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2% 2큐비트 게이트 충실도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넘어 실제 계산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다. 큐비트가 몇 개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고, 필요한 큐비트끼리 얼마나 자유롭게 연결하며, 오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다.

영국과 미국에 기반을 둔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넘(Quantinuum)의 98큐비트 이온트랩 양자컴퓨터 ‘헬리오스(Helios)’는 이런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 결과는 2026년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헬리오스의 의미는 단순히 98개의 큐비트를 구현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온트랩 방식의 강점인 높은 연산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큐비트를 물리적으로 이동시켜 서로 연결하고, 이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제어하는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현했다는 데 있다.

고정된 큐비트 대신 ‘움직이는 큐비트’

헬리오스는 전자기장으로 진공 속에 가둔 바륨 이온을 큐비트로 사용한다.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터처럼 큐비트를 칩 위 특정 위치에 고정해 놓고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이온을 실제로 이동시켜 연산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QCCD(Quantum Charge-Coupled Device) 아키텍처다.

QCCD에서는 양자정보를 저장하는 영역과 연산을 수행하는 영역을 분리한다. 헬리오스는 저장 영역과 여러 연산 영역을 연결하고, 중앙의 4방향 X자 접합부를 이용해 이온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킨다. 저장 영역에는 이온을 보관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으며, 연산이 필요할 때 해당 이온을 연산 구역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구조의 중요한 장점은 큐비트 사이의 연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위치에 고정된 큐비트끼리만 직접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는 멀리 떨어진 큐비트를 연결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추가 연산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헬리오스에서는 필요한 큐비트를 직접 이동시켜 연산에 투입할 수 있다.

헬리오스는 98개 물리적 큐비트 사이의 전면적 연결성을 구현했다. 이는 단순한 큐비트 숫자 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확장 전략이다.

99.92% 2큐비트 게이트 충실도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 수가 늘어나면 동시에 오류 가능성도 커진다. 양자상태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으며, 게이트 연산과 측정 과정에서도 오류가 발생한다. 따라서 실제 성능을 평가하려면 물리적 큐비트 숫자와 함께 연산 충실도를 봐야 한다.

헬리오스는 이온트랩 방식의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 규모를 확대했다. 퀀티넘이 제시한 성능은 단일 큐비트 게이트 충실도 99.9975%, 2큐비트 게이트 충실도 99.921%다. 특히 2큐비트 게이트는 양자 알고리즘의 핵심 연산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갖는 의미가 크다.

2큐비트 게이트의 평균 오류율은 약 0.079% 수준이다. 큐비트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게이트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회로의 깊이가 제한되지만, 헬리오스는 98큐비트 규모에서도 높은 충실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결국 양자컴퓨팅 산업의 핵심 지표는 ‘물리적 큐비트 수’에서 ‘실제로 오류를 감당하면서 계산에 투입할 수 있는 큐비트 수’로 이동하고 있다.

X자 접합부와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양자 교통망’

이온을 직접 이동시키는 구조는 강력한 장점을 제공하지만 새로운 문제도 만든다. 큐비트가 많아지면 어떤 이온을 언제 어디로 이동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헬리오스는 이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해결한다.

중앙의 X자 접합부는 이온이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저장과 연산을 병렬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퀀티넘은 헬리오스에 여러 연산 영역을 배치하고 이온의 이동과 게이트 실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제어 소프트웨어가 더해진다. 이온트랩 방식에서는 단순히 양자 게이트만 정확하게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온을 이동시키는 시간과 경로, 다른 큐비트와의 충돌 가능성, 연산 순서까지 함께 최적화해야 한다.

헬리오스의 제어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의 요구에 맞춰 이온의 이동 경로와 연산 순서를 조정한다. 말하자면 양자컴퓨터 내부의 ‘교통관제 시스템’에 해당한다.

이런 구조는 향후 큐비트 규모가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날 때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드웨어만 확장하면 이온 이동 경로가 서로 겹치면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류보정의 핵심은 ‘계산하면서 측정하는 것’

헬리오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양자 오류보정으로 가는 데 필요한 동적 제어 기능을 시스템에 통합했다는 점이다.

양자 오류보정에서는 계산 도중 발생하는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큐비트를 측정하고 초기화한 뒤 다시 계산에 투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헬리오스와 같은 QCCD 구조에서는 저장 영역과 연산 영역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큐비트를 측정·재설정하면서 다른 큐비트에서는 연산을 계속 수행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오류보정 양자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다만 헬리오스가 완성된 오류보정 양자컴퓨터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대규모 오류보정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을 실제 시스템에서 검증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슈퍼컴퓨터를 넘어선 벤치마크, 실용적 양자우위는 아직

헬리오스는 특정 양자 벤치마크에서 고전 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넘어서는 결과도 보여줬다. 네이처 연구진은 랜덤 회로 샘플링(RCS) 실험을 통해 고전적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의 계산을 수행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성과를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전면적으로 추월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RCS는 양자 하드웨어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유용한 벤치마크지만,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탐색, 금융 최적화와 같은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다르다. 현재의 양자우위 실험은 특정한 계산에서 고전 컴퓨터가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에 도달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진정한 산업적 양자우위가 실현되려면 오류보정된 논리 큐비트가 대규모로 확보돼야 한다.

이온트랩·초전도·중성원자…서로 다른 확장 전략

헬리오스의 기술적 의미를 이해하려면 다른 양자컴퓨팅 플랫폼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초전도 방식에서는 IBM과 구글 등이 대표적이다. 큐비트를 칩 위에 고정하고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빠르게 연산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이 방식은 반도체와 유사한 집적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성원자 방식은 큐에라(QuEra) 등 기업이 대표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다수의 원자를 정교하게 배열하고 제어하면서 빠르게 큐비트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온트랩 방식의 퀀티넘은 상대적으로 높은 게이트 충실도와 큐비트 간 연결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따라서 향후 승자는 단순히 가장 많은 큐비트를 확보한 기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큐비트 수와 게이트 정확도, 연결성, 오류보정 효율, 연산 속도, 제어 시스템의 확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98큐비트 이후가 진짜 승부처

헬리오스의 98큐비트는 상당한 기술적 성과지만, 실용적인 오류보정 양자컴퓨터라는 최종 목표와 비교하면 아직 출발점에 가깝다.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이온의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접합부가 증가하며, 여러 큐비트가 동시에 이동할 경우 경로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른바 ‘양자 교통체증’이다.

게이트 오류와 메모리 오류도 무시할 수 없다. 수십 개 큐비트에서 작동하던 제어 방식이 수천 개에서도 동일한 정확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QCCD 방식의 다음 과제는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서도 이동 속도와 게이트 충실도, 연결성, 오류보정 능력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국가 양자전략이 2030년대 대규모 오류보정 양자컴퓨팅과 산업적 활용을 목표로 하는 것도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전제로 한다.

양자컴퓨터 경쟁, ‘큐비트 숫자’에서 ‘시스템 아키텍처’로

헬리오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양자컴퓨터의 미래 경쟁은 더 이상 큐비트를 많이 집어넣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큐비트를 어떻게 저장하고, 언제 이동시키며,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연산하고, 발생한 오류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는지가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역시 하드웨어의 부속물이 아니다. 수백·수천 개의 큐비트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양자 회로의 실행 순서와 이온 이동 경로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헬리오스는 바로 이 ‘통합형 양자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98큐비트가 실용적 범용 양자컴퓨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오류보정과 산업용 애플리케이션까지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물리적 큐비트와 높은 수준의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은 달라졌다.

양자컴퓨터의 승부처는 ‘누가 가장 많은 큐비트를 갖고 있는가’에서 ‘누가 가장 많은 큐비트를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퀀티넘의 헬리오스는 이 새로운 경쟁의 기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향후 IBM·구글의 초전도 방식, 중성원자 방식, 이온트랩 방식이 각자의 약점을 얼마나 빠르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양자컴퓨팅의 주도권이 결정될 전망이다.

결국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결정할 것은 숫자가 아니다. 정확도, 연결성, 오류보정, 제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능력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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