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M-Plus 강·헤그세스 회담, 한국 외교·방산 역량 시험 무대
韓 전작권 전환 속도…美 조건 충족과 동맹 기여 강조
전작권·방위비·동맹 현대화…한미 안보 조율의 핵심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한미 간 안보 현안 조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은 동맹의 지휘체계와 비용, 임무를 함께 바꾸는 사안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높이고 동맹 내 주도권을 확대하려 한다. 미국은 동맹국의 방위 기여를 늘리고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역할 분담을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양국 모두 동맹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책임과 비용을 나누는 방식에서는 조율이 필요하다.
이번 다자회의와 한미 간 협의가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려면 동맹 강화라는 원론을 넘어 구체적인 기준과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일정 확정보다 검증 기준이 우선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맡아 한미 연합전력을 지휘하는 체제로 바꾸는 과정이다. 핵심은 목표연도 자체보다 한국군의 작전 수행 능력과 연합방위태세가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있다.
한국은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등 주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중요한 절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북러 군사협력은 검증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보·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지휘통제 등 연합작전 역량을 확보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안보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환 일정이 계속 미뤄져서도 곤란하다. 양국은 조건별 평가 기준과 검증 절차, 평가 결과에 이견이 생겼을 때의 조정 방식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일정에 대한 정치적 합의만으로는 실제 전환을 보장할 수 없다.
방위비 분담, 비용과 임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방위비 분담은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의 방위 기여 확대를 강조해 온 만큼, 향후 분담금뿐 아니라 주한미군 운용과 연합훈련, 역내 안보 활동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존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합의와 추가 부담 요구는 구분해야 한다. 향후 압박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미국이 추가 협상을 공식 요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은 비용 증액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부담의 목적과 산정 근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방위에 직접 필요한 비용과 인도·태평양 전역의 안보 활동에 드는 비용을 구분하는 원칙도 중요하다.
동맹에 대한 합리적인 기여는 필요하지만, 임무와 비용의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부담만 커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협정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추가 요구에 대응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 한국의 안보 이익부터 따져야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남중국해·대만해협의 긴장은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의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전력 운용 폭은 넓어지지만, 한국은 그 변화가 한반도 방위태세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한다.
한국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따라서 역내 안보 활동에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 어떤 임무를 수용할지에 대한 원칙을 미리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해양 안전과 재난 대응, 사이버 안보, 방산 협력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분야다. 반면 특정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나 대중국 억제와 직접 연결되는 임무는 별도의 정치·군사적 판단이 필요하다. 동맹의 역할 확대에 앞서 한국의 이익과 부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ADMM-Plus, 외교와 방산 협력의 시험대
ADMM-Plus는 아세안 회원국과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이 참여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다. 역내 긴장을 관리하고 해양 안보, 재난 대응, 군사 협력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을 막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소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법 준수와 평화적 분쟁 해결을 강조하면서 항행 안전, 군사적 투명성, 위기관리 체계 등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의 과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역내 국가들과 대화할 여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압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안전 확보에 기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방산 협력도 중요한 의제다. 항공기와 함정, 잠수함 등 한국 방산 제품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무기 수출이 곧 외교적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성과를 내려면 후속 군수지원과 정비, 훈련, 기술 협력까지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동맹의 지속 가능성, 명확한 원칙에서 나온다
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 동맹 현대화는 결국 한미 양국이 지휘권과 비용, 안보 임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은 전작권 전환 조건과 검증 일정을 구체화하고, 양국의 평가 차이를 조정할 실무 협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방위비와 관련해서는 부담의 목적과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한반도 방위와 역내 안보 활동의 우선순위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강 장관의 다자 외교 일정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선언적인 동맹 강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각 현안의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양국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책임을 나누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미동맹의 안정성은 부담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의 방위 역량과 주도성을 높이면서 연합방위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양국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장기적인 동맹을 뒷받침할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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