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불안 “느린 쓰나미”

AI 투자 붐이 세계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공부채 확대,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고용 충격과 금융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투자에 기대는 세계경제 성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는 12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연례 IMF-World Bank 행사에서 AI를 경제와 고용 시장을 뒤흔들 “느리게 움직이는 쓰나미”에 비유하며, 각국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는 AI 인프라 투자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왔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반도체, 서버,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관련 산업의 생산과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의 반도체·하드웨어 기업도 주요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IMF에 따르면 AI 투자는 세계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에너지 공급 불안과 높은 부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성장 동력이 집중되면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의 대응력이 약해질 수 있다.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기대 수익이 낮아질 경우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투자 확대, 물가와 금융시장 위험으로 번질 수도

AI 인프라 확충에는 막대한 자본과 전력, 반도체, 냉각 설비가 필요하다. 투자가 짧은 기간에 집중되면 전력망과 건설 인력, 핵심 장비를 둘러싼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관련 비용의 상승은 기업의 투자 부담을 높이고 물가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금융시장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기업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와 투자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되면 실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자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 AI 관련 기업에 자금이 집중된 상태라면 충격이 다른 산업과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투자 규모와 수익성 사이의 격차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투입된 자금이 지속적인 매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 역시 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전 세계 일자리 40%가 AI 영향권

고용시장의 변화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IMF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당 일자리의 40%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업무는 자동화될 수 있지만, 다른 업무는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직무로 재편될 수 있다.

AI 도입은 직종과 국가별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복적인 사무 업무뿐 아니라 전문지식과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직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일부 업무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인력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는 직무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청년층은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신입 직원이 담당하던 자료 조사와 문서 작성, 기초 분석 업무가 자동화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근로자도 업무 전환에 필요한 교육과 재훈련을 받지 못하면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서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IMF가 강조해 온 AI 대응 과제는 교육과 직업훈련, 사회안전망의 강화다. 기업은 근로자의 AI 활용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직무 전환을 지원하고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일부 기업과 고숙련 근로자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 성장의 지속 가능성, 투자액보다 생산성이 좌우

AI는 세계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투자 확대 자체를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실제 생산성 향상과 수익 창출, 고용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경제가 AI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술 산업의 조정이 거시경제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에너지 공급 불안과 재정 부담까지 겹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은 AI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투자 위험과 고용 충격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국에도 같은 과제가 놓여 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전력 공급 능력과 산업별 생산성, 기업의 실제 매출을 점검해야 한다. AI 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투자 유치액과 설비 규모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함께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하느냐가 아니다.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그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지가 중요하다.

강승만 기자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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