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신경과학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학교, 캠브리지대학교, 맥길대학교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기존 뇌 시뮬레이션 모델이 간과해 온 핵심 요소로 신경 회로 간 ‘경쟁(competition)’을 지목하며, 뇌 모델링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약 20여 년간 진행된 뇌 시뮬레이션 연구는 주로 협력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특정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 인접 영역도 함께 활성화되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실제 뇌에서 관찰되기 어려운 과도한 동기화 현상을 초래했고, 주의 집중이나 작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원 경쟁이라는 중요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 뇌는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모든 영역이 동시에 활발하게 활성화될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쥐, 마카크 원숭이, 인간의 뇌 커넥톰 데이터를 활용해 두 가지 모델을 비교 분석했다. 하나는 기존의 협력 중심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영역 간 자극과 억제를 포함한 경쟁 중심 모델이었다. 분석 결과, 세 종 모두에서 경쟁적 상호작용을 반영한 모델이 훨씬 더 높은 설명력과 예측력을 보였다. 경쟁은 뇌 활동의 과도한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특정 시스템이 상황에 따라 주도권을 잡도록 만드는 안정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개인의 뇌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데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경쟁 모델을 적용할 경우 각 개인의 고유한 뇌 활동 패턴, 이른바 ‘브레인 핑거프린트(brain fingerprint)’를 보다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환자의 뇌를 가상 환경에 구현해 치료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에서도 경쟁 요소의 반영 여부가 예측 정확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과 정밀 의료 분야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간의 뇌처럼 협력과 경쟁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반영할 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인공지능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뇌 역학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단순히 협력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경쟁과 균형 속에서 작동하는 역동적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이는 지능이 형성되는 방식에 대한 기존 이해를 확장하는 동시에, 뇌를 모사한 기술 전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Andrea I. Luppi et al, Competitive interactions shape mammalian brain network dynamics and computation, Nature Neuroscience (2026). DOI: 10.1038/s41593-026-0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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