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저커버그·머스크, AI 경쟁이 GPU에서 전력·데이터센터로 이동
미국 ‘AI 인프라 확대·규제 최소화’ 동시 압박…데이터센터 반발은 확산
AI 산업의 경쟁축이 모델 성능과 반도체 확보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숙련 인력 등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등 주요 기술기업 경영진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확대를 요구하면서다.
황 CEO는 AI를 물·도로·전력·인터넷과 같은 국가 인프라로 규정했다. 각국이 자국 연구자와 학생, 기업, 스타트업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를 실제로 구동할 대규모 컴퓨팅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저커버그는 다른 병목을 지적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숙련 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숙련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메타 역시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전력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 부족이 임박하고 있으며, 그 시점이 먼 미래가 아니라 2027년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전력 생산시설을 데이터센터와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력 부족이 미국의 AI 경쟁에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 사람의 발언은 서로 다른 분야를 가리키지만 하나의 문제로 수렴한다. AI의 다음 경쟁은 GPU 자체보다 GPU를 수용할 데이터센터, 이를 가동할 전력, 시설을 건설할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AI 산업의 자본투자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서 전력망과 발전시설, 건설·냉각·네트워크 인프라로 확장되는 이유다.
특히 전력은 새로운 제약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대규모로 집중 소비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망의 여유 용량만으로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기요금 상승과 소음, 환경 문제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가 산업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력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기술업계가 G20에서 데이터센터 확대를 공동으로 요구한 배경에는 이 같은 미국내 갈등도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과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AI 규제를 둘러싼 논쟁도 데이터센터 문제와 연결된다. 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가상의 피해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피해에 규제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역시 유럽의 규제가 혁신을 제약한다며 새로운 기술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등은 AI의 위험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책임 있는 활용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 빅테크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AI 산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자국 AI 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촉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20 회의에서 AI 규제의 범위를 기존 법체계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유한 문제에 한정하자는 방향도 논의됐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곧바로 경제적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설비 투자, 용수와 냉각시설, 송전망 확충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새로운 정책 문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산업 생산성과 연구개발, 고용 증가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번 G20 논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AI 기업들이 더 이상 AI를 순수한 디지털 산업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은 컴퓨팅 인프라, 저커버그는 숙련인력, 머스크는 전력을 강조했다. AI 경쟁이 반도체 → 데이터센터 → 전력망 → 발전시설 → 인력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업 인프라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누가 가장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을 공급하며, 필요한 인력과 네트워크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G20에서 나온 빅테크 수장들의 메시지는 AI 경쟁의 중심이 이제 연구실에서 전력망과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회의는 미국 상무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공동 주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젠슨 황을 비롯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앤스로픽의 톰 브라운,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등 주요 기술기업 경영진을 초청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AI 혁신과 산업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 방향을 G20에 제시했다.
G20 혁신장관회의가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친혁신 정책, 기술 인력 양성, AI 지식재산권, AI 표준, 산업혁신과 공급망 투자 등이 주요 의제로 포함됐다. 각국은 기초연구 투자와 기술 상용화, 신기술의 신뢰할 수 있는 도입을 강조하는 ‘캐롤라이나 원칙’에도 합의했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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