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거시경제 안정화 미시적 토대 구축 공로 인정
가계와 기업의 기대가 금리·물가·경기에 미치는 영향 규명

2026년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의 미시적 토대를 다지고, 현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모델을 혁신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E. 홀(Robert E. Hall, 스탠퍼드대)과 마이클 우드포드(Michael Woodford, 컬럼비아대)에게 돌아갔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가 “거시경제 안정화에 대한 통찰력과 정책적 영향을 통해 경제 충격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수상자들에게는 총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5억 원)의 상금이 절반씩 수여된다.

로버트 홀·마이클 우드포드, 거시경제 안정화 새 틀을 만들다

이날 미국경제학회(AEA)의 수상 발표에 따르면, 이들의 연구는 가계와 기업의 개별 의사결정을 거시경제 모델의 핵심에 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 변동과 물가, 생산, 고용 사이의 관계를 더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핵심은 경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가가 오를 때 소비자는 지출을 줄일까. 기업은 가격을 언제 조정할까.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운용하겠다고 밝히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경제 전체의 통계뿐 아니라 그 안에서 행동하는 사람과 기업의 선택을 이해해야 한다. 홀과 우드포드의 연구는 거시경제 정책을 설계하는 이론적 기반을 넓혔다.

소비자의 기대와 중앙은행의 소통은 왜 중요할까

로버트 홀은 소비자의 소비 결정과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를 연구했다. 가계가 현재 얼마를 버는지만으로 소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느끼는지에 따라서도 소비 행동은 달라진다.

이 차이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준다.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기업이 생산과 채용을 축소하면 경기 둔화가 더 깊어질 수 있다. 반대로 경제 주체가 미래를 낙관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드포드는 이러한 기대의 역할을 통화정책 분석으로 확장했다. 그의 연구는 현재의 금리뿐 아니라 미래 금리에 대한 기대와 중앙은행의 정책 소통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한다.

중앙은행의 발표는 단순한 설명 자료가 아니다. 시장이 정책의 방향과 지속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금융시장과 소비, 투자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일만으로 정책을 완성할 수 없다.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고, 발표한 방향이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접근은 미래 정책 방향을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의 중요성과도 연결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에서 팬데믹까지…정책은 어떻게 달라졌나

1970년대 세계경제는 어려운 조합에 직면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성장과 고용은 압박을 받았다.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홀과 우드포드의 연구를 토대로 발전한 새케인지언(New Keynesian) 거시경제 모델은 이러한 문제를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가계와 기업의 기대, 가격 조정의 경직성,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 등을 함께 고려한다.

오늘날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은 이러한 모델을 정책 분석에 사용한다. 금리를 얼마나 조정할지, 정책 변화가 물가와 생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경제 충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를 검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어떤 모델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예상하지 못한 공급 충격이나 금융 불안, 급격한 소비 심리 변화는 기존 전망을 빗나가게 할 수 있다. 모델의 가치는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정책 결정자가 위험을 더 체계적으로 비교하고 대응하도록 돕는 데 있다.

노벨위원회가 인정한 것도 바로 이 정책적 토대다.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두 학자의 연구는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분석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노벨상 수상 날에도 시험은 예정대로

이번 수상에는 학문적 의미뿐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장면도 남았다.

컬럼비아대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우드포드는 노벨상 발표 소식을 들은 뒤에도 학생들의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벨상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학생들이 시험 취소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험은 취소되지 않았다. 그는 예정된 시간에 강의실에 나타났고,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다.

이 일화는 노벨상 공식 인터뷰를 소개한 컬럼비아대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상 직후 진행된 노벨상 공식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우드포드는 공동 수상자인 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경제학은 현실과 떨어진 학문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금리와 물가, 일자리, 소비와 투자에 관한 이론은 결국 사람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날에도 학생들의 시험을 치른 우드포드의 모습은 연구와 교육이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두 학자의 연구가 남긴 과제

홀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명예교수이자 후버연구소 명예 선임연구원이다. 소비와 경기 변동, 노동시장과 경제정책 분야에서 연구해 왔다.

우드포드는 컬럼비아대의 정치경제학 교수다. 통화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다듬었으며, 저서 Interest and Prices를 통해 현대 통화경제학과 중앙은행 정책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두 학자의 연구는 서로 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개별 경제 주체의 행동과 연결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이들의 이론이 모든 경제 위기를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한 도구다. 금융시장 구조의 변화, 소득 격차, 공급망 교란, 지정학적 위험 등은 별도의 분석을 요구한다. 정책 당국은 모델과 실제 데이터를 함께 살피며 판단해야 한다.

이번 수상은 경제 안정화 정책의 완성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한 세계에서 더 나은 정책 판단을 위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경제는 숫자로 측정되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선택과 기대다. 홀과 우드포드의 연구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경제 주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출처 및 참고자료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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