2027년 아세안 국방장관회의 의장국을 맡는 싱가포르와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 구상은 개별 국가와의 양자 협력을 넘어 동남아시아 지역 차원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세안 회원국들이 미국의 제안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회원국들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함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 차원의 일괄적인 틀보다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맞춘 양자 협력을 선호할 수 있다.
따라서 새 프레임워크의 성패는 선언의 강도보다 실제 협력 범위와 참여 방식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해양 감시 정보의 공유, 합동훈련, 군수 지원 등 실무 분야에서 합의가 구체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본과는 분산 운용·방위 생산 협력 논의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도 별도 회담을 갖고 군사시설의 유연한 활용과 분산된 거점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훈련을 가속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탄약 생산 분야에서도 긴밀한 조율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이 필리핀에는 군사협력 지원 확대를, 일본에는 전력 운용과 방위 생산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모습은 역내 동맹을 하나의 방식으로 묶기보다 국가별 역할과 여건에 맞춰 연결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국가별 협력 수준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는 차이가 있다.

한미 국방 협의와 과제
같은 ADMM-Plus를 계기로 헤그세스 장관은 강신철 한국 국방부 장관과도 첫 대면 회담을 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양측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 12월 워싱턴에서 별도 국방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다. 제58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2027년 초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한미 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양측의 입장이다. 필리핀 지원 확대나 미·아세안 프레임워크 제안과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합의가 발표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반에서 동맹의 역할과 협력 방식을 재정비하려는 가운데, 한국 역시 전작권 전환뿐 아니라 연합방위태세와 지역 안보 협력의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역내 전략 변화가 한미동맹에 어떤 실질적 요구로 이어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만으로 한국에 추가 방위비 부담이나 주한미군 임무 변경이 결정됐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 향후 협의에서 구체적인 요구와 합의가 제시되는지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선언에서 실행으로…구체성이 관건
헤그세스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미국이 필리핀·일본 등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과도 보다 체계적인 국방 협력 틀을 마련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양 감시와 군 간 상호운용성, 군사시설의 유연한 활용, 방위 생산 협력 등은 지역 안보 협력을 실제 운용 능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지원 규모와 추진 일정, 참여국별 역할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아세안 회원국들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도 변수다. 미국의 구상이 지속적인 안보 협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선언을 넘어 재원과 절차, 실행 계획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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