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충남급·모가미급·이스탄불급 동시 검토…초기 해외 건조 후 미국 생산 전환
UFS 축소, 전작권 환수 등 한미 군사협력 변화…조선기술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져
미국이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서 한국·일본·튀르키예의 설계를 동시에 검토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했던 미국 해군시장 진출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주목한 것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가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이제 미국이 실제 경쟁구도를 한국·일본·튀르키예로 넓히면서 MASGA 산업적 수혜가 한국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제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 해군연구소가 발행하는 USNI News는 9월 1일 백악관과 미 해군이 새로운 호위함 사업을 위해 한국의 충남급,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모가미급 수출형, 튀르키예 이스탄불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초기 최대 2척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뒤 미국 조선소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단순히 외국 함정을 구매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동맹국의 설계와 생산체계를 미국 조선산업에 이식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미국 조선산업의 생산능력 부족이 있다. 미 해군은 지난해 말 기존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사업을 취소하고 새로운 FF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조선소에서 새로운 함정을 처음부터 개발하고 양산하는 방식만으로는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생산력이 밀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국가안보 이익을 근거로 해외 군함 건조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를 검토, 미 해군은 해외 전투함 설계와 조선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충남급이 후보에 포함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요구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다. 충남급은 이미 한국 해군을 위해 양산되고 있으며 여러 국내 조선소가 건조에 참여했다. 즉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함정의 개발 자체보다 검증된 설계와 함께 이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산업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를 단순한 함정 공급자로 바라보고 있지도 않다. 미국 측은 올해 한국 주요 조선업체들에 군함 건조능력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고, 미 의회 관계자들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소를 직접 방문했다. 미 해군의 조선산업 담당 고위 관계자 역시 최근 한국 조선소들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역시 MASGA를 겨냥한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확보한 데 이어 미국 내 생산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6년 7월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를 출범, 미국 조선소 생산성 개선, 인력 양성, 연구개발, 기술교류와 투자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 센터를 MASGA를 지원하는 미국 내 거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산업적 움직임과 별개로 한미 군사협력의 현장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UFS는 예정대로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지만, 올해 한미연합훈련은 과거와 비교해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특히 일부 일정에서는 미군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군 단독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었다.
다만 이를 ‘한국군이 UFS에서 빠졌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올해도 UFS 자체를 공식적으로 실시했고,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측은 야외기동훈련을 연중 분산해 상시적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따라서 현재 나타난 현상은 한미동맹의 군사훈련 중단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연합훈련의 축소와 운용방식 변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조선산업 관점에서는 이 변화가 가볍지 않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체를 평가할 때 단순히 ‘한국이 배를 잘 만드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동맹인가라는 요소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해군력 재건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돼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적인 전진기지이면서 동시에 해상전력 운용의 직접적인 파트너다. 반면 한국은 북한이라는 한반도 안보환경에 최적화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방식 자체가 조정되고 있다. 미국이 해군력 증강을 산업정책과 동맹정책의 결합으로 추진한다면 일본의 전략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은 이번 경쟁에서 단순한 조선산업 경쟁자가 아니다. 미 해군이 검토하는 모가미급은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호주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모가미 계열 함정의 수출을 추진해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이미 미군과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산업 협력과 군사적 연계가 동시에 작동할 여지가 있다.
튀르키예도 다른 의미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이스탄불급은 NATO 회원국의 설계라는 점과 함께 자체 함정 개발·건조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이번 후보 편입 과정이 7월 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튀르키예 지도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대화 이후 이뤄졌다는 USNI News의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번 사업이 순수한 기술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이 MASGA에서 일본과 튀르키예에 밀릴 가능성을 단순히 ‘조선 기술 경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조선 기술, 미국 현지 투자, 군사적 상호운용성, 정치적 신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평가하는 복합 경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은 생산성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대형 상선뿐 아니라 호위함·구축함·잠수함·군수지원함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핀란드 모델’처럼 초기 함정을 해외에서 건조한 뒤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한국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한국이 미국에서 더 많은 조선능력을 제공할수록 미국은 한국 한 곳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든다. 일본과 튀르키예도 동일한 방식으로 미국에 생산능력과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면 미국은 세 국가를 서로 경쟁시키면서 더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다.
당초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대규모 조선소, 미국 현지 투자 의지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일본과 튀르키예까지 공식적인 후보군으로 끌어들이면서 MASGA가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 사업’이 아니라 ‘미국이 여러 동맹국의 조선능력을 경쟁시켜 자국 생산기반을 재건하는 사업’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한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충남급을 미국에 판매하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충남급을 기반으로 미국 해군 요구조건에 맞는 차세대 함정을 공동 설계하고, 미국 조선소에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기업과 차세대 수상전투함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군사협력과 산업협력을 별개의 문제로 다루기 어렵다는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UFS가 축소되고 일부 연합 야외기동훈련에서 미군 참여가 제한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미국의 해군 조선산업 재건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한미 군사협력의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UFS 규모 축소와 미군 참여 조정은 이미 양국에서 주요 동맹 현안으로 다뤄졌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미국이 한국 대신 일본이나 튀르키예를 선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특정 국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 오히려 미국은 세 국가를 경쟁시킨 뒤 가장 빠르게 미국 내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MASGA가 일본이나 튀르키예로 넘어간다’는 전망은 현재로서는 과도하다. 그러나 한국이 독점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다.
이번 경쟁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생산성과 조선 규모에서 앞설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인도태평양 군사협력이라는 전략적 접점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는 NATO라는 또 다른 정치·군사적 연결고리를 갖는다. 결국 한국이 MASGA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유지하려면 조선소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내 생산, 기술이전, 인력양성, 공급망 현지화와 함께 한미 해군 간 상호운용성과 공동작전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미 해군의 호위함 국제경쟁은 그래서 한국 조선업에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경고다. 미국이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일본·튀르키예를 경쟁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확한 현재의 상황이다.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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