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체류 시간 현상…사라진 광자는 어디로?

광자가 원자 구름을 통과하는 동안 ‘음의 시간’을 보일 수 있다는 양자역학적 예측이, 이번에는 광자가 아닌 원자 자체의 상태를 추적한 실험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빛이 원자 구름을 통과할 때, 일부 광자는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행동한다. 마치 빛이 구름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는 ‘음의 체류 시간(negative time)’ 현상이 그것이다. 최근 물리학자들은 이 직관에 반하는 양자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의 하워드 와이즈먼(Howard Wiseman) 교수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해당 결과는 국제 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 실험에서 제기됐던 “측정 편향” 가능성을 제거하고, 원자 자체의 상태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다시 접근했다.

원자 구름 속 빛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빛(광자)이 원자 구름을 통과할 때, 모든 광자가 곧바로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 광자는 원자에 흡수되며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이때 에너지는 원자의 ‘여기 상태(excited state)’로 저장된다. 이후 원자는 다시 이 에너지를 방출하며 광자를 재생성한다.

또 다른 광자들은 산란되어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거나, 비교적 직진해 통과하기도 한다. 연구의 핵심은 이 과정에서 일부 ‘통과 광자(transmitted photons)’가 마치 예상보다 일찍 검출되는 것처럼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거 1990년대부터 이러한 현상은 반복적으로 관측돼 왔지만, “펄스의 앞부분 광자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선택 효과로 설명될 여지가 있었다.

“광자가 머문 시간은 음수일 수도 있다”

와이즈먼 교수는 이 현상이 시간여행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것은 시간 여행 장치를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표준 물리학 안에서 설명 가능하지만, 양자역학의 직관을 계속 흔드는 특이한 성질”이라고 설명했다.

즉, 광자가 원자와 상호작용하는 동안 머문 시간을 계산하면, 일부 조건에서는 ‘음수’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양자 상태의 상호작용 확률과 측정 방식에서 비롯된 효과다.

광자가 아니라 원자 측정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관측 대상이다. 기존 연구가 ‘검출된 광자’만을 분석한 것과 달리, 연구팀은 원자 자체의 상태를 직접 추적했다.

광자가 원자에 흡수되면 원자는 여기 상태에 들어가며, 그 지속 시간은 곧 광자가 원자 내부에 머문 시간과 같다. 연구진은 이 여기 상태를 매우 약한 레이저 빔으로 읽어냈다. 빛의 미세한 위상 변화(phase shift)를 측정해 원자의 순간적인 에너지 상태를 간접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통해 연구진은 “광자가 얼마나 오래 원자에 머물렀는가”를 직접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고, 결과는 기존의 ‘음의 시간’ 해석을 지지했다.

100만 번의 반복 실험이 만든 결론

양자 시스템은 측정하는 순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밀한 관측이 매우 어렵다. 이번 실험에서도 단일 측정은 노이즈로 인해 의미 있는 값을 제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한 측정(weak measurement)’ 기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시스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지만, 대신 신호가 매우 희미해 수많은 반복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약 100만 회 이상의 반복 실험과 약 70시간에 걸친 데이터 수집 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신호가 도출됐다. 약 7가지 조건에서 수행된 실험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와이즈먼 교수는 “아주 단순한 시스템, 즉 광자와 원자의 상호작용에서도 100년 가까이 된 이론이 여전히 새로운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과가 양자역학의 정합성을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교함을 확인해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사라진 광자는 어디로?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원자 구름을 통과하지 못하고 산란된 광자들이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양의 체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통과한 광자의 ‘음의 시간’과 산란된 광자의 ‘양의 시간’이 서로 상쇄되어 전체 평균은 0 이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이 균형 구조는 아직 실험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양자역학은 여전히 우리의 직관과 충돌하는 영역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음의 시간’ 현상은 빛이 단순히 이동하는 입자가 아니라, 확률과 상태의 중첩 속에서 정의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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