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오르카, 개발비 증가와 일정 지연…대형 무인잠수정 통합 난제 노출
안두릴 고스트 샤크, 시제품 넘어 생산 단계로… 5년간 17억 호주달러 계약
한국형 초대형 무인잠수정, 자율운항 기술 검증과 양산·운용체계 확보 과제
미국과 호주가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을 통해 해군의 수중 작전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보잉(Boeing)의 오르카(Orca)는 위험한 수중 임무를 무인화하려는 사업이고,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가 호주 국방부·해군과 개발한 고스트 샤크(Ghost Shark)는 신속한 시제품 개발과 생산 전환을 앞세운 사업이다.
두 플랫폼은 유인 잠수함을 대체하기보다 기뢰전, 해저 감시·정찰 등 특정 임무를 분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승조원 공간을 없애고 자율운항 체계를 적용하면 위험 지역에서 인명 손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군사적 가치는 개발 속도나 무인화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임무 수행 신뢰성, 운용 지속시간, 정비 비용, 양산 능력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
오르카와 고스트 샤크, 개발 방식이 다르다
오르카는 보잉의 에코 보이저(Echo Voyager)를 기반으로 개발된 미 해군의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Extra-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이다. 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임무 장비를 바꾸고 기뢰 부설, 수중 감시·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비용과 일정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회계감사원(GAO)은 2022년 보고서에서 초기 비용 추정치 3억7,900만 달러가 당시 계획상 6억2,100만 달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억4,200만 달러, 약 64%의 증가다. 주요 구성품 재설계와 배터리 개발 문제 등이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이 수치는 2022년 당시 평가로, 현재 사업비와 전력화 상황을 나타내는 최신 수치와는 구분해야 한다.
고스트 샤크는 다른 경로를 밟았다. 호주 국방부는 2022년 안두릴 오스트레일리아, 호주 해군 및 국방 연구조직과 함께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호주 정부는 2025년 세 대의 시제품이 예산 범위 안에서 계획보다 일찍 인도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생산과 지원, 추가 개발을 포함하는 5년간 17억 호주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10월에는 시드니 생산시설에서 첫 양산형 기체가 생산라인을 나왔다. 당시 발표된 계획에는 해상 인수시험과 해군 인도가 포함됐다. 다만 생산라인 출고, 해군 인도, 작전운용능력 확보는 서로 다른 단계다.
두 사업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 우열보다 개발과 획득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고스트 샤크는 초기부터 호주 국방 당국과 개발업체가 협력하고, 시제품 제작과 생산 준비를 연계했다. 오르카는 대형 자율 수중체계의 구성품과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재설계와 일정 지연을 경험했다.
무인잠수정의 핵심은 자율운항과 임무 신뢰성
초대형 무인잠수정은 소형 수중 드론과 달리 장거리 항해와 대형 임무 장비 탑재를 고려해 설계된다. 승조원용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내부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 잠항 지속시간과 작전 반경은 배터리 용량, 속도, 해양 환경, 탑재 장비에 따라 달라진다.
수중에서는 위성항법과 일반적인 무선통신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인잠수정은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정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통신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사전에 설정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상황에서 임무를 중단하거나 안전한 지점으로 복귀하는 기능도 중요하다.
임무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구조도 활용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정보 수집·감시·정찰(ISR), 해저 조사, 기뢰전 등 임무에 따라 탑재 장비를 변경하면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작전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무장이나 임무 장비를 통합할 수 있다는 설계상 가능성과 실제 운용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래티스, 무인잠수정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안두릴은 자율체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을 주요 사업 분야로 삼고 있다.
안두릴의 차별화 요소 중 하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래티스(Lattice) 다. 래티스는 센서와 무인체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해 운용자가 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을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지휘통제·상황인식 플랫폼이다. 개별 무인장비의 원격 제어를 넘어 여러 센서와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스트 샤크와 같은 무인잠수정에 적용될 경우 수중에서 수집한 정보와 다른 작전 자산의 데이터를 연계하고, 임무 수행 결과를 지휘체계에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수중 통신은 거리와 대역폭에 제약이 크기 때문에 래티스의 네트워크 기능이 모든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다.
래티스의 의미는 개별 기체의 성능뿐 아니라 여러 무인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방식에 있다. 안두릴은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를 통해 센서와 플랫폼의 통합을 단순화하고, 운용 과정에서 확인된 요구사항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반영하는 접근을 취한다. 이는 새로운 임무 장비나 다른 무인체계를 기존 지휘통제 환경에 연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통합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해서 하드웨어 통합이나 시험평가가 생략되는 것은 아니다. 고스트 샤크의 자율항해 수준, 군집 잠항 및 자율 교전 기능의 구체적인 구현 범위도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실과 개발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 결국 안두릴의 경쟁력은 무인잠수정 자체뿐 아니라 이를 다른 센서·무인기·수상 플랫폼과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고스트 샤크(Ghost Shark) 래티스 OS 의사결정 루프
수중 센서 데이터 수집부터 지휘관 교전 승인 및 실시간 Kill Chain 실행까지의 단계별 흐름
Ghost Shark XL-AUV
Lattice OS 수중 자율 의사결정 및 교전 지원 파이프라인 (OODA Loop)
비용 경쟁력, 구매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무인잠수정은 유인 잠수함보다 인명 위험을 줄이고 일부 임무의 투입 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인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투입하기에는 위험하거나 비용 부담이 큰 임무에서 보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인 플랫폼의 경제성을 기체 가격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비, 임무 장비, 통신·지원체계, 정비, 배터리 교체, 회수 및 운용 인력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산 대수가 늘어나면 단가가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절감 폭은 생산 규모와 설계 안정성에 달려 있다.
무인잠수정은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소모성(attritable)’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체 손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임무 성공률과 대체 생산 능력도 확보해야 한다. 승조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값싸고 소모 가능한 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르카의 비용 증가는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설계 변경과 시스템 통합이 사업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고스트 샤크의 생산 계약은 시제품 개발 이후 양산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양산 계약 규모와 오르카의 초기 개발비를 직접 비교해 어느 플랫폼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사업 범위와 비용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형 초대형 무인잠수정, 기술 검증에서 양산으로
한국도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는 약 250억 원 규모의 초대형급 무인잠수정 시작품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다목적 모듈형 초대형 무인잠수정(MRXUUV)의 기반 기술과 자율제어·원격통신 제어 기술 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국형 무인 수중전력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단계로 봐야 한다. 시작품 개발과 기술 검증은 실제 해군 전력화와 구분된다.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자율항해 성능과 임무 장비의 신뢰성을 입증하고, 해상 시험과 정비·회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오르카와 고스트 샤크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배터리와 항법, 자율운항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둘째, 시험 결과를 설계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개발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시제품 개발 단계부터 양산과 운용 지원까지 연결하는 획득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수중 위협 대응뿐 아니라 해저 감시·정찰, 기뢰전, 해저 기반시설 보호 등도 무인잠수정의 잠재적 임무다. 다만 구체적인 임무와 배치 규모는 군의 작전 요구와 시험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개발 속도보다 실전 운용성이 중요하다
미 해군 오르카와 호주 고스트 샤크는 무인 수중전력이 유인 잠수함의 임무 부담을 줄이고 해군의 작전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르카는 대형 자율 수중체계의 개발·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일정 문제를 드러냈다. 고스트 샤크는 시제품 개발과 생산 전환을 연계하는 방산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어느 플랫폼도 개발 속도나 사업 규모만으로 최종적인 군사적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장기간의 운용 신뢰성, 임무 성공률, 정비 부담, 양산 단가가 확인돼야 한다. 한국형 무인잠수정도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해군 운용이 가능한 체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미래 해저전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막대한 유지 비용을 감당하며 험난한 해상에서 상시 작전 투입이 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무인 플랫폼’을 누가 먼저 대량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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