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제조업 투자 없이는 잠수함 계약도 없다”
[오타와=외신 종합]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이 단순한 군비 증강을 넘어, 캐나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거대한 ‘경제 협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캐나다 외교장관의 발언과 독일 방문 일정은 이번 사업의 결정적인 변수가 ‘잠수함의 성능’ 못지않게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 투자 유치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12척 건조 및 30년 MRO(유지·보수) 기준 약 60조 원($440억~$450억 캐나다 달러)으로 평가 돼왔다. 캐나다 국방부나 일부 군사 전문 매체(NATO Association 등)에서는 인플레이션, 운용 인력 교육, 기지 건설, 장기적인 업그레이드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총사업비가 1,000억 캐나다 달러(약 100조 원)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잠수함, 일자리 창출 도구” 캐나다 레버리지 전략
최근 보도에 따르면 졸리 장관은 “잠수함 계약은 캐나다 내 자동차 생산 시설 확충과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단순한 현지 부품 조달(Offset) 수준을 넘어, 완성차 공장이라는 대규모 고용 창출원을 국가 방위 사업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독일과 한국이라는 두 강력한 후보를 저울질하며 ‘최고의 경제적 보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밀당(협상)을 벌이고 있다.
독일, ‘NATO 동맹’과 폭스바겐 카드
독일은 전통적인 NATO 우방국이라는 이점과 세계 최고의 비원자력 잠수함 기술력을 보유한 TKMS를 앞세우고 있다. 특히 졸리 장관의 독일 방문은 캐나다 정부가 폭스바겐(VW) 등 독일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를 확약받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독일이 캐나다의 요구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제조업 투자 패키지를 제시할 경우, 사업의 추가 한국보다 독일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현대차-잠수함 원팀’
하지만 독일의 독주를 점치기엔 한국의 반격이 거세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캐나다 현지 업체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한국형 잠수함(KSS-III)의 우수한 작전 능력은 캐나다 해군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현대자동차’다. 지난 1월 말, 한국과 캐나다가 체결한 ‘미래 모빌리티 MOU’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캐나다 정부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가 캐나다 내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 등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경우, 판세는 순식간에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 비교 항목 | 폭스바겐 (VW) | 현대차그룹 (Hyundai) |
| 물류 및 공급망 | 매우 유리 (자체 배터리 공장 보유) | 보통 (미국 내 부품망 활용 필요) |
| 초기 투자 부담 | 적음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 | 높음 (신규 부지 및 설비 필요) |
| 운용 효율성 | 안정적 (기존 인력/네트워크 활용) | 혁신적 (최신 스마트 팩토리 도입 가능) |
| 정부 협상력 | 강함 (이미 대규모 투자 진행 중) | 신선함 (대규모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감) |
현대차 vs 폭스바겐, 캐나다 ‘포스트 북미 거점’은?
잠수함 사업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인 ‘자동차 공장 유치’를 두고,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북미 생산 전략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양사의 북미 인프라 현황과 캐나다 진출 시의 득실이 중요하다.
북미 생산 기지 현황: ‘규모의 현대’ vs ‘공급망의 폭스바겐’
현재 북미 전체 생산 능력(Capacity)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서 있으나, 폭스바겐은 멕시코를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망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전기차 전용 ‘메타플랜트(HMGMA)’를 합쳐 연간 90만 대 규모의 생산 체계를 갖췄다. 특히 최신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조지아 공장은 고숙련 노동력과 효율성을 자랑한다.
폭스바겐은 미국 채터누가와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을 통해 연간 약 70만 대를 생산한다. 특히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은 전 세계 폭스바겐 공장 중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북미 시장의 물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병참 기지 역할을 한다. 경제적으로 멕시코가 북미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폭스바겐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멕시코 공장 운영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만 두곳에 제조공장을 운영중인 현대차보다 인건비 등 운용 수익성 측면에서 협상의 여지가 크다. 또한 캐나다 공장 증설은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할수 있다.
| 구분 | 현대자동차그룹 (Hyundai) | 폭스바겐 그룹 (Volkswagen) |
| 주요 북미 거점 | 미국 조지아(HMGMA), 앨라배마(HMMA) | 미국 채터누가, 멕시코 푸에블라 |
| 연간 생산 능력 | 약 90만 대 이상 (조지아 완공 시) | 약 70만 대 (미국+멕시코 합산) |
| 캐나다 내 기반 | 없음 (신규 진입 단계) | 강력함 (온타리오 배터리 기가팩토리 건설 중) |
| 핵심 제조 기술 |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메타플랜트) | 전통적 대량 생산 및 배터리 수직 계열화 |
| 미래 전략 카드 | 수소 모빌리티, 전기차, UAM |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 배터리 내재화 |
| 캐나다 공장 건설 시 | 강점: 최신 자동화 설비로 고임금 극복 약점: 공급망(Supply Chain) 신규 구축 필요 | 강점: 자체 배터리 공장 연계로 물류 최적화 약점: 추가 투자에 대한 본사 승인 부담 |
| 잠수함 사업 연계성 | 높음: ‘신규 공장’이라는 파격적 선물 가능 | 보통: 기존 투자 외 ‘플러스 알파’ 요구받음 |
캐나다 공장 건설, 누가 더 유리한가?
폭스바겐: “이미 구축된 배터리 허브의 이점”
폭스바겐은 온타리오주 세인트 토마스에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기가팩토리(PowerCo)를 건설 중이다. 완성차 공장을 추가할 경우, 바로 옆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리스크 요인은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추가 투자’에 대해 본사 차원의 자금 압박이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신규 진입, 수소 생태계”
캐나다에 아직 완성차 공장이 없는 현대차는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검증된 AI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면 인건비가 높은 캐나다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캐나다는 현지 공장을 통한 일자리 즉 고용창출을 원한다. 게다가 초기 부지 선정부터 부품 공급망(Supply Chain)을 새로 짜야 하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크다.
운용 및 물류에서 폭스바겐 유리 : “일자리 창출”에 적합
현시점에서 운용 효율성과 물류 안정성을 따진다면 이미 배터리 기지를 둔 폭스바겐이 유리하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안보 파트너십의 다변화’를 원한다면, 파격적인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나 수소 카드를 기대한다면 현대차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3월로 예정된 최종 입찰에서 어느 쪽이 캐나다 ‘제조업 부활’이라는 명분을 더 완벽하게 충족하는 ‘투자 확약서’를 제출하느냐가 1,000억 달러의 향방을 가를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구분 | 폭스바겐 채터누가 | 폭스바겐 멕시코 (푸에블라) |
| 위치 |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 멕시코 푸에블라 (Puebla) |
| 특징 | 폭스바겐의 미국 내 유일 생산 거점 | 폭스바겐 그룹 내 세계 최대 공장 중 하나 |
| 생산 능력 | 연간 약 15만 ~ 20만 대 | 연간 약 45만 ~ 50만 대 |
| 고용 인원 | 약 4,500명 | 약 13,000명 |
| 주요 차종 | ID.4(EV), 아틀라스 등 | 제타, 타오스, 티구안 등 |
3월 ‘투자 확약’이 승패 결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누가 더 좋은 잠수함을 만드느냐”의 싸움에서 “누가 캐나다 경제에 더 큰 선물을 주느냐”의 싸움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 정부가 3월 중 최종 입찰 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의 폭스바겐과 한국의 현대차 중 어느 쪽이 먼저 캐나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공장 설립 카드’를 던질지가 1,000억 달러 규모 잠수함 사업의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 독일이 외교적 행보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노력 중이나, 한국 역시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어 “어느 한쪽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힘든 팽팽한 접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