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D-Day’ 조롱 vs 트럼프’선거결과 무관, 전면전 불사’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보름여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군사적 충돌을 넘어 미 유권자들의 ‘지갑’을 둘러싼 고도의 심리전과 경제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무력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은 영문 성명과 소셜미디어를 총동원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 내 기름값과 인플레이션을 집중 부각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란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11월 총선 직후 ‘최종 타결 아니면 전면전 복귀’라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어, 양국 간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코요테 만화’로 미 재무장관 조롱한 이란… 미 유권자 밥상물가 정조준한 ‘정보전’
지난 16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Al Jazeera)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최근 국영 매체 기고문과 영문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시한 전쟁이 미국 경제와 유가에 미친 파괴적 비용을 미국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선봉에 선 인물은 이란의 수석 협상대표이자 국회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캠페인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공개 조롱했다. 그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7%로 다시 뛰어올랐다는 뉴스 기사와 미 경제의 부정적 헤드라인들을 콜라주 형태로 묶어 게시하면서, 인기 애니메이션 ‘로드 러너(Road Runner)’의 한 장면을 함께 올렸다. 만화 속 악당 ‘와일 E. 코요테’가 상대를 공격하려다 투석기가 오작동해 거대한 바위에 스스로 깔리는 장면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군사 공격이 결국 미국 경제를 덮치는 부메랑이 됐음을 비꼰 것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달 베선트 재무장관이 국가 부채와 채권 시장을 언급하며 미국 경제를 카지노의 ‘하우스(딜러·항상 이기는 판돈 주인)’에 비유한 발언을 겨냥해 “확률(odds)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increases)로 ‘퍼센트 게임’을 해보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그는 디젤 가격은 치솟고 주택 구매력과 소비자 신뢰지수는 추락하는 지표를 종 모양 곡선(Bell curve) 형태의 ‘유령’ 그래픽으로 만들어 유포하기도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지난달 29일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영문 공개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비용(현재까지 직접 전비만 약 380억 달러 추산)과 경제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혁명수비대는 서한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미국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했다”며 “곧 댐이 무너지고 미 경제가 붕괴해 미국인들에게 수년간 엄청난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이 미국 정치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시기인 만큼 미국인들이 깨어나 부패한 정치인들로부터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노골적인 반전 여론전을 펼쳤다.
시나 투시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테헤란의 목표는 특정 정당(민주당)을 집권시키거나 미 정치를 조작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미국 대중에게 직접 말을 걸어 이란 전쟁에 따르는 트럼프의 정치적 비용을 극대화하고 자신들의 서사를 관철하려는 철저한 정보전”이라고 분석했다.
‘사상 최고치’ 디젤 6.33달러와 연준 금리 인상… 호르무즈 화염이 부른 워싱턴 딜레마
이란의 이 같은 심리전이 워싱턴에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실제 미국 실물경제가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가 인용한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에 따르면, 2월 말 개전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교란하면서 미국 내 디젤 가격은 갤런(3.8리터)당 6.3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쟁 전 갤런당 3달러 미만이던 일반 휘발유 가격 역시 4.33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를 밀어 올리자, 경기 부양을 위해 줄곧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결단을 내렸다.
경제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음 달 상·하원 다수당 수성을 노리는 공화당의 선거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알자지라는 “이란과의 전쟁에 대체로 반대하는 민주당이 수십 년간 보수 텃밭이었던 텍사스주 등 핵심 경합지 전반에서 공화당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 12명의 거센 반발(“적에게 주는 선물이자 동맹 배신”)을 무릅쓰고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유예하며 러시아산 디젤 225만 배럴을 긴급 수혈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유가 쇼크를 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군사 전선에서의 힘겨루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통제 하에 있다’고 거듭 강조할 때마다, 이란은 이를 비웃듯 최근 며칠 사이 해협 인근 선박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주말 사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5척이 기뢰와 로켓추진유탄(RPG) 등에 피격돼 화염에 휩싸였고,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역시 이란 항구 봉쇄를 위해 상선 138척의 항로를 강제 변경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 신경 안 쓴다, 11월 이후엔 타결 아니면 전면전”… 배수진 친 트럼프
이란의 집요한 ‘전쟁 비용 청구서’ 공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UNGA) 연설에서 이란이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그는 “그들은 내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내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나는 선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이란 문제에 있어서 선거는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뿐”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선거가 끝나면 이란과 최종 합의를 타결 짓거나, 아니면 전면전(full-scale war)으로 돌아가겠다는 최후통첩성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가 선거 결과 자체보다도, 투표소 문이 닫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고삐를 얼마나 거세게 죌 것인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시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군사 작전 예산 승인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기대와, 민주당 내 외교 매파들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이란 내부에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결국 이란은 11월 선거 결과에 베팅하기보다, 누가 이기든 미국이 감당해야 할 전쟁 비용을 끝까지 끌어올린다는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이란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 구도
| 대치 전선 | 이란의 공세 및 압박 전략 | 미국의 맞대응 및 강경 기조 |
| 경제·심리전 (중간선거 표심) | • 갈리바프 의장·혁명수비대 영문 성명으로 미 유권자 직접 겨냥 • 미 디젤 사상 최고가(6.33달러)·인플레(3.7%)·연준 금리 인상 및 전쟁 비용(380억 달러) 부각하며 반전 여론 자극 | • 유가 급등 막기 위해 의회 반발 무릅쓰고 대러 제재 유예(러시아산 디젤 225만 배럴 긴급 도입) •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중심으로 대이란 금융·경제 제재 고삐 유지 |
| 군사·해운전 (호르무즈 해협) | • 미국의 ‘해협 통제’ 주장에 맞서 호르무즈 인근 선박 공격 재점화(주말 유조선 5척 피격) • 예멘 후티 반군 동원해 사우디 공항 타격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위협 | • 미 중부사령부(CENTCOM), 호르무즈 상업 항행 보호 작전 및 이란 항구 해상 봉쇄 강화(상선 138척 항로 강제 변경) • 핵심 시설 타격 등 압도적 군사 보복 경고 유지 |
| 외교·정치전 (11월 3일 이후) | • 미 중간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정치·경제적 전쟁 비용 극대화 전략 고수 • 종전 및 제재 해제를 위한 자체 선결 조건 고수 | • 트럼프 대통령 “선거는 안중에도 없다, 이란 핵 보유 절대 불가” 천명 • 11월 3일 중간선거 직후 ‘합의 타결 아니면 전면전 재개’ 양자택일 예고 |
결국 지난 6월 프랑스 베르사유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전격 서명하며 60일간의 한시적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무임 개방, 3,000억 달러 재건 기금 조성을 약속했던 ’14개 항 양해각서(MOU)’는 8월 시한 만료와 함께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잠시의 숨 고르기를 끝낸 워싱턴과 테헤란은 이제 미국 중간선거라는 거대한 정치적 분기점을 앞에 두고, 상대방이 먼저 굴복하기만을 노리는 한층 위험한 극한 대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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