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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배터리 혁신, 용량 클수록 충전시간 단축

Credit: CSIRO.

스마트폰 배터리가 갑자기 방전된 상황에서 단 몇 초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이러한 상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독특한 원리를 활용한 ‘양자 배터리(Quantum Battery)’ 기술이 실제 연구 단계에서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과학기관 CSIRO 연구진은 최근 세계 최초의 양자 배터리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며, 기존 배터리 개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자 배터리의 핵심은 ‘집단적 양자 효과(collective quantum effects)’에 있다. 일반적인 배터리에서는 에너지 저장 단위가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만, 양자 배터리에서는 여러 저장 단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시에 작용한다. 이로 인해 직관과는 반대로, 저장 단위가 많아질수록 충전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N개의 저장 단위가 있을 때, 각각이 따로 충전된다면 1초가 걸리지만, 동시에 충전될 경우 각 단위는 약 1/√N초 만에 충전이 가능해진다. 즉, 배터리 규모가 커질수록 전체 충전 시간은 단축되는 혁신적인 구조다.

이러한 개념은 오랫동안 이론적 연구에 머물러 있었지만, 2022년 CSIRO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를 실제 장치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기 마이크로캐비티(organic microcavity)’ 구조를 활용해 빛을 특정 방식으로 가두고, 그 안에서 양자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실험 결과, 분자 수가 증가할수록 충전 시간이 실제로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기존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였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저장된 에너지를 외부로 꺼내 전류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도 추가되었다. 국제 학술지 『Light: Science & Applications』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장치 내부에 추가 층을 삽입해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데 성공하며, 실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양자 배터리의 저장 용량은 수십억 전자볼트 수준으로 매우 작고,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수 나노초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와 같은 일반 기기를 구동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배터리는 양자컴퓨터와 같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특성은 대규모 양자 시스템의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다. 연구진은 현재 배터리 크기를 확장하고 에너지 저장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배터리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설계’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지난 100여 년간 축적된 양자역학 이론의 결실이라고 강조한다. 초기 비행 시간이 몇 초에 불과했던 인류 최초의 비행기처럼, 양자 배터리 역시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지만 미래 에너지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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