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군, 북극서 양자 관성항법 센서 실증 성공
GPS 없는 항법 시대 성큼
영국 해군(Royal Navy)이 위성 신호 없이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양자 관성항법(Quantum Inertial Navigation) 기술의 실전 가능성을 북극에서 입증했다. 영국 해군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과 협력해 극지 환경에서 양자 강화 관성 센서(Quantum-enhanced inertial sensors)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GPS가 차단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항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군사·산업 전반에 큰 의미를 갖는다.
해당 센서는 ‘냉각 원자(cold atoms)’의 양자역학적 파동 특성을 활용해 가속도와 회전을 정밀 측정한다. 초기 위치만 알고 있으면 외부 신호를 송수신하지 않고도 이동 경로를 계산할 수 있어, GPS 재밍(jamming)·스푸핑(spoofing)·신호 손실에 본질적으로 강하다. 이는 위성 의존도가 높은 기존 항법 체계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 북극 시험은 단순한 연구실 실험을 넘어, 실제 해상 환경에서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지프 코터(Joseph Cotter) 박사는 “실험실에서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지만, 선박 위에서 충격과 진동, 극한 환경을 견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북극 시험은 센서를 실전용 기술로 완성하기 위한 핵심 단계”라고 설명했다.
영국 해군과 임페리얼 칼리지는 2018년 최초의 양자 항법 센서 시연 이후, 지속적으로 실증 범위를 확대해 왔다. 2023년에는 해군 연구선 ‘패트릭 블래킷(Patrick Blackett)’호에 처음 탑재됐고, 런던 지하철에서도 시험 운용되며 철도 신호 시스템 적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이번 북극 배치는 이러한 축적된 실험을 극한 환경으로 확장한 사례다.
영국 국방부 산하 파괴적 역량·기술국(DCTO)의 매트 스틸(Matt Steele) 사령관은 “양자 관성항법은 GPS 거부 환경에서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해군의 미래 작전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하루만 GPS가 마비돼도 영국 경제에 10억 파운드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은, 위성 의존 탈피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군사 분야를 넘어 항공우주, 해운, 자율주행, 농업, 철도 등 민간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중·도심 밀집 지역처럼 위성 신호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위성 독립형 항법 기술은 차세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북극에서의 이번 실증은 양자 기술이 이론을 넘어 실제 산업과 안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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