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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cience R&D 사람 손 안의 양자 현상…40년 전 ‘실험’ 현실로

사람 손 안의 양자 현상…40년 전 ‘실험’ 현실로

프린스턴 연구팀은 새로운 큐비트가 1밀리초 이상 지속된다고 보고했다. 이는 실험실 환경에서 보고된 최고 속도보다 3배, 대규모 프로세서 산업 표준보다 거의 15배 더 긴 시간이다. credit: Princeton University.

프린스턴 연구진, 업계 최고 수준 1밀리초 초전도 큐비트 구현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반도체와 MRI를 가능하게 하는 핵자기공명, 태양빛이 태양전지에서 전기로 바뀌는 과정까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거의 모든 첨단 기술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 존재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오랫동안 인간이 ‘이해’만 할 뿐 ‘다룰’ 수는 없는 영역이었다. 전자와 광자는 너무 작고 민감해 주변의 열과 진동, 미세한 전자기 잡음만으로도 본래의 양자 상태를 잃어버린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양자컴퓨터 연구는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실제 구현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이 이 같은 통념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연구진은 기존 업계 표준보다 약 15배 긴 1밀리초(0.001초) 동안 양자정보를 유지하는 초전도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인에게는 눈 깜짝할 순간처럼 보이는 1밀리초지만,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에게는 40년 동안 추격해온 하나의 꿈과도 같은 시간이다.

1985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실험

198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클리의 작은 물리학 실험실이 양자컴퓨터 혁명의 출발점이었다.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당시 젊은 연구자였던 존 클라크(John Clarke), 미셸 데보레(Michel Devoret), 존 마르티니스(John Martinis)는 “양자현상을 사람 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양자현상이 원자 수준에서만 존재한다고 믿었지만, 연구팀은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거대한 전기회로 전체가 하나의 양자입자처럼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당시 논문에서 이를 “우리의 투박한 손가락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큰 양자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이 실험은 훗날 초전도 큐비트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관련 연구는 현대 양자정보과학(QIS)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양자컴퓨터는 왜 기존 컴퓨터와 다른가

기존 컴퓨터는 0과 1을 오가며 계산한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Superposition)을 이용한다. 여기에 여러 큐비트가 서로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되는 얽힘(Entanglement)이 더해지면 계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또 하나의 핵심 현상은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다. 고전물리에서는 공이 벽을 넘으려면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양자세계에서는 일정한 확률로 벽을 통과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 전자들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는 물리법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며, 이러한 독특한 성질이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와 전혀 다른 계산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다.

가장 큰 적은 ‘양자 쓰레기’였다

하지만 큐비트는 극도로 예민하다. 절대온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도 주변 환경과 조금만 상호작용하면 저장하던 정보를 모두 잃어버린다. 초기 초전도 큐비트는 불과 수 나노초 만에 계산 능력을 상실했다.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을 괴롭힌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금속 표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원자 몇 층 두께의 산화막과 불순물이었다. 이르판 시디키 교수는 이런 미세한 결함을 “Quantum Junk(양자 쓰레기)”라고 불렀다.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원자 수준의 결함들이 큐비트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재료공학이 양자혁명의 승패를 바꿨다

문제 해결은 물리학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와 대학들은 물리학자뿐 아니라 재료공학자와 화학자, 반도체 공정 전문가들까지 연구에 참여시켰다. 연구자들은 니오븀 대신 탄탈룸을 사용하고, 산화층을 줄이는 표면 처리와 마그네슘 보호층을 적용했으며, 사파이어 대신 고순도 실리콘 기판을 도입하고 초고진공 제조공정을 개선하는 등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프린스턴 연구진이 최근 달성한 1밀리초 초전도 큐비트 역시 이러한 재료공학 혁신이 축적된 결과다. 이는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양자오류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1밀리초가 왜 혁명인가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연산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양자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큐비트가 오래 살아남을수록 더 복잡한 계산과 더 많은 양자게이트 수행, 반복적인 오류정정, 논리 큐비트 구현이 가능해진다. 즉 1밀리초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실용적 양자컴퓨터로 향하는 핵심 이정표인 셈이다.

AI와 양자컴퓨터가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는 실시간으로 잡음을 분석하고 최적의 제어 신호를 찾아 큐비트의 오류를 줄이는 데 활용된다. 또한 수백 개의 물리 큐비트를 하나의 안정적인 논리 큐비트로 묶는 오류정정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론으로 여겨졌던 기술들이 이제는 실제 하드웨어 위에서 검증되기 시작한 것이다.

40년의 집념, 이제 시작일 뿐이다

1985년 버클리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은 오늘날 전 세계가 수백조 원 규모로 투자하는 차세대 컴퓨팅 경쟁으로 성장했다. 아직 범용 양자컴퓨터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양자를 관찰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양자를 설계하고 제어하며 원하는 계산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브룩헤이븐 미 국립연구소의 척 블랙 부소장은 이 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장치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놀랍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양자컴퓨터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더 빠른 컴퓨터가 아니다. 인류가 자연계에서 가장 미세한 법칙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활용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40년 전 “우리의 투박한 손가락으로 양자를 만질 수 있을까”라는 무모한 질문은 이제 새로운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인류는 양자를 이용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Contact: navy@scimonitors.com | 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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