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1년간 AI 데이터센터와 칩 자금조달을 위해 최대 3000억달러의 보증을 제공했으며, 대부분이 즉시 부채로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이 실제 손실로 이어질지는 AI 수요와 칩 가치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잔존가치보증(RVG)이란 무엇인가

잔존가치보증은 데이터센터나 AI 칩을 나중에 팔거나 재임대했을 때 받는 금액이 약속한 최소 가치에 못 미치면, 보증한 기업이 부족분의 일부를 메워주는 계약이다. 투자자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빌려주고, 시설이나 칩이 결국 처분될 때 합의된 가치보다 낮게 팔리면 빅테크가 그 차액 일부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빅테크가 아니라 특수목적법인(SPV)이 데이터센터나 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보증 기업은 미래 가치 하락 위험의 일부를 떠안는다. 빅테크가 직접 빌리는 것이 아니어서 위험 대부분이 일반 부채처럼 장부에 나타나지 않는다.

3000억달러의 내역: 메타·브로드컴·엔비디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사업(블랙아울 파트너십)에 280억달러 보증을 제공했다. 덕분에 이 사업은 27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자 부담은 메타의 자체 차입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 그쳤다. 의무의 대부분은 메타의 재무상태표 밖에 남았다.

브로드컴도 비슷했다. 약 290억달러 규모로, 칩을 사서 앤트로픽에 임대할 SPV를 뒷받침한다. 향후 앤트로픽과 오픈AI 납품에도 비슷한 금융을 쓸 수 있다. 앞서 아폴로·블랙스톤이 조성한 350억달러 규모 SPV 거래에서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임대료를 못 낼 경우 선순위 투자자의 손실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오픈AI를 위한 오하이오 데이터센터에 최대 1050억달러의 보증을 제공한다. 초기 IT 용량은 4.25GW이며, 추가 3.75GW 지원 옵션까지 행사하면 약 8GW가 된다. SB에너지가 20년 임대 조건으로 건설·소유·운영한다.

엔비디아 보증은 규모만 보면 오해하기 쉽다. 이는 10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급 의무의 상한이며, 임대 인프라의 잔존가치와 연동된다. 오픈AI는 엔비디아가 실제로 지급한 금액을 상환하기로 했다. SB에너지의 SEC 제출 서류에 따르면 이 보증은 임차인의 지급불능이나 시정되지 않은 금전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때만 발동한다. 엔비디아는 이 보증이 사업 전체 비용이나 오픈AI의 모든 의무가 아니라 임대료·전력 비용 일부와 부지의 최소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GPU 업체가 고객이 쓸 인프라의 자금조달까지 뒷받침하는 이 전략은 시장 수요를 키우는 반면 칩 제조사와 고객 사이의 ‘순환 펀딩’ 논란을 키워왔다.

이 밖에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보도도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7개 하이퍼스케일러·칩 제조사의 대차대조표 밖 약정과 신용 지원이 3조1000억달러를 넘는다고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3000억달러와 산정 범위가 다른 별개의 수치다. FT 보도를 인용한 2차 보도에는 알파벳의 데이터센터 보증이 6개월 만에 169억달러에서 438억달러로 늘었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이 수치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빅테크는 왜 ‘부채’ 대신 ‘보증’을 택하나

이유는 자금조달 비용과 신용등급이다. 잔존가치보증이 붙은 프로젝트의 조달금리는 보증 기업 자체 부채보다 100~150bp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은행가들은 신용력은 활용하면서 부채를 전부 장부에 올리지 않아도 되는 ‘대차대조표 효율적’ 구조라고 설명한다. 대출기관은 빠른 기술 변화로 자산 가치가 급락할 위험을 보증으로 방어한다.

모건스탠리 분석은 이런 구조가 AI 지출이 현금흐름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투자적격 신용등급과 저금리 회사채 시장 접근성을 지키는 수단이라고 본다. 신용평가사도 이를 방치하지 않는다. 평가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증 가치가 자산의 예상 가격을 얼마나 웃도는지 따져, 그 차이를 레버리지 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진짜 위험은 ‘가치 하락 속도’

핵심 변수는 기술적 진부화다. GPU는 물리적으로 멀쩡해도 차세대 칩이 나오면 경제적 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웨스턴애셋은 AI 인프라 금융의 위험 요인으로 건설·임차인·차환·진부화 위험을 꼽고, 칩의 경우 자산이 예상보다 빨리 경제적 가치를 잃을 가능성을 진부화 위험으로 규정했다. 데이터센터는 15년 넘게 쓰는 장기 자산이지만 GPU 같은 AI 하드웨어는 수명이 짧아 주기적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금융계약의 만기와 기술 교체 주기가 어긋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엔비디아는 이 캠퍼스를 세대가 바뀔 때마다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장기 인프라로 설명한다. 브로드컴도 주요 AI 개발사의 예상 수익성과 장비의 잔존가치를 근거로 손실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투자자에게 밝혔다.

이 보증들이 큰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가 계속 가동되고 GPU가 높은 중고 가치를 유지하면 기초자산이 채무 대부분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은 AI 수요가 둔화되는데 인프라는 이미 대거 지어진 경우에 나타난다.

금융시장의 경계감: 연준·영란은행의 은행 익스포저 점검

AI 관련 변동성은 이미 규제 당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는 21일 FT를 인용해, 영란은행(BoE)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헤지펀드 Situational Awareness의 혼란으로 제인스트리트가 큰 손실을 본 뒤 글로벌 은행들에게 대형 트레이딩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운용하는 이 AI 중심 펀드는 AI·반도체 주식이 급락하자 공개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시타델 증권에 팔아야 했고, 이것이 제인스트리트의 150억달러 손실로 이어졌다. 이 손실은 7월에 발생했다. 당국은 트레이딩 기업의 위험 성향, 하루 동안 은행 익스포저가 어떻게 변했는지, 위험 통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묻고 있다. 앞서 8월에는 SEC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월가 은행에 소환장을 보내 이 펀드의 레버리지 사용을 조사했다.

이 사안은 잔존가치보증과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다. 로이터·FT 보도는 트레이딩 기업과 은행 사이의 레버리지 문제를 다룰 뿐이다. 다만 AI 자산 가치 변동이 SPV, 사모신용, 은행, 트레이딩 기업으로 이어지는 금융 연결고리가 길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남은 질문 세 가지

AI 인프라 투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실제 연산 수요가 늘고 장기 계약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받쳐준다면 보증 구조는 효율적인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다음 세 질문이 중요해졌다. 먼저 AI 투자금은 누가 조달하는가. 그 위험은 누구의 대차대조표에 있는가. GPU와 데이터센터 가치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면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가.

    AI 붐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GPU 출하량과 데이터센터 건설량을 넘어, AI가 만들어내는 현금흐름과 이를 앞당겨 조달한 금융 규모 사이의 간극으로 확장되고 있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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