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궁 울트라’ 9.39초에 100m 주파…X-휴머노이드 제자리 점프 2.88m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다.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100m 달리기와 높이뛰기에서 인간 세계기록을 웃도는 성능을 선보인 것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인간을 능가한 로봇’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중국이 로봇의 이동·제어·구동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8월 22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아이스 리본’에서 개막한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World Humanoid Robot Games)은 단순한 로봇 경연을 넘어 중국의 로봇 산업 경쟁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올해 대회에는 16개국에서 666개 팀, 2,056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가, 51개 종목에서 1,301차례 경기가 진행되며, 지난해 첫 대회보다 참가 로봇 수는 네 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100m 달리기였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 울트라(Tiangong Ultra)’는 100m를 9.39초에 주파했다. 이는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세운 인간 남자 100m 세계기록 9.58초보다 0.19초 빠른 기록이다. 중국 기업 아너(Honor)의 휴머노이드 로봇 ‘라이트닝(Lightning)’ 역시 9.47초를 기록하며 볼트의 기록을 넘어섰다.
중국 로봇의 성능 향상 속도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대회에서 톈궁 울트라의 100m 기록은 21.50초였다. 1년 만에 기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아너의 라이트닝은 대회 전 시험 주행에서 이미 9.32초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고 속도는 초속 14.5m였다.
높이뛰기에서도 인간 기록을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베이징의 X-Humanoid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자리 높이뛰기에서 2.88m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로봇 대회의 최고 기록인 약 0.95m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인간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 2.45m보다도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로봇의 9.39초와 인간의 9.58초를 동일한 의미의 ‘세계기록’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인간 육상 기록은 세계육상연맹의 출발·측정·장비·경기 규정 아래 만들어진 기록인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는 별도의 경기 규칙과 계측 조건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인간 육상 세계기록을 공식적으로 경신했다’기보다, 인간 기록을 비교 기준으로 삼을 만큼 로봇의 운동 성능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기술적 이정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속도가 빨라진 만큼 로봇의 한계도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일부 로봇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해 완충벽에 충돌했고, 경기 후 로봇을 회수하거나 수리해야 하는 장면도 나타났다. 즉 ‘빠르게 달리는 능력’과 ‘안정적으로 달리고 멈추는 능력’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 점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현재 수준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로봇에게 어려운 것은 단순히 인간과 같은 동작을 한 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환경에서 그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균형과 에너지, 안전성, 주변 상황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다.
올해 대회가 달리기와 높이뛰기만을 강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체 51개 종목 가운데 30개는 스포츠·경쟁 종목이고 21개는 공장, 물류센터, 호텔, 가정, 응급구조 등 실제 산업과 생활환경을 모사한 시나리오형 종목이다. 조립, 물건 분류, 도서 정리, 긴급 대응과 같은 작업뿐 아니라 나사 조이기, 물건 집기 등 정밀한 손동작도 평가 대상이다.
특히 올해 대회의 변화는 ‘로봇이 인간보다 얼마나 빨리 달리는가’에서 ‘로봇이 인간의 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대회의 종목 구성이 사실상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시장 지도’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평지 달리기나 축구처럼 비교적 구조화된 환경에서의 동작은 자율 수행 능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계단·사다리·비정형 지형, 장시간 작업, 인간과의 물리적 협업, 에너지 효율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 대회에 실제 산업현장을 모사한 종목을 대폭 확대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대회가 ‘로봇이 걸을 수 있는가, 달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는 ‘로봇이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중국 정부와 산업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의 새로운 축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회가 열린 주에는 베이징에서 2026 세계로봇대회(World Robot Conference)도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해 약 3,000개의 로봇 제품을 선보였다.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개, 물류·서비스 로봇 등이 총출동했다.
중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시연의 수준만이 아니다. 대량생산 능력과 부품 공급망, 제조 인프라가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참가자 가운데 중국 팀은 641개, 로봇은 1,975대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57개 기업과 200개 대학·연구기관이 국내 참가에 참여했다.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행사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국의 네트워크와 데이터, 주요 인프라에 접근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정보 수집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7월 말 새로운 외국산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개 등의 미국 내 신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이를 보호주의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중국 로봇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경계는 이미 수입 규제를 넘어선 상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월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 업체인 유니트리(Unitree)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미 국방부는 Unitree가 중국 국방산업 기반에 기여하는 ‘군민융합’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Unitree 측은 자사 로봇이 민간용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흥미로운 역설도 존재한다. 로이터는 최근 중국의 대표적 로봇 기업 Unitree가 미국 정부가 지원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사족보행 로봇 기술을 상용화한 사례를 보도했다. 미국의 기초·국방 연구가 공개된 뒤 중국 기업의 대량생산 능력과 결합해 상업적 경쟁력으로 전환된 사례라는 분석이다. 이는 AI·로봇 경쟁에서 단순한 ‘누가 더 좋은 기술을 개발했는가’뿐 아니라 누가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대표적인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 업체 Unitree는 8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뛰었다. 로이터는 이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기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미 ‘인간형 로봇 시대’를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로봇대회 현장에서는 춤추고 복싱하며 빠르게 달리는 로봇이 관객을 사로잡았지만, 실제 생활과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단순한 작업조차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함께 나타났다. AP와 주요 외신들은 로봇이 여전히 시연·공연·연구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대규모 실사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Unitree의 왕싱싱 CEO 역시 최근 로봇이 낯선 환경에서 언어 명령만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로봇의 ChatGPT 순간’이 오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이 여전히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베이징의 ‘로봇 올림픽’이 보여준 것은 인간을 대체할 완성된 기계가 아니다. 오히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신체능력을 일부 영역에서 빠르게 추월하기 시작했지만, 인간처럼 현실 세계에서 안정적이고 범용적으로 일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00m 9.39초라는 숫자는 강렬하다. 그러나 산업적 관점에서 더 중요한 기록은 달리기 기록이 아니다. 로봇이 하루 8시간 동안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업하는지, 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함께 일할 때 사고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하는지가 진짜 경쟁력이다.
중국은 이미 이 경쟁의 무대를 경기장에서 공장과 물류센터, 가정과 서비스 현장으로 옮기고 있다.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로봇이 볼트보다 빨리 달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로봇에게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가’라는 산업적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변화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AI·반도체 경쟁을 넘어, 앞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자체를 둘러싼 새로운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