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 담당 경찰 ‘허위 종결’

안산 주점 19세 女 성폭행 피의자 불송치 후 사망

경찰 수사 오류, 보완 수정할 다른 제도적 장치는?

경찰 사건 수사 과정의 문제를 사후적으로 외부에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오는 10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이 질문을 최근 논란이 된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검토해본다. 제주에서 경찰이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건, 경기 안산에서 성폭행 피해를 신고한 19세 여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숨진 사건이다. 두 사건의 발생 경위는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경찰의 1차 판단이 사건의 진행 방향을 결정했고, 그 판단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외부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안산 사건에서는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다시 혐의 없음이라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제주 사건에서는 경찰 내부에서 조차 허위 종결 사실이 장기간 드러나지 않았다.

두 사건은 따라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을 단순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판단이 잘못됐을 때 누가, 어떤 절차로 이를 교정할 것인가라는 제도 설계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안산 사건, 경찰 불송치에서 검찰 보완수사 요구까지

안산 사건은 지난해 12월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주점에서 일하던 19세 여성 A씨는 영업을 마친 뒤 이어진 회식 과정에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였으며 주점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준강간 혐의 고소를 제기했다. 경찰은 A씨를 한 차례 조사하고 주점 내부 CCTV와 피고소인의 진술 등을 조사한 뒤 올해 2월 14일 혐의없음 취지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CCTV에서 A씨가 사건 직후 웃으며 대화하거나 걷는 모습이 확인됐고, 피고소인도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항거불능 상태였거나 피고소인이 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수사 이후 드러난 다른 자료였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사건 직전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사건 직후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에는 피고소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 자료들은 경찰의 최초 불송치 결정 당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경찰을 꿈꾸던 대학생 A씨는 경찰의 불송치 통보를 받은 직후 충격에 빠졌다. 작성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건물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사건을 검토한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 3월 16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CCTV의 시간 오차를 확인하고 참고인 대면조사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4월 8일 기존의 혐의없음 판단을 유지한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이 대목이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있었다고 해서 경찰의 기존 판단이 반드시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에게 결론을 강제로 바꾸도록 하는 권한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산 사건은 한편으로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작동했다는 사례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완수사 이후에도 경찰의 최초 판단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제주 사건은 한 층 더 심각하다

제주 30대 실종 여성 장미란씨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장씨는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됐다. 실종 직후 동거 남성과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장씨와 실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됐고 안전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 조사 과정에서는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장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해당 경찰관은 이후 다른 60대 남성의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남성은 결국 실종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 사건 역시 경찰의 허위 종결 이후 장기간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 내부의 관리·감독 체계가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을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청 매뉴얼상 실종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었음에도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그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몇 일간 수색 끝에 당시 피해자가 머물던 숙소 인근에서 장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단순한 행정착오를 넘어 수사기관의 내부통제 문제로 확대됐다.

안산과 제주, 성폭행 피해 호소 여성, 실종 사망자는 말이 없다

두 사건을 같은 유형의 ‘경찰 부실수사’로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안산 사건에서 경찰은 CCTV와 피해자 진술 등을 근거로 수사 판단을 내렸다.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논쟁의 대상이다. 반면 제주 사건에서는 경찰관이 실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따라서 두 사건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안산 주점 사건제주 실종 사건
핵심 문제수사 판단의 적정성사건 종결 과정의 허위성
최초 경찰 판단혐의없음·불송치실종자 안전 확인 취지 종결
외부 통제검찰 보완수사 요구허위 종결 사실이 뒤늦게 발견
보완수사 이후경찰 기존 판단 유지내부통제 실패가 핵심
제도적 질문경찰 판단을 어디까지 재검토할 것인가경찰의 허위·오류를 누가 발견하는가

두 사건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이 마지막 질문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진짜 쟁점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기능이 축소·폐지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제주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법적 구분이 필요하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자체가 헌법상 보장된 권한은 아니다. 국회는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어떤 기관에 어떻게 배분할지 형사소송법 등을 통해 제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면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기능을 줄인다면,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다른 장치를 얼마나 실효적으로 만들 것인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현행 개편안에도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구하는 장치는 남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쟁은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재수사 요구가 실질적인 통제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다.

안산 사건이 던지는 더 까다로운 질문

안산 사건은 이 점에서 제주 사건보다 오히려 제도적으로 더 복잡하다. 검찰은 실제로 경찰의 최초 수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검찰의 요구에 따라 추가 조사를 한 뒤에도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경찰의 판단이 틀렸다고 검찰이 판단했지만 경찰이 다시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경우 최종적으로 누가 판단해야 하는가.

현행 제도에서는 검찰의 공소제기 여부 판단과 법원의 재판이라는 또 다른 단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는 불송치 사건 가운데 일부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사기관 단계에서 종료될 수 있다.

따라서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에는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구가 얼마나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경찰이 재수사 요구를 거부하거나 기존 판단을 유지할 경우 어떤 후속 절차가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제주 사건은 ‘내부통제’의 실패를 보여준다

제주 사건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히 수사 판단의 오류가 아니다.

경찰 내부의 관리자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제 연락 여부나 현장 확인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다.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는 해당 경찰관의 다른 실종사건 처리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외부기관의 보완수사 이전에 경찰 자체의 사건관리·감독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따라서 제주 사건을 단순히 ‘검찰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경찰을 누가 견제하느냐’는 정치적 구호로만 사용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해서 경찰관의 허위 종결을 반드시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 간 견제’의 재설계다

두 사건이 동시에 보여주는 것은 검찰과 경찰 가운데 어느 기관이 더 많은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수사의 단계별 오류를 어떻게 발견하고 수정할 것인가다.

첫 번째 방어선은 경찰 내부통제다. 담당자가 작성한 기록이 실제 통화·CCTV·디지털 자료와 일치하는지 자동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경찰과 검찰 사이의 외부적 통제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피해자·고소인의 이의제기권이다. 안산 사건에서처럼 수사기관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네 번째는 법원의 통제다. 수사기관의 판단이 최종적인 진실 판단과 동일한 것은 아니며,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증거와 사실관계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수사 공백’이라는 공식도, ‘문제없다’는 공식도 부족하다

결국 제주와 안산 사건을 놓고 양쪽의 주장을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제주 사건이 발생했으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잘못됐다”는 주장은 제도적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제주 사건의 직접적인 문제는 경찰관의 허위 종결과 내부 감독 실패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찰 보완수사권이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안산 사건처럼 검찰이 경찰 수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을 찾아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상황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요구 이후에도 경찰의 결론이 유지됐다는 사실은 보완수사권의 존재만으로 모든 수사 오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외부적 재검토 장치가 왜 필요한지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의 쟁점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경찰 중심 수사체계에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누가, 언제, 어떤 강도로 교정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의 최종 시험대는 ‘권한’이 아니라 ‘오류 수정 능력’

제주 사건에서 경찰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산 사건에서는 경찰이 성폭행 신고를 불송치한 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도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두 사건 모두 아직 개별 사건의 최종적인 형사책임과 수사의 적법성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 차원에서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수사기관이 틀렸을 때 누가 그것을 검토하는가.

경찰에게 더 많은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곧바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는 것 역시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권한의 이동에 맞춰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통제장치까지 함께 이동했느냐다. 제주 사건은 내부통제의 실패를 보여줬고, 안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가 있었음에도 최초 경찰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두 사건을 함께 놓고 보면 10월부터 시작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진짜 시험대는 검찰과 경찰 중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다. 경찰의 판단이 틀렸을 때 그 오류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사건의 실체가 사라지기 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결국 이 질문에 답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강승만 기자

편집장/ Editor-in-Chief

국가 안보 정책과 연계된 과학기술 분야 혁신 등 영향력 있는 분석을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핵심 과학기술 연구, 글로벌 안보, 지정학, 해양 전략을 주제로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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