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이버부대 대만 정부기관 AI 에이전트 공격…中 AI툴 한국 금융권 연쇄 침해
최근 석 달 사이 대만과 한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침해 사건이 연이어 공개됐다. 7월 대만 정부기관을 겨냥한 공격과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진 한국 금융권 연쇄 침해는 해킹 기술의 정교함보다는 공격 비용의 급감과 배후 추적의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사이버전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AI가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공격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더 넓은 표적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대만 일상화된 회색지대 위협과 AI 에이전트 공격
대만은 무력 충돌 문턱 아래에서 군사적 압박, 인지전, 사이버 해킹이 결합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대만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문 사이버 부대를 동원해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딥페이크 등 AI 기술을 활용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만 국가안보국이 집계한 2025년 중요 인프라 대상 중국발 사이버 공격 시도는 하루 평균 약 263만 건에 달하며, 사이버 위협 분석 업체 사이퍼마(Cyfirma)는 이를 전년 대비 6% 증가한 수치로 분석했다. 이러한 공격은 의료, 국방, 통신, 에너지 등 전방위로 향하고 있으며 AI는 보안 취약점 탐색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만 디지털발전부는 지난 7월 해외에서 AI를 활용해 정부기관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보안업체 드림(Dream)의 정밀 분석에 따르면, 공격자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조립해 최대 8개의 에이전트를 동시 운용했다. 이들은 나흘 만에 정부 시스템 21곳의 구조를 파악하고 2,500건 이상의 인사 기록을 탈취했으며, 이후 원자력 안전 기관과 에너지 기업 등으로 공격 범위를 넓혔다. 대만 당국과 전문가들은 내부 소통에 간체 중국어가 쓰였다는 점을 확인했으나 특정 국가의 소행으로 공식 단정하지는 않았다. 비록 인간이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라 완전 자율형 공격은 아니었지만, AI 에이전트가 정찰과 침투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남겼다.
한국 금융권 해킹과 ARTEX AI 흔적
한국에서는 10월 초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7개 금융사에서 고객 정보와 카드 정보가 대량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피해를 신고한 곳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예가람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이다. 규모는 신한은행 약 2만 5,700명, 예가람저축은행 약 4만 명이고, 국민은행에서는 카드 정보 11만 9,000건이 노출됐다고 전해졌다.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철저히 감시되는 은행의 핵심 내부망 대신 대출 모집인이나 외부 협력업체 직원이 사용하는 보안 취약 지점을 일차적 침투 경로로 삼았다.
수사 당국은 범행에 사용된 IP 주소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오픈소스 침투 테스트 도구인 ‘ARTEX AI’의 흔적을 추적 중이다. 중국어로 개발되어 깃허브(GitHub)에 공개된 이 도구는 정보 수집부터 취약점 탐색, 공격 경로 계획 및 실행을 에이전트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그러나 도구가 오픈소스로 널리 공개되어 있고 접속 IP가 여러 나라에 분산되어 있어 배후를 명확히 밝히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AI 활용 가능성을 주시하며 “AI로 AI를 방어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경찰은 아직 ARTEX가 범행에 쓰인 유일한 도구인지, AI 사용 여부가 사건의 핵심인지에 대해 확정을 유보하고 있다.
진입 장벽 붕괴와 모호해진 귀속 문제
두 사건을 관통하는 가장 큰 공통점은 AI 기술이 사이버 공격의 진입 장벽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국가 단위의 막대한 자원이나 고도의 자체 개발 해킹 툴이 없더라도, 시장에 공개된 오픈소스 AI 도구를 이용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스캐닝하고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 한국 금융권 사건에서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한 외부 협력자 시스템이 다발적으로 뚫린 것도, 공격 규모와 속도를 극대화하는 AI 도구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더욱 치명적인 변화는 공격 주체의 추적을 뜻하는 ‘귀속(Attribution)’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범용 오픈소스 도구의 사용, 여러 국가로 분산된 우회 IP, 시스템에 남은 언어 흔적 등은 모두 간접 증거에 불과해 공격자가 쉽게 범행을 부인할 수 있다. 이는 책임 소재를 흐리면서 상대에게 지속적인 타격을 입히는 회색지대 전술의 핵심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 사건이 국가 차원의 치밀한 전략인지 금전을 노린 범죄 조직의 소행인지 단정할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저비용·고효율의 공격 구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금융권 보안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2026년 금융 서비스 위협 보고서는 전 세계 금융기관을 겨냥한 직접 조작형 침입이 최근 2년간 43% 늘었으며, AI가 최초 접근부터 데이터 유출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연계 활동이 금융 부문 정보 수집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가운데, 금융권은 변화하는 위협 환경에 맞춰 방어선을 재구축해야 한다.
한편, 이번 공격 도구로 거론되는 ARTEX AI와 관련해, 국내 보안업체 안랩(AhnLab)은 이 도구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인터넷에 노출된 ARTEX v2 인스턴스가 확인됐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ARTEX v2는 기존 콘솔보다 구조화된 다중 에이전트 실행 환경을 제공하며, 인터페이스에서는 ARTEX를 ‘Agent Security Workbench’로 소개하고 있다. 확인된 환경에서는 중앙의 Planner가 여러 Worker Agent를 조율하며, 각 Agent의 실행 상태와 동작 시간, 탐색 경로, 식별 자산, 증거 및 트래픽 수집 등을 별도의 구성 요소로 관리한다. 이는 ARTEX가 단순히 개별 침투 테스트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를 넘어 여러 Agent의 작업과 도구, 데이터를 하나의 환경에서 조율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ARTEX v2의 변화는 AI 기반 보안 테스트 영역이 단순 ‘자동화’에서 ‘Agentic(에이전트 기반)’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LLM을 활용해 코드를 생성하거나 취약점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목표에 따라 작업을 계획하고 여러 Agent에 역할을 분배하며 외부 도구를 실행해 그 결과를 다음 작업에 활용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것이 곧바로 완전 자율형 사이버 공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절차를 자동화하기 위한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고 여러 도구와 Agent를 연계하는 환경이 발전할수록 공격자는 기존보다 많은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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