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지연 추론칩 LPU 통합 엔비디아, 리벨리온과 전략적 협상

엔비디아가 한국 AI 반도체 설계기업 리벨리온과 기술 협력은 물론 지분 투자와 인수 가능성까지 포함한 전략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나 투자 규모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협상 역시 초기 단계여서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와 직접 만나 논의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리벨리온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2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와 리벨리온이 기술 제휴, 지분 투자 또는 인수 등을 놓고 초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 CEO와 박 대표는 이번 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나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벨리온 측도 두 사람이 최근 만났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AI 추론 반도체다.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추론 작업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왔다. AI 모델을 처음 학습시키는 훈련 단계와 달리 추론은 학습이 끝난 모델이 사용자 요청에 따라 결과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규모로 확산될수록 처리량과 전력 효율,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제 서비스 운영과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엔비디아의 관심도 GPU 외부로 확대되고 있다. 범용 GPU가 AI 학습과 추론을 모두 처리할 수 있지만, 추론 서비스가 대규모로 확대되면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전용 가속기가 비용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벨리온은 바로 이 시장을 겨냥해 엔비디아와 다른 접근법을 제시해왔다.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SK하이닉스, 삼성벤처투자, Arm 등으로부터 약 8억50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최근 기업가치는 약 23억 달러로 평가됐다. 한국 정부도 리벨리온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은 올해 들어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AI 추론 최적화 기업 스퀴즈비츠를 인수하면서 NPU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추론 서비스까지 통합하는 풀스택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이를 통해 서버와 랙 구성부터 모델 실행과 서비스까지 AI 추론의 전체 과정을 최적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에는 4억 달러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도 완료했다. 당시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AI 인프라를 겨냥한 RebelRack과 RebelPod를 공개하며 칩 단품에서 벗어나 랙 단위의 AI 컴퓨팅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따라서 현재 엔비디아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은 단순한 NPU 설계 기술뿐 아니라 AI 추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버·랙 인프라를 아우르는 리벨리온의 기술 생태계 전체일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보여온 행보와도 이번 협상은 연결된다. 엔비디아는 GPU를 판매하는 반도체 기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AI 컴퓨팅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기업 클로버리프 인프라스트럭처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확보에도 직접 나섰다.

Credits : groq.

엔비디아가 지난해 미국 AI 반도체 기업 그록과 체결한 거래도 주목할 만하다. 엔비디아는 올해 초 AI 추론 칩 LPU 개발사 그록(Groq)의 핵심 자산과 인력을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 했다. 엔비디아는 그록을 전면 인수하는 대신 비독점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핵심 엔지니어 상당수를 영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록은 별도 기업으로 계속 운영된다. 엔비디아가 경쟁 기술을 자사 생태계에 편입하는 방식이 반드시 전통적인 인수·합병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리벨리온과의 협상 역시 단순한 인수 가능성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여러 단계의 전략적 결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소수 지분 투자로 기술적 관계를 확보할 수도 있고, 특정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나 공동개발로 협력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리벨리온의 기술과 인력을 자사 생태계에 직접 편입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수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규제 문제는 중요한 변수다. 엔비디아는 이미 AI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AI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경우 미국 법무부 등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취급되고 있고 정부가 리벨리온에 투자한 만큼 기술과 지분의 해외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리벨리온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복잡해졌다. 회사는 그동안 독립적인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올해 프리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도 이러한 계획의 연장선이다.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기술 생태계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수까지 진행될 경우 독립적인 한국 AI 반도체 기업을 육성한다는 기존 전략과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협상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엔비디아가 리벨리온이라는 특정 기업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느냐보다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AI 학습 시장에서 GPU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쟁은 AI 모델을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실제 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가 리벨리온에 대한 투자를 선택한다면 한국 AI 반도체 기술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엔비디아의 추론 반도체 포트폴리오와 한국의 NPU 기술을 결합하는 대형 거래로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제휴나 소수 지분 투자에 그친다면 엔비디아가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기보다 추론 시장의 기술적 선택지를 확보하면서 독립적인 생태계를 관리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엔비디아의 리벨리온 투자나 인수가 확정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양사가 기술 제휴·투자·인수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을 초기 단계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실제 거래 구조와 투자 규모, 리벨리온의 기업공개 추진 여부가 이번 협상의 성격을 판단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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