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이 양안(兩岸) 갈등에서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정치 일정과 군사력 현대화, 미국의 전력 재편이 한 시점에서 겹치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는 2027년은 시진핑의 군 현대화 목표가 집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 여기에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겹치면서 ‘피크 차이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력이 정점을 지나기 전에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더 중요한 변화는 중국의 군사적 능력과 미국의 억제력이 동시에 시험받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장거리 정밀타격, 극초음속 무기, 사이버·우주전력, 해군과 상륙전력을 확대하며 미국의 대만 개입을 어렵게 만드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전력과 탄약 비축, 동맹국의 방어능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2027년은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과 미국이 이를 억제할 능력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라는 의미가 더 크다.
대만해협 양안 전쟁은 한반도와 분리된 전쟁이 아니다
1부에서 살펴본 중국-대만 사이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그 여파는 대만 해협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이 가장 먼저 봐야 할 변수는 대만해협 자체가 아니라 북한의 움직임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하고 미국이 개입하면, 미국의 해·공군 전력은 서태평양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공백 국면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국지적·비대칭 도발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별도의 전략 시나리오로 분석하며, 대만 유사시 북한이 개입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CSIS 역시 대만 유사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북한의 기회주의적 도발 억제’로 제시하며, 한국이 주한미군 기지·후방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억제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진다고 분석했다.
즉 대만해협 위기는 동아시아의 단일 전선이 아니라 대만해협과 한반도가 연결되는 복합전구(multi-theater conflict)로 재편될 수 있다.
복합전구 재편 : 미군 전력 분산과 북한 도발
이 시나리오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중국의 대만 군사행동이 미국의 대규모 개입과 서태평양 미군 전력 재배치를 초래, 이로인한 미군 전력의 분산이 북한의 국지·비대칭 도발을 초래한다 흐름이다.
여기서 북한이 전면전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서해 NLL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국지적 충돌, 탄도미사일 발사, 사이버공격, GPS 교란, 드론 침투, 핵·미사일 위협 등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 대만에 집중하는 순간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유인이 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에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할수록, 미국의 대만 대응에 필요한 후방지원 능력에도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달라진 조건: 북한의 확대된 능력과 중·러 후원
문제는 북한의 군사적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 정보공동체의 2026년 연례위협평가는 북한이 핵탄두와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내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비대칭 공격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드론·핵잠수함 등 군사기술·외화 확보의 새로운 통로를 얻었다. 중국과의 관계도 2025년 이후 재차 강화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을 여전히 북한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이자 경제적 후원자로 평가한다. 이는 대만해협 위기 국면에서 북한이 과거보다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동시에 북한의 도발이 중국의 직접 지시 없이도 결과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2전선’은 중국의 대리전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북한이 대만 유사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중국이 북한에 전쟁을 지시할 것이라는 추정은 다른 이야기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반도의 대규모 전쟁은 부담이다. 북한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군사행동을 시작하면 중국은 대만전과 한반도 위기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따라서 중국이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북한의 전면전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의 긴장’이다. 북한 역시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과 직접 교전 중인 상황에서 전면전을 택하면 오히려 미·한의 군사적 대응을 강화시킬 위험을 안는다. 그런 만큼 북한이 실제로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규모 남침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국지충돌·사이버공격·GPS 교란·드론·특수작전 등 확전 임계점 아래의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응 카드: ‘북한 묶어두기’와 대화 재개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미국의 대북 접근 변화도 대만 문제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 국가정보원은 9월 초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 재개 조짐이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이 언제든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공식적인 직접 접촉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만남 의사를 밝힌 이후 외교적 탐색이 재개되는 흐름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이 미국의 아시아 동맹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은 단순한 비핵화 협상을 넘어, 대만해협 위기 가능성을 고려해 북한의 행동반경을 사전에 축소하려는 전략적 성격을 띠게 된다.

‘비핵화’에서 ‘핵동결·위험관리’로
여기서 주목할 변화가 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과거식의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한은 올해도 핵 확장과 핵 무장 강화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 미국의 적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핵무기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논의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단기 완전 비핵화보다 핵개발 동결, 핵물질 감축, 장기적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으로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북한 핵을 단기간에 제거하기보다 확산·사용·추가 개발을 통제하는 ‘위험관리 모델’을 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이것이 곧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공식 인정이나 대규모 제재 일괄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SIS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고 중국과의 교역·경제협력도 확대하고 있어, 과거보다 미국의 제재 완화 유인이 북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단순한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 제한적 경제협력, 투자 허용, 인프라 협력, 국제금융 접근 완화 등 단계별 보상체계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딜레마: ‘대만 참전’이 아니라 ‘동시위기 대응력’
한국 입장에서는 이중 딜레마가 발생한다. 대만 유사시 미국을 지원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의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반대로 대만해협 작전에 적극 개입하면 북한에 군사적 기회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 딜레마를 안는다. 대만에 전력을 집중하면 한반도 방어가 약화되고, 반대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면 대만전에 쓸 전략자산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역할은 직접적인 대만 전투 참여보다 한반도 방어 유지, 후방지원, 기지 제공, 탄약·정비·정보 지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비용과 역할을 재검토하면서, 북한 억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차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에 새로운 부담을 지운다. 주한미군이 대만·중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작전에 활용될수록, 한국은 북한 억제를 위한 독자적 능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
패권 교체기의 역사와 한국의 생존전략
이 모든 논의를 더 긴 시간축에서 보면 다른 층위의 위기감이 겹친다. 현재의 미·중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의 마찰이 아니라, 100~200년에 한 번씩 반복돼 온 글로벌 패권 교체기의 성격을 띤다는 시각이다. 조선이 명·청 교체기나 일본의 부상기처럼 강대국 세력전이의 소용돌이 속에서 큰 외침을 겪었던 역사적 국면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위험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지금 마주한 과제는 단순한 미·중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흑백논리나 ‘모 아니면 도’식의 단순한 결정을 피하고, 모든 변수를 극도로 신중하게 검토하며 인내심을 갖고 외교적 줄타기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패권 교체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생존전략에 가깝다.
대만해협의 전쟁은 대만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동아시아 안보환경에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전면침공 그 자체가 아니다. 더 현실적인 위험은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제한적 군사행동을 시작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략적 기회를 포착하는 연쇄 구조다.
중국·대만 충돌, 미국 전력 집중, 북한의 제2전선 도발, 한·미의 동시 대응이라는 이 구조 아래에서는 미국도 한국도 두 개의 전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대만해협 위기의 한반도 영향은 ‘한국이 대만전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핵심은 북한을 어떻게 억제하고, 주한미군의 전력 이동에도 한반도 방어력을 유지하며, 미국이 대만과 한반도라는 두 전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동맹구조를 설계하느냐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화 재개 움직임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이는 비핵화 협상인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확전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위험관리 채널이 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 지위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고, 러시아·중국으로부터 과거보다 큰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선택지를 좁힌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와 ‘북한 묶어두기’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균형점이 어디에 설정되느냐가, 대만해협 위기 발생 시 한반도가 실제로 제2전선이 될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David is the Editor of The Science Monitor. Drawing on extensive experience as the former Public Affairs officer for the Republic of Korea (ROK) Navy, he provide in-depth analysis at the intersection of science, technology, global security, geopolitics, and maritime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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